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성수 금융위원장이 24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코로나19 금융시장 안정화 방안을 설명하고 있다. 김지훈 기자

국내 기업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의 세계적 확산에 따른 위기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몸부림을 치고 있다. 더 이상 피할 곳이 없는 벼랑 끝에 선 기업들엔 ‘비상경영’이란 말도 한가롭게 느껴진다. 운영 인력을 절반으로 줄이는 기업이 나타나는가 하면 임원들이 자발적으로 임금을 반납하는 업체들도 잇따르고 있다.

아시아나항공은 ‘잔인한 봄’을 예고했다. 코로나19로 승객 수요가 뚝 떨어지면서 전대미문의 타격을 입은 탓이다. 아시아나항공은 24일 “생존을 위한 특단의 자구책을 실시한다”며 “4월 인력을 50% 수준으로 운영한다”고 밝혔다.

지난달 비상경영을 선포했던 아시아나항공은 다음 달 모든 직원이 최소 15일 이상 무급휴직에 들어간다. 이달에는 최소 10일 이상 무급휴직을 실시했는데, 4월에는 기간을 더 늘린 것이다. 일반직·운항승무원·객실승무원·정비직 등으로 한정됐던 휴직대상은 조직장까지 확대했다.

아시아나항공은 “코로나19로 국제 여객 노선이 공급좌석을 기준으로 약 85% 축소됐다. 4월 예약률도 전년 대비 90% 감소한 수준”이라며 “최소 70% 이상 수준의 유휴인력이 발생해 불가피하게 전 직원 무급휴직 확대라는 특단의 조치를 취하게 됐다”고 밝혔다.

아시아나항공 임원들은 4월부터 총 60%의 급여를 반납한다. 이미 모든 임원이 일괄사표를 제출했고, 지난달부터 급여 반납(사장 40%, 임원 30%, 조직장 20%)에 나섰다. 이달에는 급여 반납률을 사장 100%, 임원 50%, 조직장 30%로 높인 바 있다.

노선 축소 및 중단 등으로 생존의 기로에 선 항공업계에서 이런 움직임은 흔한 일이 됐다. 이달 초 에어서울과 에어부산은 대표이사를 포함한 임원직이 사직서를 제출했다. 에어서울은 대표를 비롯해 임원, 부서장 등이 이달 급여를 100%로 확대해 반납하기로 했다. 에어부산과 제주항공, 이스타항공도 임원진 또는 임직원의 급여 반납 및 삭감 조치를 시행하고 있다.

정유업계의 사정도 크게 다르지 않다. 코로나19 여파로 제품 수요가 줄면서 원유와 제품가격이 모두 떨어졌고, 정제마진이 대폭 감소하면서 재고 관련 손실이 누적됐기 때문이다.

현대오일뱅크는 비상경영체제를 시행하기로 했다. 강달호 사장을 비롯한 전 임원이 급여 20%를 반납하기로 했다. 경비예산 최대 70% 삭감 등 불요불급한 비용도 전면 축소한다고 밝혔다. 이로써 현대중공업그룹은 조선 계열사는 물론 현대건설기계, 현대일렉트릭, 현대글로벌서비스 등 전 계열사 임원들이 급여 반납을 실시하게 됐다.

공기업들도 줄줄이 임금을 반납한다. 한국수력원자력은 이번 달부터 정재훈 사장을 비롯한 본부장급 임원의 4개월간 급여 30%를 반납한다고 밝혔다. 처·실장급과 부장급 이상 1000여명도 일정 범위의 임금을 4개월간 반납한다. 반납한 재원은 지역경제 살리기와 취약계층 지원을 위해 쓰인다.

연구·개발(R&D) 기관인 한국산업기술평가관리원(KEIT), 한국산업기술진흥원(KIAT), 한국에너지기술평가원(KETEP) 기관장도 급여 반납에 동참한다. 이들 기관 기관장은 코로나19 사태 해결을 위한 재원 확충을 위해 4개월간 급여 30%를 반납한다.

한국지역난방공사는 23일 공기업으로는 처음으로 임원급 연봉 10%를 반납한다는 결정을 내렸다.

박구인 강주화 기자 capta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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