‘코로나 블루’ 한달 이상 지속 땐 PTSD 의심을

극도 불안·스트레스로 일상에 지장… 건강 염려증·인지 기능 저하 겪기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한 ‘사회적 거리두기’가 장려되면서 고립감과 우울감, 인지기능 저하를 호소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이로 인한 사회적 우울 현상을 뜻하는 ‘코로나 블루(Corona Blue)’라는 신조어도 생겼다.

서울의 한 종합병원장은 최근 자신의 페이스북에 “집과 직장 이외 모든 사회활동을 중단한 지 5주가 됐다. 우울감과 함께 이젠 인지기능까지 떨어지는 것 같다. 일상생활에서 뭔가 총명함이 사라진 것을 넘어 바보가 돼 가는 느낌”이라고 썼다. 그는 “인간은 사회적 관계를 맺으며 진화했지만 반대로 사회적으로 고립되면 퇴화할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감염병 유행으로 일상이 제약되는 상황은 ‘우울 에피소드’를 만들기 십상이다. 특히 강박적이고 스트레스에 취약한 사람이 우울증 위험이 높고 건강 문제에 지나치게 사로잡히는 경향이 있다. 특별한 질병이 없는데도 혹시 감염됐을까 불안해 병원을 찾는 ‘건강 염려증’을 겪기도 한다. 이들은 두통, 가슴두근거림, 소화장애, 배뇨장애를 호소한다.

정석훈 서울아산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16일 “SNS 등을 통해 코로나19와 관련해 검증되지 않은 정보가 확산하면서 건강 염려증을 부추기는 측면이 있다”면서 “코로나19에 대한 과도한 정보 탐색을 삼가고 방역 당국의 공식발표 등 출처가 확실한 정보를 접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극도의 불안과 스트레스 반응이 한 달 이상 사라지지 않아 일상에 지장이 초래된다면 ‘외상후 스트레스장애(PTSD)’를 의심하고 전문 치료를 받아보는 게 좋다.

과도한 공포와 걱정은 신체·인지능력 저하는 물론 확진자·접촉자 등 피해자들에 대한 지나친 경계심과 배척, 혐오감을 낳을 수 있다. 불특정 타인이나 피해자를 지나치게 경계하거나 비난하는 것은 오히려 정신건강에 독이 된다. 이런 마음가짐은 되도록 피해야 한다. 대신 긍정적 생각은 신경호르몬에 영향을 미쳐 면역력을 높여준다.

사회적 거리두기의 장기화로 우울한 기분이 들 땐 노래 부르기와 짧지만 깊은 낮잠이 도움될 수 있다. 노래는 신체 저항력을 높이고 면역활동도 증가시키는 것으로 밝혀졌다. 20~40분 정도의 질 높은 낮잠(일명 파워냅)은 비타민과 같아서 활기를 찾아주고 스트레스를 줄여준다.

자녀와 떨어져 살거나 혼자 사는 노인들은 특히 우울이나 불안이 심해질 수 있다. 바깥 활동 대신 실내에서 할 수 있는 태극권이나 요가 같은 운동이 우울증 극복과 신체 단련에 좋다. 김성윤 서울아산병원 교수는 “자녀들은 부모가 고립감과 외로움을 느끼지 않도록 전화(화상통화)로 자주 안부를 묻고 시시콜콜한 대화라도 하며 가족이 곁에 있음을 확인해 줄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민태원 의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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