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시장에 시세보다 수억원씩 값싼 매물이 나오기 시작하면서 수도권 아파트 매매가격이 하락세로 돌입했다. 현장에서는 친족간의 비정상 거래나 개인 사정에 의한 급매물이라는 해석이 나오는데도 시장이 요동친 것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사태와 정부 부동산 규제 강화라는 변수가 어떤 식으로 작용할지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시장의 불안감이 커졌기 때문이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3월 마지막주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 변동률은 -0.01%를 기록했다. 2019년 6월 첫주 이후 처음으로 하락세로 들어섰다. 특히 강남 3구가 시세 하락을 주도했다. 거래량은 여전히 적지만 강남(-0.12%)과 송파(-0.17%), 서초(-0.04%) 일대 아파트 매매가격이 모두 내려갔다. 강남 3구는 최근 3주간 지속해서 하락세를 이어갔지만 이번 주 낙폭을 키우면서 가까스로 보합세를 유지하던 서울 전체 매매 가격을 하락세로 돌렸다.

아파트 매매 가격 하락의 원인과 지속성을 놓고 전문가들의 평가는 엇갈린다. 하지만 최근 강남 3구에서 이른바 ‘대장주’로 불리는 아파트가 시세보다 수억원씩 낮은 급매물이 나온 시점부터 매매가격 하락세가 가팔라진 것은 분명하다. 지난 12일 송파구 잠실동 리센츠 아파트 84㎡가 시세보다 5억원 가까이 낮은 16억에 거래된 사실이 알려진 후 3주차 매매가격은 강남(-0.01%) 송파(-0.08%) 서초(-0.03%) 등으로 0.01~0.02% 수준이었던 1주차에 비해 하락 폭이 커졌다.

급매물이 대부분 친족간 거래 등 시세와는 연관성이 없는 매물로 밝혀졌지만, 시장은 심리적으로 요동쳤다. 중개업자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KB국민은행 서울 매매가격 전망지수는 3월 99를 기록했다. 이 지수는 KB국민은행이 전국 중개업소 4000여곳을 조사해 발표하는 지표로 지수가 100보다 낮으면 2~3개월 후 집값이 하락할 것이란 대답이 많았다는 뜻이다. 이 지수가 100 이하로 떨어진 것은 지난해 6월 이후 9개월 만에 처음이다.

시장은 그동안 정부의 부동산 규제 강화의 영향으로 매매가격 하락은 예상된 상태에서 그 시기가 언제인지, 하락폭은 어느 정도일지를 예의주시해왔다. 그러던 차에 인근 아파트 시세에 큰 영향을 주는 대장주 아파트에서 일부 급락 매물이 나오자 부동산 시장 일각에서 ‘하락장이 시작됐다’는 신호로 받아들인 것으로 보인다.

물론 아직 이들의 불안감이 시장 실제 가격까지 좌우할만한 상황은 아니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코로나19 사태의 영향으로 매물이 줄면서 매매 가격이 소폭 하락하는 시점에 우연히 급매물이 나왔다는 분석이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대학원 교수는 “시장의 불안 심리가 시세에 영향을 줄 정도는 아니고 당분간 하락 폭도 더 커지지는 않을 것”이라며 “코로나19 사태가 장기적으로 끼칠 영향을 예의주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택현 기자 alle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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