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용인정에 출마한 이탄희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지난 14일 용인시 동백동의 한 공원에서 산책 나온 주민들과 대화하고 있다. 이탄희 캠프 제공

사법농단 내부고발자. 이탄희 더불어민주당 경기 용인정 예비후보 뒤에 따라붙는 수식어다. 사법부 블랙리스트를 관리하라는 상부 지시에 반발해 사표를 쓰면서 인생이 파란만장해지기 시작했다. 11년의 판사생활을 마치고 인권변호사로 재야에서 조용히 사나 싶었는데 정치권이 붙잡았다.

지난 12일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잘나가던’ 전직 판사 이탄희는 민주당 예비후보가 돼 연단에 섰다. 다소 긴장한 표정이었지만 출마선언문을 읽는 목소리에는 떨림이 없었다.

입당하고 50여일이 지났다. ‘선거는 처음’인 이 후보의 하루는 어떻게 달라졌을까. 출마 선언 다음 날인 13일 오전 경기도 용인시 기흥구의 한 사거리에서 이 후보를 만났다. 그는 매일 오전 6시30분부터 2시간 동안 출근길 인사를 한다. 든든한 지원군인 아내 오지원 변호사도 함께한다. 오 변호사는 “그렇게 불만이 많으면 네가 직접 정치하라”며 ‘뼈 때리는’ 말로 이 후보 출마에 큰 역할을 했다.

정치를 결심하게 만든 결정타는 무엇이었을까. “국회의 법원 개혁은 진척이 없었고 대법원장은 사법 개혁을 방기했다. 사법농단 1호 사건에서 무죄 판결이 나는 것을 보고 결심을 굳혔다.”

그의 입당 소식에 ‘법복 정치인’이라는 비판이 쏟아졌다. “2017년 2월 법원행정처 심의관 발령 후 사표를 냈고, 2019년 1월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구속될 때쯤 법관직을 내놨다. 어떻게 타임머신처럼 거슬러 올라가 1년 전 결정이 정치적 활동이 될 수 있나.”

출근길 인사가 끝난 뒤에도 이 후보는 분주히 움직였다. 캠프에서 민원인 미팅을 마친 뒤 곧바로 지역의 한 상가에서 소상공인 간담회를 했다. 점심은 지역 내 코로나19 확진자가 다녀간 식당에서 해결했다. 매출이 90%가량 떨어졌다는 가게 주인의 호소에 이 후보는 “걱정이 크시겠다. 주신 밥 먹고 열심히 일하겠다”며 격려했다.

그는 판사에서 거리 민심과 직접 부딪치는 예비 정치인이 됐다. “월세 80만원을 못 내서 꽃집을 내놓게 된 사장님이 기억에 남는다. 또 해고 통보한 직원에게 미안한 마음에 갈비를 구워주던 갈빗집 사장님도 생각난다.”

숨가쁜 오전 일정을 마치고 겨우 선거 캠프에 앉아 인터뷰를 나눴다. 어떤 정치를 하고 싶은지, 사법 개혁 말고도 하고 싶은 일이 있는지를 물었다. “50여일 뛰어보니 국회가 권력기관 개혁을 주도하려면 국회 신뢰도가 높아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국회 개혁에 굉장히 관심이 많다.”

그는 거듭 ‘과업’을 강조했다. 하도 ‘과업’을 중시해 지지자 사이에서 ‘과업남’이란 별명까지 붙었다. “21대 국회는 과업에 집중하는 정치인으로 꽉 채워졌으면 좋겠다. 나 또한 과업에 집중했던 정치인, 남을 이해하고 마음을 같이했던 정치인으로 기억됐으면 한다.”



▶국민일보는 정치 신인의 도전기를 동행 취재했습니다. 기사 전문은 국민일보 홈페이지에서 찾아볼 수 있습니다.

용인=이가현 기자 hyu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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