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23세 이하(U-23) 남자축구 대표팀 선수들이 지난 1월 26일 태국 방콕의 라자망갈라 국립 경기장에서 열린 2020 아시아축구연맹(AFC) U-23 챔피언십 결승전에서 사우디아라비아를 누르고 우승컵을 차지한 뒤 환호하고 있다. AP뉴시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2020 도쿄올림픽이 1년 연기되면서 한국 23세 이하(U-23) 남자축구 대표팀에 때 아닌 비상이 걸렸다. 내년 만 24세가 되는 1997년생 선수들이 연령 제한 규정 탓에 올림픽에 나설 수 없어서다.

1896년 근대 올림픽 출범 이래 처음으로 올림픽이 연기되면서 U-23 대표팀을 둘러싼 우려도 현실이 됐다. 남자축구는 올림픽 종목 중 유일하게 출전 선수 나이 제한 규정이 있으며, 내년엔 1998년생이 상한선이다. 도쿄행 티켓을 확보하는 과정에서 대표팀의 중추로 땀 흘린 1997년생 선수들로선 난감한 상황에 처하게 된 것이다.

현재 김학범 감독이 이끄는 U-23 대표팀엔 총 11명의 1997년생 선수들이 있다. 원두재 이동경(이상 울산), 김진규 이동준(이상 부산), 김대원 정승원 정태욱(이상 대구) 이유현(전남), 강윤성(제주), 김동현(성남), 송범근(전북)이 그들이다. 이들 외 합류가 유력한 백승호(독일 다름슈타트)도 내년엔 만 24세다. 올림픽만 바라보던 선수들은 허탈한 마음이다.

1월 아시아축구연맹(AFC) U-23 챔피언십 최우수선수(MVP)에 선정된 원두재는 데뷔 후 일본 J2리그에서만 뛰어 이름을 알릴 기회가 없었다. 그만큼 이번 올림픽에 나서는 각오가 남달랐다. 그는 25일 울산 구단을 통해 “올림픽을 통해 제 존재를 팬들에게 각인하고 싶었는데 너무 아쉽다”며 “리그도 연기돼 지금으로선 할 수 있는 준비를 철저히 하며 기다릴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U-23 챔피언십 결승전 결승골을 넣었던 중심 수비수 정태욱도 “올림픽에 참가하고 싶은 마음이 굉장히 컸기에 너무 안타깝다”며 “아직까지 100% 공지된 게 없어 좀 더 지켜보겠다”고 밝혔다. 주전 우측 풀백 이유현도 “올림픽 최종 명단에 들기 위해 묵묵히 제 위치에서 최선을 다하고 있었다”며 “올림픽이라는 큰 대회에서 뛰는 게 꿈이었기에 많이 기대한 게 사실인데 저희 세대 모두가 뛸 수 없다면 정말 많이 아쉬울 것”이라며 말끝을 흐렸다.

각국 상황이 한국 대표팀과 마찬가지라 이번 올림픽에만 연령 제한에 예외를 두자는 논의도 이어질 전망이다. 그라함 아놀드 호주 U-23 대표팀 감독은 24일 호주 브리즈번 타임즈를 통해 “도쿄올림픽에 한해 나이 제한을 23세에서 24세로 올려야 형평성에 맞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대한축구협회와 대표팀 관계자들은 일단 국제축구연맹(FIFA)과 IOC의 움직임을 지켜보겠단 입장이다. 축구협회 관계자는 25일 “FIFA나 다른 루트들을 통해 확인 중이지만 아직까지 공식적인 논의는 없다”며 “FIFA와 IOC의 움직임을 기다려본 뒤 의견을 낼 상황이면 낼 것”이라고 말했다. 김학범 감독도 “참가 연령 등 대회 연기에 따른 규정이 정리되는 걸 차분히 기다리고 향후 계획을 정리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올림픽을 주관하는 건 IOC지만 축구에선 FIFA 권한이 크다. 애초 올림픽 연령 제한 도입을 이끈 주체도 FIFA다. 즉 FIFA가 나서야 선수들이 구제받을 수 있다. FIFA는 올림픽 연기 결정 직후 성명에서 “올림픽 연기에 뒤따르는 모든 핵심 문제들을 (IOC에) 전달하기 위해 이해관계자들과 협력할 예정”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동환 기자 hua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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