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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만사] ‘이상한’ 나라

전재우 사회2부 부장


마스크는 다른 사람을 위한 배려다. 기침도 하지 않는데 쓸 이유가 없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발생 초기 친구와 점심을 먹으며 했던 주장이다. 코로나19의 확산 속도는 빨랐다. 사람들이 마스크를 쓰기 시작했다. 다른 사람에게 눈총 받기 싫어 가방에 잘 보이게 갖고만 다녔다. 심지어 마스크를 안 쓴 후배에게 주기도 했다.

마스크를 구할 수 없게 됐다. 주변 사람들의 핀잔이 이어졌다. 안경에 김 서리고, 숨쉬기 나쁘고, 사회적 거리 두기를 ‘아주 잘’ 실천 중이라고 강변했다. 하지만 불안이 다가왔다. 혹시 몰라 면 마스크도 구입했다. 그 면 마스크를 어제 가방에서 겉옷 주머니로 옮겼다. 근무하는 건물에 확진자가 다녀갔다. 겉으론 태연하지만 속은 어지럽다. 기침 소리만 들려도 눈길이 가고, 승강기도 혼자 타고 싶다. ‘외부인과 같이 타지 말고 혼자 이용하십시오. 손 세정제를 비치했으니 버튼을 누르기 전후 사용하십시오’라는 아파트 안내문을 보고도 ‘너무 한다’ 싶었는데.

갑자기 나타난 신종 바이러스가 누구로부터 전염되는지 모르고, 어떻게 예방해야 할지 불확실하다. 치료제도 없다. 확률로는 낮지만 죽을 수도 있다. 사람을 만나지 말라 하고, 강제로 상점 문을 닫고, 밤에 돌아다닐 수 없고, 지역이 통째로 통제되기도 한다. 그런데도 코로나19 확진자는 늘어난다. 불확실성에 대한 막연함은 사람을 극단의 상태로 몰아넣기 쉽다.

세계 각국에서 벌어지는 상황은 이를 분명하게 보여준다. 불확실성을 통제한다는 느낌을 갖기 위해 사재기를 한다. 캐나다 토론토에 사는 친구는 SNS에 마트의 빈 진열대 사진을 오늘도 또 올렸다.

불안이 해소되지 않으면 상황의 원인을 찾아 공격한다. 불안 해소가 목적이기에 공격하기 쉬운 원인을 찾는다. 아시아인들이 대상이 됐다. 미국이나 유럽에 살거나 자녀를 유학 보낸 친구들은 인종차별이나 혐오로 이어지지 않을까 걱정이라고 했다.

미국의 의료체제와 개인의 경제 상황도 불안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미국 건강매체 스탯(STAT)의 최근 보도 내용 중에는 한 비영리단체가 미국인 2500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가 나온다. 응답자의 48%가 코로나19 의료비를 처리할 자신이 없거나 낼 수 없는 상태라고 답했다.

비교해보면 우리나라는 이상하다. 한때 세계에서 두 번째로 코로나19 확진자가 많았는데, 그래서 불안이 만연한 게 분명한데 다른 나라와 다르다. 마트 진열장엔 물건이 가득 차 있고, 마스크를 사지 않겠다는 캠페인을 벌이고, 오히려 마스크를 만들어 기부한다. 어렵게 오랫동안 줄을 서서 구매한 새 마스크도 선뜻 이웃에게 내놓는다.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433억여원(3월 11일 기준)을 모았다. 손세정제가 곳곳에 ‘널려’ 있어도 아무도 가져가지 않는다. 장사 안되면 서로 힘들다고 임대료를 낮춰주는 건, 작은 교회 임대료를 지원하겠다는 건, 손 부족하다는 호소에 대구로 달려간 의료진의 행동은 당연한 일인가. 식자층과 정치권의 일부 인사를 제외하면 ‘이상한’ 사람들이 사는 나라다.

코로나19 이후 우리 사회엔 많은 변화가 생길 것이다. 제21대 국회의원 선거를 둘러싼 정쟁까지 겹치면서 반목과 분열이 가중될지 모른다. 비판이 아닌 헐뜯기와 사익만을 추구하는 일부 인사들은 절대 알 수 없는 비밀인데, 이 나라는 늘 ‘이상한’ 국민이 끌고 왔다. ‘이상한’ 나라의 ‘이상한’ 국민과 함께 웃고 울 수 있어서 참 좋다.

전재우 사회2부 부장 jwjeo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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