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경의 열매] 장요나 (13) 나로 인해 실족한 두 여인 위해 애통한 마음으로 기도

환상 통해 베트남 선교사 비전 받고 신학 공부 시작하려 했지만 이들에 회개부터 하란 주님 말씀에…

장요나 선교사(화살표)가 1991년 한국복음선교신학원 동기들과 수련회를 마치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환상을 통해 베트남 선교사로서의 비전을 받았을 때 나는 당장 서울로 올라가 신학을 공부해야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하나님은 그것을 허락하지 않으셨다. 내 안에 가득했던 불순물을 깨끗하게 비우는 작업을 하셨다. 그 시작은 회개였다. 그중엔 알고 지은 죄도 있었지만, 모르고 지은 죄도 있었다.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두 여자였다. 기도 중에 눈앞에 대형 화면이 나타나면서 두 명의 여자가 나란히 서서 나를 보고 있었다. 한 명은 청주 23육군병원에서 근무할 때 만났던 간호장교였고, 다른 한 명은 입대하기 전 교사할 때 여고에서 가르쳤던 여학생이었다.

아무런 연관성이 없는 두 사람이 왜 같이 나타난 것일까. 하나님께서 전혀 예상치 못한 말씀을 하셨다. “이들은 너로 인해 이 땅에서 실족한 자들이다. 이들의 핏값을 너에게서 찾을 것이다.”

결혼해 함께 살자고 끈덕지게 졸라대던 간호장교를 피해 베트남 전쟁에 참전했지만, 그녀는 나를 포기하지 않고 하루가 멀다고 편지를 보냈다. 전쟁보다 간호장교의 편지가 더 두려울 때쯤 나와 같이 근무했던 감찰관 임모 중령이 한국으로 돌아가면서 자신이 책임지고 간호장교의 마음을 돌려놓겠다고 했다. 임 중령이 한국에 돌아가고 얼마 지나지 않아 간호장교로부터 편지가 오지 않았다. 다행이라 여겼다.

그런데 나중에 알고 보니 그녀는 극단적 선택을 했다. 간호장교가 쉽사리 마음을 접지 않자 내가 베트남 여자와 아이를 낳고 잘살고 있으니 그만 잊으라고 임 중령이 거짓말을 했다고 한다. 그 말을 곧이곧대로 믿은 간호장교는 낙심해 세상을 등지고 말았다고 한다. 내가 가르쳤던 여고생도 나를 사랑하는 마음을 참지 못하겠다는 유서를 남겨놓고 약을 먹었다.

이제 나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내 물음에 하나님은 회개하라고 답하셨다. 사역을 감당하기 전 먼저 나로 인해 실족한 이들의 영혼을 위해 아파하며 회개하라고 하셨다.

간호장교와 여학생의 극단적 선택이 가슴 아팠지만, 그때로 다시 돌아간다 해도 나는 그들의 사랑을 받아줄 수 없었다. 죄를 보여주셨지만 회개하기는 쉽지 않았다. 며칠 동안 금식하며 회개의 영을 부어달라고 기도했다. 에스겔 33장 6절 말씀이 떠올랐다.

깊은 기도 가운데 진정 무엇이 죄인지 깨닫게 됐다. 그들의 죽음엔 직접적인 책임이 없지만, 나의 무관심으로 상대방이 실족했다면 그 책임으로 내게서 핏값을 찾으시겠다는 무서운 말씀이 깨달아진 것이다.

내가 그들의 사랑을 받아주지 않은 게 죄가 아니라 그들의 영혼을 불쌍히 여기고 사랑하지 않은 것이 죄였다. 당연히 주장할 수 있는 내 권리가 먼저였기에 응당 사랑해야 할 자들을 사랑하지 못했다. 그런데 그 사랑은 내 안에 없다. 그 사랑은 십자가를 통해서만 흘려보낼 수 있다. 그제야 나는 가난한 심령으로 애통하는 마음으로 기도했다.

‘하나님, 제 안에 사랑이 없습니다. 제 안에 사랑을 창조하사 나로 인해 다른 이들이 실족지 않게 하시고 마땅히 사랑해야 할 자들을 사랑하게 해 주십시오.’

정리=김아영 기자 singforyou@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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