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서 돌아온 선교사들 ‘진퇴양난’

코로나19 여파에… 귀국 후 머물 곳 없는데 복귀는 기약 없고…

한국세계선교협의회(KWMA)가 설립한 한국 국제재난구호사업추진위원회가 코로나19로 중국에서 귀국한 선교사들을 위해 강화도에 마련한 거주공간 전경. KWMA 제공

중국 티베트족 자치구에서 선교사역 중인 여명(가명) 선교사는 지난달 19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했다. 당시 중국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누적 확진자가 7만2000명(2월 18일 기준)을 넘어설 때였다. 여명 선교사는 한국에 오면 묵었던 서울의 게스트하우스 대신 강화도로 이동했다. 적색 벽돌의 4층 건물이 그가 묵을 곳이었다. 소독 작업을 끝내고 방을 배정받았다. 14일간 자발적 격리에 들어갔다.

한국세계선교협의회(KWMA)는 중국에서 우한발 코로나19가 발생한 직후 교단 선교부와 선교단체에 중국 현지 선교사의 철수 및 안전 대책에 대한 공문을 발송했다. 동시에 중국에서 들어올 선교사들을 위해 이들이 거주할 공간을 마련했다. 교육사업을 하는 원아트홀딩스가 선교사를 위해 사용하던 장소를 제공했다. 강화도에 있는 이 건물은 도로에서 떨어져 있고 30개의 방도 있다. 지난달 15일부터 19일까지 선교사와 가족 10여명이 이곳에 머물렀다.

이번 사업은 KWMA의 독립 연대기구인 한국 국제재난구호사업추진위원회가 진행했다. KWMA는 코로나19가 확산되기 전인 지난 1월 초 정기총회에서 추진위를 출범했다. 김휴성 추진위 본부장은 19일 “선교사의 입국과 이동을 돕고 숙소와 방역 및 개인용품을 제공했다. 강화군보건소와 현장 상황도 공유했다”고 설명했다.

한국 내 주거공간이 없는 선교사들은 귀국하면 숙소가 가장 큰 고민이다. 코로나19로 중국에 대한 반감이 컸던 때라 중국에서 귀국한 선교사들의 고민은 더 컸다. 여명 선교사도 “중국을 떠나기 전 게스트하우스에서 받아 주지 않으면 어떻게 하나 걱정이 앞섰다”면서 “자발적 격리를 할 수 있는 공간은 꿈도 꾸지 못했다”고 말했다.

지난달 15일 강화도 시설에 들어왔던 김야고보 선교사도 “방역 당국의 요청은 없었지만, 교회와 한국사회의 안전을 위해 14일간 격리하는 게 좋다고 판단해 게스트하우스 입소를 스스로 포기했다”면서 “파송 단체에 도움을 요청했더니 KWMA에 연결해 줬다”고 전했다.

지난달 15일 선교사와 가족들의 입주에 앞서 소독하는 모습이다. KWMA 제공

선교사들은 밖으로 나가지 못해 답답한 것 외엔 격리 생활에 큰 불편이 없었다. 14일 격리 기간이 끝나고 자유의 몸이 됐지만, 문제는 또 있었다. 한국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하면서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가 장기화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선교사들은 새로운 주거지를 찾아야 했고 장기 숙박에 따른 경제적 부담까지 안게 됐다.

여명 선교사는 “같은 시설에 있다가 중국으로 돌아간 선교사들로부터 ‘당분간 중국에 들어오지 말라’는 소식을 들었다. 한국에서 들어온 사람들에 대한 중국 당국의 감시가 엄중해졌다고 했다”며 “언제 돌아갈지 기약이 없는 상태”라고 했다.

다행히 KWMA에 사정을 얘기해 중국에 돌아갈 때까지 해당 시설에 묵을 수 있게 됐다. 선교사들은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선교사들의 안전을 위한 대책 매뉴얼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일단 재난이 발생하면 선교사들을 한국으로 피신시킬 수 있는 장치가 필요하다. 선교사들이 기간에 상관없이 머물 수 있는 공간도 확보해야 한다.

김 본부장은 “기독교대한감리회는 강화도 시설에 담당자를 파견해 선교사들의 안전을 위해 적극적으로 협력했다”면서 “교단과 단체들이 선교사들을 위해 협력하는 좋은 사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서윤경 기자 y27k@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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