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전진이 기자

검찰이 25일 디지털 성범죄 특별수사 태스크포스(TF)를 신설하고 이른바 ‘박사방’ 사건에 대한 본격 수사에 나섰다. 검찰은 박사방 운영자 조주빈(25)씨를 비롯해 범행에 적극 가담한 가해자들과 공모자들을 밝혀내는 작업에 착수할 계획이다. 법조계에서는 텔레그램 메신저 방에서 “(아동·청소년 성착취) 영상을 더 올려 달라”거나 올라온 영상에 호응하는 등 적극적 태도를 보인 경우 공범으로 엄중 처벌될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서울중앙지검 디지털 성범죄 특별수사 TF는 이날 조씨를 경찰에서 송치 받고 기록 검토에 돌입했다. TF는 여성아동범죄조사부장을 총괄팀장으로 강력부와 범죄수익환수부, 출입국 관세범죄전담부까지 4개 부서로 구성됐다. 검사 9명, 수사관 12명 등 총 21명이 투입됐다. 윤석열 검찰총장은 디지털 성착취 사건에 대해 “반문명·반사회적 범죄”라며 “검찰의 모든 역량을 집중하라”고 지시했다.

조씨는 이날 오전 8시40분쯤 서울중앙지검에 도착해 오전 11시 부장검사급인 인권감독관과 화상 면담을 가졌다. 인권감독관은 수사 과정에서 가혹행위 등은 없었는지 물었고, 조씨는 “없었다”고 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조씨는 점심을 먹고 오후 2시30분쯤 서울구치소로 이송됐다. 이르면 26일 첫 검찰 조사를 받을 전망이다.

검찰은 조씨를 포함해 텔레그램 메신저 방 참여자 간에 지휘체계가 있었는지, 적극 가담한 회원들은 누구인지 밝혀낼 계획이다. 영상 제작에 참여하거나 지시를 받은 자, 적극 유포한 자 등에 대해서는 범죄단체 조직죄를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영상 제작·유포에 가담하지 않았더라도 돈을 내고 ‘유료방’에 입장한 경우 처벌될 수 있다. 최진녕 법무법인 이경 대표변호사는 “이용자들이 돈을 내면서 범죄자금을 대준 것과 마찬가지”라며 “자금이 영상들을 만드는 데 도움이 됐다면 방조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박사방’에는 무료로 이용하는 이른바 ‘맛보기 방’도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아동·청소년 성착취 영상을 내려받아 자신의 휴대전화에 저장한 경우 기본적으로 처벌 대상이다. 내려받지 않고 스트리밍(인터넷 실시간 재생) 형식으로 시청했더라도 “영상을 더 올려 달라” “이런 내용의 영상은 없나” 등 적극적으로 대화를 나눈 경우 공범으로 엄중 처벌받을 수 있다. 검찰의 한 관계자는 “영상을 요청했다는 등의 사정은 단순히 시청과는 상황이 많이 다르다. 범행에 공모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맛보기 방에서 아무 얘기나 행동을 하지 않고 단순히 ‘눈팅’한 경우는 처벌이 어려울 수 있다. 현행법은 아동·청소년 관련 음란물을 소지한 경우 1년 이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하도록 한다.

디지털 성범죄를 철저히 근절하려면 이런 입법 공백부터 메우는 게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온라인 스트리밍 기술은 동영상을 소지한 것과 다름없이 이용이 가능하도록 발전한 상황이다. 법무부는 여성가족부 등과 협의해 아동·청소년 음란물을 실시간 시청하는 행위도 처벌할 수 있도록 법률 개정을 적극 추진·지원하기로 했다.

한편 전남 여수에선 ‘n번방’ 사진을 가지고 있다며 자수한 20대가 음독해 병원으로 이송되는 일이 벌어졌다. 24일 오후 11시40분쯤 A씨(28)가 “n번방 사진을 가지고 있다”며 여수경찰서에 자수했다. 이 지역 직장인인 A씨는 “박사방 운영자 조씨 검거로 n번방 사건 관련 음란물 소지자 처벌 촉구 여론이 높아지자 불안했다”고 진술했다. 경찰 조사 과정에서 얼굴이 파래지는 청색증을 보인 A씨는 “경찰서에 오기 전에 음독했다”고 밝혔다.

나성원 기자, 여수=김영균 기자 naa@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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