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격탄 맞은 자영업 연결망 현장르포
장사 안되는 식당들 직원 자르고
매출 반토막 식재료 도매상 타격
납품 막힌 양돈농가 생사 기로에

텅 빈 인력사무소에 대표 박정아(가명)씨가 혼자 앉아 있었다. 온종일 책상 앞에 앉아 전화만 기다리는 일이 벌써 3주째다. 혹시나 하고 앉아 있을 뿐 그 역시 체념한 상태였다. 일을 찾으려는 사람들과 직원 구하는 전화로 가득했던 부산함은 흔적이 남아 있지 않았다.

“여긴 일하다 잘려서 오는 사람, 망해서 가게 문 닫은 사람들이 마지막에 오는 데예요. 근데 지난 2월 10일부터 상황이 이래요. 손님이 없으니 식당에선 일당 종업원 먼저 줄이고, 버티다 직원 줄이고…. 지금은 최소 인원 외에 다 뺐다고 봐야죠.”

딩동. 문자 하나가 사무실 적막을 깬 뒤 곧 사라졌다. “여기 통해서 소개받아 3년 일했던 호프집이 문을 닫는다고, 혹시 일자리 있냐고 하네요.” 한숨 섞인 푸념이 나왔다. “지금은 한두 명 실직 정도가 아니라 모든 게 ‘올스톱’이에요.” 지난 13일 서울 자영업 일번지로 불리는 종로의 한 직업소개소가 전한 밑바닥 일자리 상황이다.

바닥부터 시작된 비명

감염병 재난은 실물경제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공포로 시민의 평범한 일상이 멈추자 실핏줄 경제가 곧 흔들렸다. 손님 없는 식당은 종업원을 내보냈고, 식자재를 들이지 않았다. 도매 업체 사장은 재료를 손질하는 인부를 줄였다. 도매상과 연결된 농축산업계까지 시름이 번졌다. 감염병으로 멈춘 도시에서는 바닥 경제를 책임지던 이들이 가장 먼저 신음했다.


서울 마포구에서 10년 넘게 직업상담소를 운영한 김덕현(가명·51)씨 사무실도 일이 끊긴 지 오래다. 그는 “우리 상담소를 통해 일용직만 하루 400명 가까운 분이 일했다. 그런데 지금은 일하는 사람이 100명도 채 되지 않는다. 당장 우리 직원도 1명 쉬라고 했다”고 말했다. 코로나19가 오기 전 하루 평균 100명 정도는 새로운 식당을 구했고, 300명 정도는 원래 일하던 곳에 고정적으로 나갔다. 그런데 지금은 새 일자리는 아예 끊겼고, 원래 일하던 300명 중에도 200명 이상은 일자리를 잃었다.

김씨는 월 6만원 정도 회비를 받고 일자리를 연결해줬는데 그 돈 받을 염치가 없어 구직자들에게 “이번 달은 그냥 쉬는 게 좋겠다”고 권유했다. 연결해줄 자리가 없어 돈을 받지 않겠다는 말이다. 하루 3~4쪽 거뜬히 채웠던 업무일지는 3~4줄 써넣기도 버겁다.

“하루 벌어 하루 먹는 사람들 취업 문의는 오는데 제가 식당에 ‘직원 쓰세요?’라고 전화를 할 수 없어요. 불난 집에 부채질하는 것도 아니고, 장사도 못 하는데 무슨 사람을 쓰냐는 거지.”

16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텅 빈 서울 마포구의 한 삼계탕집 사장이 허공만 바라보고 있다. 이 가게는 맛집 소개 가이드북에 오를 정도로 유명했지만 코로나19 확산 이후 손님이 뚝 끊겼다. 윤성호 기자

신복현(가명·61)씨는 그 불난 집에서 쫓겨나온 사람이다. 그는 박씨 인력사무소를 통해 소개받은 서울 중구 한식집에서 일하다 지난달 잘렸다. 신씨는 그때부터 바닥 경제의 ‘멈춤’을 온몸으로 겪고 있다. 오후 5시부터 10시30분까지 일해 하루 5만~6만원, 한 달 100만원 정도를 벌었는데, 한식집에서 나온 뒤 한 달째 수입 0원 상태다. 나이가 많은 남편 역시 벌이가 없다.

“큰 회사에서 일하면 기본급 몇 퍼센트라도 주겠죠. 하지만 우리 같은 사람은 일 끊기면 바로 어려워지는 거예요. 어디 가서 훔쳐 먹든지, 청량리 같은 데서 뭐라도 주워 먹어야 할 판이에요.”

식당부터 도매업자까지 ‘도미노’

신씨가 일했던 중구 한식집에선 무력감이 느껴졌다. 장소만 다를 뿐 손님 한 명 찾아볼 수 없는 건 박씨 인력사무소와 같았다. 카운터를 지키고 있는 직원의 표정은 싸늘하다. 기시감이 느껴졌다. 그는 박씨가 말한 ‘최소 인원’이다.

“원래 5~6명이 일했는데 2명이 나갔어요. 그분들은 정규직인데도 잘린 거예요. 파출 일당 직원들은 점심, 저녁 장사 때 한 타임당 2명 불렀는데 지금은 아예 안 쓰죠.”

식당으로서도 도리가 없다. 이 식당은 주 고객층이던 관광객이 사라지면서 매출이 10분의 1 수준으로 쪼그라들었다. 가게는 닭볶음탕과 낙지볶음, 황태찌개 등을 팔았다. 음식이 나가지 않으니 주재료인 닭과 해산물을 예전처럼 사다 쟁여둘 이유가 사라졌다. 자연히 도매 업체에서 떼어오는 재료의 양도 줄였다.

