텔레그램에 ‘박사방’을 열고 미성년자를 포함한 여성들을 대상으로 성착취 범죄를 저지른 조주빈(25)이 지난 25일 오전 서울 종로구 종로경찰서에서 검찰로 송치되는 가운데 경찰서 앞에서 조주빈 및 텔레그램 성착취자의 강력처벌을 요구하는 시민들이 손피켓을 들고 있다. 뉴시스

텔레그램에서 ‘박사방’과 유사한 미성년자 성착취 대화방 ‘태평양 원정대’를 운영한 10대 청소년이 경찰에 붙잡혀 구속 송치됐다. ‘태평양’이라는 닉네임을 사용한 이 운영자의 나이는 16세에 불과했다. 앞서 송치된 ‘박사방’ 운영자 조주빈(25·구속)씨는 무려 12개의 죄명, 38권 1만2000쪽 분량의 기록과 함께 검찰로 넘겨진 것으로 확인됐다.

서울지방경찰청 사이버안전과는 지난달 20일 텔레그램 대화방 ‘태평양 원정대’를 운영하며 아동 성착취물 등을 유포한 이모(16)군을 구속해 검찰에 송치했다고 26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이군은 조씨의 ‘박사방’에서 운영진으로 활동했다. 그러던 중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2월까지 ‘태평양’ 닉네임을 사용하며 대화방을 별도 운영했다. 이 대화방에는 최소 8000명에서 최대 2만명이 가입한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이 대화방을 운영할 때 이군은 중학교 3학년이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군은 또 경찰이 본격적인 수사에 들어가자 올 1월부터 회원들에게 텔레그램보다 한층 더 보안이 강화된 ‘와이어’라는 메신저로 이동하라고 공지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에 따르면 텔레그램보다 더욱 폐쇄된 메신저인 와이어는 특정 대화방의 링크를 받는 등 초대를 받지 못하면 아무런 대화에도 참여할 수 없다. 이군은 와이어에서도 대화방을 주도하며 성착취 동영상 등을 유포한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 관계자는 “이군은 송치했지만 동일한 대화명을 사용하는 사람이 성착취물 등을 유포할 가능성도 있어 예의주시하고 있다”며 “발견 즉시 수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검찰은 이날 서울중앙지법 형사20단독 오덕식 부장판사에게 이군의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음란물 제작·배포 등) 혐의 첫 공판을 연기해 달라고 기일연기 신청서를 제출했다. 이군의 첫 공판은 오는 30일 열릴 예정이었지만 관련 사건을 수사 중인 경찰이 이군의 관련 혐의를 추가 포착함에 따라 검찰이 첫 재판 연기를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중앙지검 디지털 성범죄 특별수사 태스크포스(TF)는 서울구치소에 수감 중인 조씨를 불러 조사했다. 경찰 조사 단계에서 선임한 변호인이 사임하면서 조씨는 이날 변호인 없이 조사를 받았다. 기본적인 인정신문, 성장배경 및 범행 전 생활, 송치된 혐의내용 전반에 대한 인정 여부가 조사됐다. 조씨는 묵비권을 행사하지 않고 비교적 많은 진술을 했다.

조씨는 오전 10시20분부터 오후 7시30분까지 조사를 받고 조서열람까지 마친 뒤 오후 9시쯤 서울구치소로 돌아갔다. 법조계는 검찰이 조씨의 구속기간을 연장하며 최대 20일간 추가 수사를 벌일 것이라고 예상한다. 조씨의 죄명이 12개에 달하는 데다 넘겨진 기록이 별책을 포함해 38권 1만2000쪽에 이를 정도로 방대하기 때문이다. 조씨는 27일에도 검찰에 소환된다. 검찰 관계자는 “건강상태가 양호하고 수감생활에도 문제가 없다”고 설명했다.

황윤태 나성원 기자 trul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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