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양수산부가 위치한 정부세종청사 5동 복도에 24일부터 낯선 하얀색 플라스틱 통이 설치됐다. ‘의료 폐기물 수거함’이라고 적힌 이 통은 사용한 마스크와 비말이 묻은 휴지를 담기 위한 용도로 쓰인다. 처리도 민간 전문 인력이 담당한다. 일반 쓰레기와 달리 밀폐한 용기를 특수 차량으로 운반해 안전하게 처분한다.

25일 기준 코로나19 확진자가 29명이나 나온 해수부 사정을 고려하면 당연한 일이다. 코로나19 바이러스가 묻어 있을 수도 있는 쓰레기의 처리를 소홀히 할 수는 없다. 집단 감염이 발생한 사무실의 경우 휴지통에 평상시처럼 버려도 될 폐기물이 아닌 것이다.

다만 설치 시점이 문제다. 해수부에서 처음으로 확진자가 발생한 것은 지난 10일이다. 이후 우후죽순처럼 번져나갔다. 해수부 전 직원이 검사를 받으면서 감염자 수는 연일 늘었다. 그 과정에서 재택·2교대 근무 등 유연근무제가 실시되기는 했지만, 해수부 사무실 전체가 텅 빈 적은 없었다. 오염된 폐기물이 언제든지 나올 수 있던 구조였다. 이런 상황인데도 의료 폐기물 수거함은 첫 확진자 발생 이후 2주가 지나서야 가동됐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에 나선 셈이다.

정부청사관리본부의 뒤늦은 처사가 추가 확진자를 불렀다는 비판에서도 자유롭지 못하다. 정부세종청사 내 쓰레기통은 정부청사관리본부 소속 미화원들이 치운다. 청소를 담당하는 이들 중 확진자가 나왔다는 점이 문제다. 5동 담당 미화원 중 2명의 확진 사례가 나왔다. 두 사람 모두 해수부가 위치한 5동 4층을 담당하고 있었다.

이들의 감염 경로를 섣불리 특정할 수는 없다. 하지만 직무 특성을 고려하면 ‘쓰레기통’이 감염원일 가능성이 높다. 25일 정부청사관리본부 관계자 역시 “역학조사관이 마스크 등 비말이 묻은 쓰레기를 치우는 과정에서 걸렸을 수 있다는 지적을 해서 설치하게 됐다”고 밝혔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사회적 거리두기’를 포함해 과하다 싶을 정도의 신속한 대응이 필요하다고 연일 강조한다. 하지만 정부청사관리본부의 인식은 정 총리 주문만큼 신속하게 바뀌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세종=신준섭 기자 sman321@kmib.co.kr
트위터페이스북구글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