그래서 충격은 식당을 고객으로 둔 도매상에게 이어졌다. 중구 한식집에 닭을 납품하던 김택현(가명·34)씨 업체가 도미노 타격을 입었다. 닭 사입량(仕入量)을 줄인 건 한식집만이 아니었다. 김씨가 닭을 대던 서울 마포구 삼계탕집도 주문량을 줄였다. 홍콩, 대만 등에서 오던 손님들이 자취를 감춘 여파다. 김씨가 납품하던 식당 25곳 가운데 5곳은 아예 문을 닫았다.

“평소 닭을 100마리 팔았다면 지금은 20마리밖에 못 팔아요. 처음 상황이 터졌을 땐 재고 때문에 상황이 더 안 좋았어요. 일 터지고 재고는 있는데 닭이 나가지 않으니까 300~500마리는 폐기했어요.”

매출은 반 토막 났다. 지난 1월 1억5000만원이던 매출은 전달 8000만원 수준으로 떨어졌다. 3월은 가늠하기도 두려운 상태다. 거래처 식당들이 어려워지면서 수금까지 밀리고 있다. 그는 “거래처를 가도 다들 죽는다 소리만 하고 있으니 가질 못한다”고 했다. 그간 벌어 놓은 돈이 바닥나면 다음이 없다.

그래서 김씨도 일하는 사람을 줄였다. 닭 작업을 하던 기사 2명 중 한 명은 ‘무급휴업’ 상태다. 다른 직원 4명 가운데 2명도 쉬게 했다. 나머지 2명은 2~3일에 하루씩만 일한다. 30년 넘게 도매상을 한 김씨 아버지는 “IMF 때도 이 정도는 아니었다”고 했다.

사태가 장기화될 것 같아 앞이 캄캄하다. 불안이 가시지 않으면 내수가 살아나지 않고, 외국인 관광객도 만나볼 수 없다. “닭 도매는 여름에 1년치 벌어 먹고사는 건데 이 상황이 이어지면 문제가 너무 커져요.”


이 충격은 식재료를 키워내는 1차 생산 업자에게까지 퍼졌다. 아프리카돼지열병으로 어려움을 겪던 양돈농가들은 당장 생사의 기로에 섰다. 식당에 납품하는 식재료의 양이 줄었고, 개학이 밀리면서 학교 급식도 댈 수 없게 됐다.

경기도 이천의 한 양돈농가 대표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계속 안 좋은 상황이 누적되다 보니 사료값도 내기 어려워 정리하려는 농가들이 슬슬 생기려고 한다”고 말했다.

지리산 흑돈을 키워 유통하는 다산육종은 지난달 식당 부문 매출이 절반으로 쪼그라들었다. 다산육종 박화춘 대표는 “지난해 9월부터 아프리카돼지열병으로 돼지고깃값이 떨어지면서 농가들이 어려워지기 시작했다. 그때부터 지금까지 6개월 동안 우리 업체도 10억원은 적자를 본다고 생각해왔던 게 사실”이라며 “여기에 코로나19로 식당에서 들어오는 매출까지 줄었다”고 설명했다.

다산육종에서 고기를 떼어오던 서울 금천구 식당은 사입량을 절반 넘게 줄였다. ‘사회적 거리두기’ 등으로 회식이 끊기면서 삼겹살, 목살을 찾는 사람이 없어졌다. 주말 손님까지 사라지면서 휴무일을 이틀로 늘렸다. 200만원 선이던 하루 매출은 80만원 밑으로 내려앉았다. 사장은 당장 이번 주 내야 하는 월세 1000만원 때문에 카드대출까지 받았다.

고깃집 사장 김성태(가명·63)씨는 “우리도 어렵지만 쉬는 날이 늘어 가게 직원들도 문제다. 주방장은 한 달에 50만원, 홀 직원들은 한 달 30만원이 없어지는 건데, 당장 생계가 어려운 사람들이라…”며 말을 흐렸다.

연쇄 비명의 고리는 곳곳에 널렸다. 서울 명동의 한 중국집 사장 임우택(가명)씨는 주방 직원 두 명, 홀 서빙 두 명, 배달 두 명을 썼는데 주방 직원 한 명 빼고 모두 내보냈다. 임씨는 “장사도 안 되는데 재료값도 너무 올랐다. 중국산을 못 쓰니 양파 양배추 호박 대파 가격이 확 올랐다. 양파 같은 경우 3배는 뛰었다”며 “필요한 만큼만 조금씩 주문하다 보니 야채가게 사장님이 너무 힘들어졌다”고 말했다.

임씨 가게에 채소를 댔던 정모(66)씨는 매출이 평소 30% 수준으로 떨어졌다. 가스비가 두 달 연체됐고 집세도 밀렸다. 정씨는 “월세 사는데 석 달을 못 내서 120만~130만원을 줘야 한다”며 “주문이 안 들어와 물건도 제대로 가져다 놓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2. “차라리 코로나 걸렸으면” 전 재산 1만6300원 실직 일용직
3. 나만 피해가는 코로나 대책…받은 게 하나도 없다
4. “오늘 밤에라도 당장 돈 줘야” 취약층 생존 한계

전웅빈 김판 임주언 박세원 기자 imung@kmib.co.kr
트위터페이스북구글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