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갑에 출마한 태구민 미래통합당 후보가 지난 21일 강남구 도산공원에서 한 주민과 주먹인사를 하고 있다. 태 후보는 주민등록상의 이름으로 출마해야 해서 본명 ‘태영호’를 쓰지 못했다. 태구민 캠프 제공

“강남에서 선거를 뛰려고 청바지를 새로 샀습니다.”

지난 21일 서울 강남구 선거사무소에서 만난 태구민(태영호) 미래통합당 강남갑 후보는 “강남 지역 주민들이 제 외모와 패션에 큰 관심을 보이는 점에 깊은 인상을 받았다”며 이같이 말했다.

태 후보는 “선거운동을 하면서 양복바지를 입고 나가니 주민 한 분이 ‘젊은층에게 다가가려면 청바지를 입어야 한다’고 해서 바로 청바지를 사 입었다”고 했다. 또다른 주민은 ‘강남 사람들은 자존심이 강해 청바지보다는 품격있는 양복바지를 좋아한다’고 말해 태 후보는 새로 장만한 청바지와 양복바지를 하루씩 번갈아 입으며 선거운동에 나선다.

태 후보는 이날 청바지에 회색 운동화를 신고 압구정동 로데오거리, 갤러리아백화점 인근을 돌아다녔다. 마스크와 면장갑을 낀 상태로 열심히 명함을 돌렸다.

주민들은 마스크를 쓴 태 후보를 알아보지 못하다가 명함을 보곤 깜짝 놀랐다. 한 주민이 “어이쿠, 태 공사님이세요”라며 반가워하자 태 후보는 “안녕하세요. 태구민입니다. 좋은 하루 되세요”라고 답했다. 5명가량 경호원이 주변을 지켰지만 주민들은 전혀 신경쓰지 않고 태 후보를 맞았다.

엘리트 외교관으로 주영 북한공사였던 태 후보는 사선을 넘어 2016년 8월 귀순했다. 태 후보는 “정말 우리 지역 유권자의 한 표 한 표가 얼마나 귀중하고, 표를 얻는 게 얼마나 힘든 일인지 새삼 느끼고 있다”고 소감을 전했다.

베일 속에 가려져 있던 태 후보의 가족들도 선거에 큰 도움을 주고 있다. 태 후보가 처음 출마 의사를 밝혔을 때 자녀들은 강하게 반대했다. 태 후보는 “귀순하면서 남은 삶은 북한에 두고 온 친척과 형제들을 위해 살기로 결심했었다. 배지 하나 달자고 하는 일이 아니다”고 설득했다. 아버지의 비장한 의지에 두 아들도 이젠 선거를 적극 돕는다.

태 후보 부인 오혜선씨는 북한 최고 특권층인 항일 빨치산 가문 출신이다. 귀순 후 오씨는 신변안전 문제 등으로 공개활동을 피해 왔다. 하지만 오씨 역시 최근 남편의 선거를 돕기 위해 매일 선거사무소로 나온다.

태 후보는 “선거란 상대방이 있는 게임이자 무조건 승리해야 하는 전쟁”이라고 강조했다. 선거 캠프를 둘로 나눠 지상전사령부는 지역주민들을 직접 만나는 대면활동, 공중전사령부는 소셜미디어를 활용한 선거운동을 담당한다. 태 후보가 지역주민들에게 연락을 받고 직접 찾아가 민원을 듣는 활동은 ‘태딜리버리’라는 이름으로 정했다.

강남갑 지역 현안에 대해 그는 부동산 재건축, 종합부동산세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강남의 정말 오래된 아파트를 보면서 화려하다고 생각했던 이 지역에 이면이 있음을 새롭게 느꼈다”며 “저를 선택해주신다면 제가 강남을 강남답게 만들어보겠다”고 말했다. 이어 “과도한 재건축 규제를 합리적 수준으로 현실화해 강남 지역 주민들의 삶의 질이 개선되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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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헌 기자 kmpaper@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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