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세상은 코로나19 이전과 이후로 구분될 것이라는 말이 나오고 있다. 그 정도로 코로나 사태가 미치는 파장이 크다. 인류 역사를 돌이켜 보면, 그 이전과 이후를 나눠야 할 정도로 세상을 바꾼 요소들은 적지 않다. 최근 100년을 돌이켜 보더라도 세계대전을 비롯해 각종 뉴미디어 등장, 정보 혁명 등이 이에 해당한다. 모든 변화가 바람직한 것은 아니지만 이런 것들은 인간에 의한 변화이기 때문에 통제될 수 있다는 믿음이 있다.

그러나 전 세계적으로 번지고 있는 코로나로 인해 인류 문명이 휘청이는 모습을 보면서 많은 사람이 불안과 공포에 잠기고 있다. 멀리는 이탈리아 폼페이시를 묻어버렸던 베수비오 화산 폭발이나 14세기 유럽을 휩쓸던 흑사병, 가까이는 동일본 대지진과 미국 캘리포니아 대지진에 이르기까지 인간의 힘으로 어쩔 수 없는 재앙들도 분명히 있다.

이러한 자연의 재앙 앞에서 인간의 힘이 미약하게 느껴지는 것은 오히려 당연할 것이지만, 그 재앙으로 인한 피해를 더욱 심각하게 만들었던 것이 인간의 공포심이었다는 역사의 교훈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나만이 재앙을 회피하려 할 것이 아니라 함께 힘을 모으면 극복할 수 있다는 믿음을 지켜야 할 것이다.

코로나로 인해 바뀌는 가장 중요한 요소는 인간의 마음이다. 과거의 사스나 메르스 등과 달리 엄청난 전파력을 갖고 있으며 일부 국가의 치사율이 높아지는 것도 우려스럽지만, 코로나에 대한 두려움으로 과거 흑사병 환자들을 도시에 들이지 않고 방치했던 것처럼 잘못된 결정을 내리는 것도 유의해야 할 점이다.

코로나 확산을 철저하게 막아야 한다. 잠시 확진자 증가세가 둔화됐다고 해서 방심할 경우 걷잡을 수 없는 사태가 벌어질 수 있다. ‘사회적 거리두기’를 강조하고 있지만, 일상에서 벗어난 기간이 장기화되면서 지친 사람들이 적지 않다. 나는 괜찮겠거니 생각하면서 교회에 나가고, 꽃구경 다니다가 이웃에게 옮기고, 또 다른 이웃에게 전파하는 일이 반복돼서는 안 될 것이다.

하지만 코로나에 대한 과도한 두려움으로 세상과 단절되고, 이웃과의 소통이 없어지고, 심지어 주변 사람들을 적대시하는 태도가 확산되는 것은 더욱 위험하다. 이미 미국 등 일부 국가에서는 아시아인에 대한 인종 혐오적 태도들이 나타나고 있다. 국내에서도 특정 교단이나 특정 지역에 대해 원망 섞인 시선들이 적지 않다. 매우 위험한 현상이다.

코로나로 인해 바뀌는 또 하나의 요소는 사회질서다. 당장은 코로나가 극복되기까지 잠정적으로 기업의 재택근무, 학교의 온라인 강의 등을 대안으로 선택하지만, 이러한 변화가 코로나 이후에 어떤 파급효과를 미칠 것인지는 예측하기 어렵다. 실제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로 인해 수많은 기업이 도산 위기를 겪으면서 기업문화가 바뀌었고, 수많은 가정이 영향을 받았듯 코로나 사태가 장기화할 경우 그 파장은 우리 사회 전반에 깊숙이 침투하게 될 것이다.

당장은 우리 모두의 건강과 생명이 우선일 수밖에 없다. 하지만 전 세계적인 코로나 사태가 진정되기까지 예상보다 많은 시간이 소요될 경우에는 경제 문제가 더욱 심각해질 수밖에 없다. 심지어 1930년대의 세계적 대공황에 유사한 사태가 벌어질 수 있다는 우려까지 나온다. 이 모든 우려의 근저에는 우리가 겪어보지 못한 일들에 대한 불안감이 있다. 향후 코로나 사태가 어떻게 진행될 것인지 예측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분명한 것은 백신이 개발되기까지 향후 1년이 고비라는 점이고, 그동안 우리가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따라 우리의 미래가 달라질 것이다.

코로나에 대한 공포로 스스로 무너지지 않기 위해 적어도 이웃과의 소통, 세상과의 소통을 소홀히 하지 말아야 한다. 코로나의 원인으로 특정 지역, 특정 집단을 희생양으로 삼아서도 안 될 것이다. 사스와 메르스의 경험이 이번 사태에 큰 도움이 되지 못한 원인을 분석하면서 유사 사태 재발 방지를 위해 체계적으로 준비하는 것도 중요하다. 코로나 사태로 야기된 문제들은 병마가 수그러들면 끝나는 것도 아니고, 자연스럽게 원상복구되지도 않는다. 우리는 코로나의 극복뿐만 아니라 그 이후를 함께 준비해야 한다. 세상을 바꾸는 것은 바이러스가 아니라 인간의 마음이라는 점을 명심하면서.

장영수 (고려대법학전문대학원 교수·헌법학)
트위터페이스북구글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