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의겸 전 청와대 대변인은 재테크든 선거든 일단 크게 베팅하는 타입이다. 그는 지난해 청와대 대변인으로 재직 중인 상태에서 전 재산을 긁어모으고, 빚까지 내 서울 흑석동 재개발 상가 주택을 매입했다. 매년 재산신고를 해야 하는 고위공무원들은 웬만해서 이런 대담함을 갖기 어렵다. 총선에서도 ‘묻고 더블로 가는’ 승부사 기질이 그대로 드러난다. 불명예 퇴진 채 1년도 되지 않아 ‘군산의 대변인’이 되겠다며 여당 지역구 국회의원에 도전했다. 더불어민주당도 눈치는 있는지, 그를 경선조차 붙여주지 않았다. 하지만 ‘고르디우스의 매듭’을 단칼로 끊어내는 과단성으로, 여당을 떠나 ‘여권 참칭’ 급조 비례정당인 열린민주당으로 말을 갈아탔다. 그는 그 당에서 비례대표 후보 4번을 받았다.

같은 당 소속 최강욱 전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은 비장한 ‘호위무사’다. 정봉주 전 의원의 주장에 따르면 그는 문재인 대통령의 ‘칼’이다. 본인 자신도 출마 선언 첫 문장에 “대통령을 지키겠다”고 썼다. “바위처럼 굳건한 소나무” “불굴의 호랑이” 등 일본 사무라이 영화 주인공이나 쓸 법한 멋진 표현도 동원했다. 최 전 비서관은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아들의 가짜 스펙 의혹에 연루돼 기소된 뒤에도 이례적으로 사퇴하지 않고 버텼다. 그러다 비례대표 출마 공직자의 사퇴시한인 지난 16일 돌연 SNS에 ‘사퇴의 변’을 밝혔다. 재판에 넘겨지고도 53일이나 버티며 부담을 주던 그가 갑자기 “더 이상 대통령에게 부담을 드리는 일이 없어야 한다”고 했다. 그도 얼마 뒤, 비례 2번을 받았다.

원래 연동형 비례대표제는 소수 정당의 원내 진입을 돕자는 취지로 마련됐다. 거대 양당은 이 제도를 갈기갈기 찢어 누더기로 만들었고, 그 틈새로 열린민주당이라는 희귀한 정당이 탄생했다. 두 전직 참모는 “기회는 평등, 과정은 공정, 결과는 정의로울 것”이라는 대통령의 국정 철학을 철저히 배반하고, 누구보다 영악하게 당선 가능성부터 따졌다. 그런 얄팍한 처신에 대한 비판엔 대통령을 방패로 삼았다. 김 전 대변인은 문 대통령과 백두산 천지 앞에서 찍은 사진을 SNS에 올리며 이렇게 썼다. “제 인생에서 가장 좋았던 장면입니다. 다시 모시고 가고 싶습니다. 꼬~옥.”

하지만 그들이 ‘대통령 지킴이’를 자처하지 않아도 대통령 곁엔 이미 여당이 있고, 여당용 비례정당인 ‘더불어시민당’도 있다. 결국 열린민주당이 기댈 수 있는 건 ‘조국 마케팅’뿐이다. 어차피 비례대표 정당 투표는 여권 지지자들을 두고 벌이는 제로섬 게임, 아직 ‘조국’을 버리지 못한 극성 지지자 표를 뺏어 와야 원내 입성이 가능하다. 열린민주당의 이런 선거공학이 중도층을 이탈하게 하고, 대통령에게 부담을 준다는 걸 김 전 대변인과 최 전 비서관도 모르진 않을 것이다. 그래도 이들은 ‘대통령 지키기’와 ‘조국 구하기’를 어지럽게 뒤섞으며 선거 캠페인을 이어갔다. 청와대는 결국 “두 사람의 출마는 청와대와 무관한 개인적 선택”이라는 공식 입장을 밝혀야 했다. 청와대 참모 사이에서는 “대통령을 판다” “괘씸하다”는 분노가 폭발 직전이다.

두 사람은 돌아오기엔 너무 멀리 갔다. 당명부터 정체성을 담아, 승부사처럼 대담하고 호위무사처럼 비장하게 지었어야 한다. 원조 민주당마저 손가락질하는 열린민주당이 아니라 ‘가자!조국수호당’ ‘가자!조국연대’ 같은 것이었다면 그들이 강조하는 ‘선명성’에도 딱 맞고, 가나다순으로 정해지는 투표용지에서 윗자리를 차지할 수 있지 않았을까. 비례정당 난립으로 투표용지 길이만 66㎝가 될 거라고 한다. 투표용지 어중간한 곳에 박혀 있을 그 정당, 거기에 자신의 정치적 판돈을 다 갖다 바친 자칭 ‘대통령의 사람들’을 생각하니 가소로움을 견딜 수 없다.

임성수 정치부 차장 joylss@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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