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이 지구촌을 강타하면서 전염병에 대한 대중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1918~1920년에 대유행한 스페인 독감은 당시 16억명이었던 세계 인구 3분의 1을 감염시키고 5000만명 넘는 목숨을 앗아가며 역대 최악의 전염병 가운데 하나로 기록됐다.

그런데 이름 때문에 스페인 독감이 스페인에서 발원했다고 오해하는 사람들이 많다. 스페인 독감과 관련해 1918년 3월 미국 중부 캔자스 등의 미군 기지에서 첫 발병이 보고된 후 수백명이 전염된 것이 오랫동안 첫 사례로 알려져 왔다. 이후 미군이 5~6월 1차대전이 벌어지던 유럽으로 건너간 후 여러 나라에서 심각한 합병증을 동반한 독감으로 사망하는 사례가 이듬해까지 이어졌다. 당시 독감 피해에 대해 미국이나 프랑스 등 참전국들에선 언론 검열이 이뤄져서 전혀 보도되지 않았다. 중립을 유지하던 스페인 언론만 독감 피해를 다룬 것이 스페인에만 환자가 많다는 오해를 낳아 ‘스페인 독감’이라는 명칭이 붙게 됐다.

이런 사정 때문에 20세기 이후 스페인 독감이 아니라 ‘미국 독감’이라고 불러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그런데 연구가 거듭될수록 그 발원은 미궁에 빠졌다. 1917년 말 오스트리아 그리고 프랑스에 있던 영국군에서도 독감이 보고됐다는 조사가 나왔기 때문이다. 2005년이 되어서야 스페인 독감이 조류독감의 일종으로 인플루엔자 A형 바이러스 변형인 H1N1 바이러스에 의해 발병한다는 것이 밝혀졌다. 스페인 독감과 유사한 질환의 예방과 치료에 결정적 도움이 됐음은 물론이다.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의 발원지를 놓고도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코로나19의 첫 환자는 지난해 12월 초 중국 우한에서 나온 것으로 여겨지면서 한동안 ‘우한 폐렴’으로 불렸다. 세계보건기구(WHO)는 낙인효과를 우려해 2015년부터 병명에 지역 이름을 넣는 것을 피하고 있는 만큼 임시로 ‘novel coronavirus(2019-nCoV)’라는 용어를 사용하다가 지난달 11일 ‘COVID-19(코로나19)’로 명칭을 공식 확정했다.

그런데 중국은 자국에서 코로나19가 점차 잦아들자 우한이 발원지가 아니라는 것을 강조하고 나섰다. 나아가 미국이 코로나바이러스를 퍼뜨렸다는 음모론을 제기하고 나섰다. 이에 발끈한 미국은 중국이 발원지라는 것을 계속 강조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코로나19를 각각 ‘중국 바이러스’ ‘우한 바이러스’로 부른 것이 대표적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코로나바이러스가 중국에서 시작됐다는 의미라고 강변해도 ‘중국 바이러스’는 미국에서 아시아계 비하로 받아들여졌다. 실제로 한국인 등 수많은 아시아계가 최근 인종차별 및 혐오에 시달리고 있다.

게다가 코로나19 발원지가 중국인지 여부도 불확실하다. 이탈리아 밀라노 소재 마리오 네그리 약학연구소 소장 주세페 레무치는 최근 미국 공영라디오방송(NPR) 인터뷰에서 지난해 11월 이탈리아 북부 롬바르디아에서 노인들에게 ‘매우 이상하고 심각한 폐렴’이 발생했었다고 밝혀 비상한 관심을 모았다. 이탈리아는 24일 기준으로 누적 확진자 수가 6만9176명을 기록하며 중국에 이어 2위를 기록하고 있으며 사망자 수도 6820명에 달한다. 특히 롬바르디아 지역이 가장 피해가 심각한데, 레무치 소장의 말이 정확하다면 코로나19가 우한에서 롬바르디아로 전파됐다는 기존 생각과 반대가 된다.

코로나19의 발원지를 놓고 싸우는 것은 어리석은 짓이다. 발원지로 낙인을 찍어 타격을 입히려는 더러운 의도 외엔 없기 때문이다. 중요한 것은 발원지를 찾는 것이 아니라 발원 원인을 밝혀내 피해를 최소화하고 예방하는 것이다.

장지영 문화스포츠레저부장 jyja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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