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獨기업 개발 나선 백신 탐내자… 막아선 독일 정부

“코로나 정국 한방에 만회” 집착… 獨 내무장관 “특위서 논의할것”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백신 개발 회사를 상대로 거액을 제시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연합뉴스

코로나19에 대한 미흡한 대응으로 정치적 위기에 몰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단숨에 이를 만회할 카드로 코로나19 백신 확보에 집착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독일 주간지 벨트암존탁은 15일(현지시간) 트럼프 행정부가 코로나19 백신을 개발 중인 독일 바이오기업 큐어백(CureVac)에 접근해 백신 독점권을 따내려 하자 독일 정부가 저지에 나섰다고 보도했다.

독일 신문 디벨트는 정부 소식통을 인용해 트럼프 대통령이 큐어백이 개발 중인 백신을 미국이 독점하기 위해 10억 달러(약 1조2200억원)를 제안했다고 보도했다. 뉴욕타임스(NYT)는 거액을 들여 큐어백 연구진을 미국으로 데려오는 방안도 검토됐다고 전했다.

호르스트 제호퍼 독일 내무장관은 기자회견을 통해 “정부 내 여러 인사로부터 (미국의) 인수 시도가 사실이라는 말을 들었다”고 인정하고, “정부의 코로나19 대책 특별위원회 회의에서 해당 문제를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영국 가디언은 “독일 정부가 큐어백을 자국에 붙잡아두기 위해 백신 개발 관련 재정 우대책을 제공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나 미국 국가정보국(DNI) 국장 대행인 리처드 그리넬 독일 주재 미국대사는 트위터를 통해 벨트암존탁 보도가 “사실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2주 전 백악관에서 열린 코로나19 대책회의에서 큐어백 최고경영자(CEO)를 만난 후 큐어백에 주목하게 된 것으로 전해졌다. 20년 전 독일 튀빙겐대학 내 기업으로 설립된 큐어백은 극미량 투여로 인체에 면역력을 갖게 하는 백신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독일 사회민주당의 배르벨 바스 의원은 미국의 백신 독점 시도에 대해 “백신이 있다면 그것은 모두가 맞을 수 있어야 한다”며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은 전 인류의 문제이지 ‘미국 우선주의’ 사안이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비상장사인 큐어백 지분의 80%를 보유한 최대주주 디트마르 호프도 이날 밤 “코로나바이러스에 효과적인 백신을 개발하는 데 곧 성공할 것으로 기대한다”며 “이 백신은 한정된 지역만이 아니라 전 세계 모든 사람이 쓸 수 있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트럼프가 백신에 집착하는 이유는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비판 여론을 반전시킬 수 있는 카드로 보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미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트럼프 재선캠프 참모들이 지난 11일 대선 여론조사 수치를 잔뜩 준비해 백악관에 들어갔지만 트럼프의 관심은 오직 코로나에 있었다”고 전했다. 코로나19가 트럼프 재선가도에 최대 변수로 부상한 것이다.

트럼프는 지난 11일 미국 제약회사 CEO들과 만난 자리에서도 11월 대선 전까지 백신 개발을 마치라고 독촉했다. 이에 대해 과학저널 사이언스의 홀덴 소프 편집장은 “과거 백신 회의론자였던 트럼프가 이제는 백신 신봉자 같다”며 “그는 과학이 할 수 없는 것을 요구한다”고 꼬집었다.

이형민 기자 gilels@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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