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서 발묶인 탈북민 ‘코로나 삼중고’

교통 차단·공안 검열 강화… 의심 증상에도 진료 못받고 의료품 등 지원 받으며 버텨

탈북민들이 중국 내 은신처에서 식사하는 모습. KBS 방송화면 캡처

자유를 찾아 떠난 탈북민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중국에 발이 묶이며 극심한 불안과 고통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21년 전 탈북해 새터민 사역을 펼치는 이빌립 서울 열방샘교회 목사는 22일 국민일보와 통화에서 “코로나19가 확산되면서 중국 내 일부 지역 교통망이 차단되고 공안과 보건 당국의 검열이 심해져 탈북민들이 이동은커녕 숨어 지내는 것도 힘겨워졌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공안에게 붙잡힐 것에 대한 불안감, 북송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큰 탈북민들이 코로나19로 인한 건강의 위협까지 받으면서 삼중고를 겪고 있다”고 설명했다.

신분 노출이 곧 생명의 위협과 직결되는 탈북민들은 코로나19와 비슷한 증상이 나타나도 병원에서 진료를 받을 수 없다. 이 목사는 “인신매매를 당해 중국인에게 팔려 간 탈북여성의 경우 질병에 걸렸을 때 중국인이 여성을 공안에 신고하기도 한다”며 “코로나19가 전 지역으로 확산되면서 탈북여성의 불안감이 극심해졌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최근 중국에 있는 활동가로부터 공안이 가가호호 돌며 타지에서 온 사람들을 조사하는 통에 숨어 지내야 할 거처를 이중 삼중으로 마련하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다”며 “식량 구하기도 어려운 판국에 신변 보호를 위한 비용까지 늘어나게 된 셈”이라고 안타까워했다.

중국 주재 한국대사관이나 영사관의 도움을 구하기도 힘들다. 정베드로(북한정의연대 대표) 목사는 “최근 대사관 앞에도 무장한 중국 공안의 경비가 삼엄해 접근하기가 어렵다는 소식을 들었다”고 전했다. 정 목사는 “특히 어린 자녀들과 함께 탈북한 사람들은 상황이 더 열악하다”며 “몇몇 루트를 통해 의료품과 영양품이 지원되고 있지만, 그마저도 제약이 심해져 코로나19 사태가 속히 지나가기만을 바라고 있다”고 소개했다.

새터민 사역자들은 탈북민들의 안전과 이들에 대한 지속적 관심을 위해 기도해달라고 요청했다. 정 목사는 “전 국민이 코로나19로 힘겨운 시기를 보내고 있지만, ‘강도 만난 자’로서 신앙을 붙든 채 한국행을 염원하는 탈북민들의 상황을 기억해 달라”고 호소했다.

최기영 기자 ky710@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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