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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천지로 드러난 이단의 민낯… 또 얼굴 바꿔 나타날 것”

부친 뒤이어 27년째 이단 대처 사역 탁지원 현대종교 소장

탁지원 현대종교 소장이 지난 24일 서울 중랑구 사무실에서 이단들의 진화하는 포교 전략과 대응 방안을 이야기하고 있다. 송지수 인턴기자

탁지원(52) 현대종교 소장이 앉은 자리 뒤로 수많은 서류철이 도서관 서가처럼 책장을 빼곡히 채우고 있었다. 부친 고 탁명환 소장 때부터 수십 년간 모아온 이단 관련 자료들이다. 부친의 뒤를 이어 27년째 이단·사이비 대처 사역을 하는 탁 소장은 그동안 연구하며 모아 온 이들 자료를 전산화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한국교회와 공유해 현대종교가 혹시 문을 닫더라도 이단에 대처하는 데 보탬이 됐으면 하는 마음에서다.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이 전국으로 확산하면서 신천지예수교증거장막성전(신천지·교주 이만희)의 실체와 폐해가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2014년에는 세월호 사건으로 구원파 집단의 반사회성과 이단성이 드러났다. 한국교회와 사회는 이를 통해 뭘 배우고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지난 24일 서울 중랑구 사무실에서 탁 소장을 만났다.

-코로나19 사태로 신천지의 실체가 백일하에 드러났다. 감회가 남달랐을 것 같다.

“수십 년간 고생하며 이단의 실체를 알려 왔는데 불과 한 달여 만에 더 많은 것이 드러나니 만감이 교차하더라고요. 하나님께서 때를 보여주신 것 같아요. 이번 사태로 사람들이 이단을 경계하고 경각심을 갖게 된 것은 감사하지만, 한국교회의 부족함도 함께 드러난 것 같아 아쉽습니다. 하지만 위기가 곧 기회가 되리라 봅니다.”

-지난 2일 열린 이만희 교주의 기자회견은 어떻게 봤나.

“내부 결속을 다지기 위한 기자회견이었다고 봅니다. 신천지 신도들은 자신들을 보호하고자 절까지 한 이만희를 보며 오히려 더 단단해졌을 겁니다. 이만희 사후 등장할 2인자 등 신천지 내부에서 일어날 ‘포스트 이만희’ 체제도 미리 엿볼 수 있어 씁쓸한 마음을 갖고 지켜봤습니다.”

-코로나19 사태 이전에는 신천지 같은 이단들이 어떤 양상을 보였나.

“10~20년 전만 해도 이단들은 길거리나 집집마다 다니며 포교를 했습니다. 하지만 신천지는 교회 내부로 침투해 공동체를 미혹하는 수법을 썼습니다. 청년뿐 아니라 청소년, 심지어 미취학 어린이까지 포교 대상을 확대했습니다. 국제봉사단으로 위장해 청년들에게 다가가고, 어린이집이나 대안학교로 위장해 지역 사회에 영향력을 확대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스마트폰 사용이 가능해진 군대도 사각지대입니다. 요즘 이단들은 사회봉사 등을 통해 세상의 빛과 소금의 역할을 감당하는 것처럼 보이려 총력을 기울입니다. 가짜는 진짜같이 살고, 진짜는 가짜같이 사는 시대인 것 같아 안타깝습니다.”

-신천지 등 이단들은 앞으로 어떻게 달라질까.

탁 소장(왼쪽)이 형제 사이인 탁지일 현대종교 이사장 겸 부산장신대 교수(가운데), 탁지웅 성공회 신부와 함께 길을 걷고 있다. 현대종교 제공

“탁지일 부산장신대 교수의 분석이 대답이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탁 교수는 이단들은 위기 후 조직의 와해, 내부 분란, 안정적 후계 구도 정착으로 인한 역성장, 독자조직으로의 분파 등의 양상을 보인다고 분석했습니다. 통일교, JMS, 하나님의교회 등의 사례에 대한 학습효과로 이단의 출몰은 멈추지 않고 더 강해질지도 모릅니다. 포교 방식도 길거리 같은 오프라인이 아닌 SNS 등을 통한 온라인 위주로 변모할 겁니다. 동방번개가 대표적이고요. 신천지도 일반인을 대상으로 취미나 인문학 강의처럼 종교색이 없는 활동으로 위장해 다가가는 ‘맞춤형 포교방식’으로 진화할 겁니다.”

-이단에 빠지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마스크 쓰고 손 씻는 등 개인위생을 지키는 것만으로도 대부분의 바이러스 예방이 가능한 것처럼 검증과 경계, 예방만으로도 이단 문제는 대처 가능합니다. 우유 마실 때 유통기한 확인하듯 종교적 관계를 맺을 땐 쉼표 한번 찍어보길 바랍니다. 정확한 교단의 이름과 대표자의 배경을 확인한 뒤 관계해야 합니다. 교회도 이단경계주간을 시행한다든지 해서 수시로 이단의 포교방법을 확인해 성도들에게 주지시켜줘야 하고요. 아이들부터 어른에 이르기까지 눈높이에 맞는 이단 교육을 평생 한두 번이라도 받을 수 있도록 돕는 것도 필요합니다.”

현대종교를 설립한 탁명환 소장의 생전 모습. 현대종교 제공

-한국교회에 필요한 역할은.

“이만희도 한때는 이단의 피해자였습니다. 한국교회가 이단 피해자들을 잘 품어 올바른 교육을 통해 회심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합니다. 이단 관련 사역자들을 양성하고 이단 상담소가 역할을 극대화할 수 있도록 돕는 것도 필요합니다. 아직 늦지 않았다는 마음으로 섬김과 나눔을 실천하고 건강한 삶의 공동체를 이뤄가도록 노력해야 하고요.”

-이단 대처를 위해 한국교회가 정부나 사회와 협력해야 할 부분은.

“이번 사건을 계기로 한국사회와 정부, 교계, 이단연구 기관이 밀접한 관계를 맺어 이단 문제에 함께 대처할 필요가 있습니다. ‘사이비종교특별법’ ‘사이비종교규제법’ 같은 법 제정도 필요합니다. 종교의 자유에 반국가적·반사회적 이단 집단이 포함돼 ‘방종’을 일으키지 않도록 새롭고 구체적인 법규가 마련될 수 있기를 소망합니다.

치열한 영적 전쟁의 시대에 우린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께서 다 이겨놓은 싸움에 분명한 마침표를 찍어야 합니다. 본질인 성경 말씀을 토대로 각 교회와 이단연구 단체들의 정보가 모여 이단과 관련해 분명한 ‘지피지기’가 이뤄진다면 마지막 때에 하나님 나라가 이 땅에 더욱 확장될 것입니다.”

임보혁 기자 bosse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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