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일본 도쿄의 식료품점에서 바구니를 든 남성이 텅 빈 선반을 바라보고 있다. 도쿄시민들은 전날 밤 도쿄도지사가 코로나19 폭발을 우려하며 오는 주말 집에서 나가지 말라고 촉구하자 이날 음식과 생필품 사재기에 나섰다. AP연합뉴스

일본 정부가 도쿄올림픽 연기가 결정된 지 이틀 후인 26일 코로나19 관련 정부 대책본부를 설치했다. 수도 도쿄에서는 신규 확진자 수가 연일 최대치를 경신했고, 일본 내 감염이 폭발할 가능성이 높다는 전문가 보고서도 나오면서 불안감이 고조되고 있다.

NHK는 일본 정부가 코로나19에 대응하기 위해 정부 차원의 대책본부를 설치했다고 보도했다. 이날 오전 정부 산하 전문가회의에서 “코로나19 만연 우려가 높다”는 보고서를 승인한 데 따른 조치다. 아베 신조 총리가 대책본부장을 맡았다.

대책본부장에게는 ‘긴급사태’ 선포권이 주어진다. 긴급사태가 선언되면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권한이 강화되고 외출 자제나 휴교 등의 조치를 내릴 수 있다. 아베 총리가 조만간 긴급사태를 선언할 가능성이 높다고 NHK는 전했다. 코로나19 대응에 소극적이라는 지적을 받았던 일본 정부가 대응 강도를 눈에 띄게 높인 것이다. 대책본부는 이날 회의에서 한국발 입국자를 대상으로 한 ‘2주 격리조치’를 한 달 더 실시하기로 했다. 또 한국인에 대한 90일 이내 무비자 입국 정지, 기발급된 비자효력 중단 조치도 연장할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정부의 기조 변화는 전날부터 감지됐다. 고이케 유리코(사진) 도쿄도지사는 25일 밤 긴급기자회견에서 “코로나19 감염자 수가 폭발할 수 있는 중대 국면”이라며 “가급적 재택근무를 하고 야간 외출을 삼가며 불필요한 외출을 자제해 달라”고 호소했다. 그러면서 “지금과 같은 상태를 그대로 방치해 환자 수가 급증할 경우 도시 봉쇄 조치를 취할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

고이케 지사의 경고는 도쿄시민들의 사재기 파동으로 이어졌다. 슈퍼마켓과 대형마트 주변에는 개점 전부터 식료품을 사기 위해 길게 줄을 선 시민들의 모습이 포착됐다.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시민들은 가게 문이 열리자마자 쇼핑용 카트에 냉동식품, 컵라면 등을 쓸어담았다.

도쿄에서는 전날 41명의 확진자가 발생한 데 이어 이날도 하루 최다인 47명이 확진 판정을 받았다. 가나가와현 등 도쿄와 가까운 지자체에서도 급하지 않은 외출은 삼가라는 성명이 발표됐다.

확진자 수가 크게 늘어난 시점이 올림픽 연기 결정 직후부터라는 점에서 일본 정부가 의도적으로 진단검사를 축소 실시했다는 의혹도 커지고 있다. 하토야마 유키오 전 일본 총리는 트위터에 “올림픽 성사를 위해 감염자 수를 적어 보이게 만들었고, 도쿄시는 코로나19 확산을 통제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게 해서 잔소리를 피해 왔지만 올림픽 연기가 결정되자마자 이런 퍼포먼스를 시작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블룸버그통신은 유난히 감염자 수가 적은 일본의 상황을 지적하며 “일본이 총알을 피한 것인지 아니면 맞기 직전인지 알 수 없다는 게 문제”라고 보도했다. 시부야 겐지 킹스칼리지런던 교수는 “일본에서 진단검사 횟수가 늘어나고 있지만 여전히 충분하지 않다”고 말했다.

이형민 기자 gilels@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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