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한 전 세계 금융시장의 패닉은 일단 진정되는 모습이다. 코로나 감염으로 인한 실물경제의 피해가 확인되지 않은 만큼 안심하기는 매우 이르다. 하지만 금융자산의 무차별적 투매와 신용 경색으로 요약되는 1차 충격은 끝나는 듯하다. 최대 공로자가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라는 데 별 이견이 없다. 경제 붕괴를 막기 위해 ‘필요한 모든 조치(whatever it takes)’를 하겠다는 연준의 선언이 시장의 공포를 잠재우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 중앙은행이 금융 안정의 최후 보루이자 최종 대부자(the last resort of lender)임을 행동으로 보여줬다.

한국은행의 행보는 대조적이다. 공포에 파랗게 질려 금융시장이 붕괴 직전까지 갔는데도 한은의 존재감은 미미했다. 코로나19가 확산일로이던 지난달 27일 한은 금융통화위원회가 금리를 동결한 사실을 지적하는 게 아니다. 이주열 총재가 현재 같은 저금리 상황에서 금리 인하가 별 효과가 없다고 판단했을 수도 있다. 그렇더라도 피해 산업과 대상에 대한 핀셋형 유동성 공급 방안 등 대안을 내놓았어야 했다. 근본적으로는 시장의 불신과 불안을 누그러뜨릴 중앙은행의 강력한 의지를 보였어야 했다. 며칠 뒤 미 연준이 예상을 넘는 큰 폭의 금리 인하를 단행해 한은의 상황 판단력에 대한 의구심만 커졌다. 한은법 규정을 이유로 난색을 보인 회사채와 기업어음(CP) 매입 문제도 한은이 너무 소극적이라고 지적할 수밖에 없다. 국책은행에 대한 자본금 출자 등 여러 우회로를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한은은 2016년 조선·해양산업 구조조정에 이런 방식으로 자본확충펀드를 만들어 ‘한국판 양적완화’를 한 경험이 있다. 평상시에도 한은 통화정책에 대한 시장의 신뢰는 바닥이었다. 이번 코로나 위기에서 한은의 몸 사리기와 우왕좌왕은 도를 넘었다. 많은 국민이 이제 한은의 존재 이유를 묻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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