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경의 열매] 장요나 (18) 낡고 부서진 화장실 바닥에 숨겨 둔 ‘하나님 말씀’

교회 재건 위해 공산화 이전 교회 찾다 홀로 남아 성경책 읽는 목사 만나 고초·외로움 위로하며 함께 기도

장요나 선교사(가운데)가 1992년 베트남 동나이성 떤힙마을에서 무너진 교회를 재건하기 위해 기공식 준비를 하고 있다.

하노이에서 호찌민으로 내려올 때 가졌던 기대 중 하나는 남쪽에는 교회가 더 많이 남아있을 거라는 희망이었다. 나는 숨어서 신앙을 지키고 있는 목사와 신자들을 찾아 교회를 재건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기도하며 호찌민 시내 땅 밟기를 하고 있던 어느 날, 어디선가 찬송가 ‘나 같은 죄인 살리신’ 아코디언 연주 소리가 들리는 것이 아닌가. 결혼식에서 한 남자가 축하곡을 연주하고 있었다. 설레는 마음으로 다가가 옆구리를 찌르며 “당신 크리스천이냐”고 물으니 살짝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나트랑 신학교를 나온 전도사로, 아코디언 연주로 생계를 유지하고 있었다. 그래도 그는 식장에서 성가를 연주하며 믿음을 지키고자 애썼다. 그는 공산화되기 전 교회들의 자료들을 갖고 있었다. 우리는 동역자가 되어 자료에 나온 주소지를 가지고 샅샅이 찾기 시작했다.

호찌민의 B교회도 그렇게 발품을 팔다 발견했다. 교회는 오랫동안 방치된 채 잡초가 우거져 있었다. 입구 쪽에 붙어 있는 붉은 글씨의 경고문을 보니 섬뜩했다. 그간 기독교인들이 당한 고난이 어떠했을지 짐작이 갔다.

그냥 지나칠 수 없어 그 자리에 무릎을 꿇고 기도했다. 그러다 갑자기 등골이 오싹하며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뒤쪽에서 사람의 기척이 느껴졌다. 이미 그 사람은 내 뒤에 바짝 서 있었다. 그리고 “지금 기도를 하셨나요” 하고 물었다.

체념하고 뒤돌아서는데 그 남자가 내 손을 덥석 잡았다. 이어 믿기지 않는 말을 들려줬다. 자신은 공산화되기 전 이 교회를 담임했던 C목사인데 홀로 남아 교회를 지키고 있다고 했다.

C목사가 아무 말 없이 나를 화장실로 데려갔다. 화장실 역시 낡고 부서졌으나 벽은 온전히 세워져 있어 바깥과 단절돼 있었다. 그는 화장실 문을 열더니 땅을 파고 그 속에서 뭔가를 꺼냈다. 바로 성경책이었다. 그는 성경책을 교회 화장실 바닥에 묻어놓고 매일 와서 꺼내본다고 했다. 썩은 내가 진동하고 벌레가 우글거렸지만, 하나님의 말씀을 볼 수 있으니 얼마나 감사한지 모른다고 했다.

나는 C목사를 끌어안고 엉엉 울었다. C목사는 25년 이상 이런 고초를 겪었으니 얼마나 힘들고 외로웠을까. 그때부터 매일 시간을 정해놓고 교회에서 함께 기도했다. 그러나 그것도 오래가지 못했다. C목사가 화장실에서 성경을 읽다가 경찰에 붙잡혔기 때문이다.

답답한 마음에 교회 울타리를 붙잡고 기도하는데 누군가 말을 걸었다. 베트남으로 관광 온 한국인들이었다. 관광 가이드로 두 사람과 함께 호찌민의 명소를 돌고 함께 식사했다. 그분들은 나를 처음 만난 곳이 너무 황폐한 게 이상했던 모양이다. 그래서 그곳이 원래 교회였다는 것과 목사님이 교회를 어떻게 지켰는지 이야기했다. 그러자 그들은 선뜻 교회를 건축하겠다고 나섰다. 마음에 어려움이 있어 베트남 여행을 왔는데 교회를 지음으로써 하늘의 위로를 받고 마음의 평화를 얻고 싶다고 했다. 그렇게 해서 호찌민에 교회가 건축되기 시작했다.

정리=김아영 기자 singforyou@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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