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한 주간 원·달러 환율이 코로나19 여파로 27원 이상 급등했다. 한 시민이 22일 서울 중구 명동에 위치한 사설 환전소 앞을 지나가고 있다. 권현구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따른 ‘거꾸로 경제 성장’이 현실화되고 있다. 1·2분기에 이어 올해 전체 성장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기 시작했다. 이 경우 1998년 외환위기 이후 처음으로 연간 마이너스 성장을 찍게 된다. 전문가들은 장기전 대비를 주문한다. 동시에 취약한 경제주체들의 유동성 위기에 적극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22일 블룸버그 등에 따르면 영국 경제분석기관인 ‘캐피털 이코노믹스’는 올해 한국의 실질 국내총생산(GDP) 증감률을 -1.0%로 전망했다. 지난달 말 전망치(1.0%)보다 2% 포인트나 떨어뜨렸다.

한국의 올해 1분기 마이너스 성장은 기정사실화하는 분위기다. 일본의 노무라증권은 한국의 1분기 성장률을 전분기 대비 -3.7%로 내다봤다. 영국 옥스퍼드이코노믹스(-1.4%)와 바클레이스(-1.3%) 등도 낮춰 잡았다. 그나마 전분기 대비 성장을 전망한 HSBC는 0.3%, 소시에테제네랄은 0.1%로 예상했다.

각 기관이 전망치를 계속 낮추는 건 코로나19의 장기화 때문이다. 한국 경제는 코로나19 사태가 없었더라도 올 1분기 마이너스 성장 위험이 다분했다. 민간 부진으로 성장률을 거의 정부 재정이 떠받치고 있는데, 연초는 돈이 이제 막 풀리는 시기라 상대적으로 효과가 적은 탓이다. 이런 가운데 코로나19까지 터지면서 엎친 데 덮친 격이 됐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20일 외신기자간담회에서 “1분기 마이너스 성장도 배제할 수 없다”고 언급했다. 더 큰 문제는 2분기다. 정부 안팎에서는 1분기 역성장을 기록해도 2분기에는 반등을 기대했다.

하지만 코로나19가 장기화되고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으로 확산되면서 1·2분기 연속 역성장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두 분기 연속 성장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하면 경기 침체 신호로 본다. 영국 정보제공업체 IHS는 올 2분기 한국 GDP가 0.7%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다. 국제신용평가사 피치도 2분기 -0.9%로 전망했다.

한국의 연간 성장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한 때는 2차 석유파동이 있었던 1980년(-1.6%)과 외환위기 때인 1998년(-5.1%)뿐이다. 전문가들의 전망은 점점 어두워진다. 블룸버그가 경제분석기관 및 투자은행(IB) 이코노미스트를 상대로 조사한 결과 한국이 향후 12개월 안에 경기 침체에 빠질 확률이 33%로 집계됐다. 지난 1월 조사에서는 18%였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는 “현 상황에서는 일단 경제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는 게 중요하다”면서 “외환시장의 달러와 금융권 내 원화 유동성의 공급을 원활하게 만들어 주는 게 급선무”라고 말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피해가 심각한 업종 등을 대상으로 원리금 상환 부담을 낮추는 등 보다 집중적인 금융지원이 이어져야 한다”고 주문했다.

박재찬 양민철 기자 세종=전슬기 기자 jeep@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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