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국민일보DB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올해 상반기 정규직 전환 발표를 앞둔 항공사 승무원 인턴들의 실직 두려움이 절정으로 치닫고 있다.

이들은 “지난 1~2년간 실제 직원처럼 일해 왔는데 하필 정규직 전환 시기에 회사가 어려워져 가장 먼저 잘리는 것 아니냐”고 우려한다. 공개채용에 합격해도 최대 2년의 비정규직 기간을 겪은 후 정규직이 될 수 있는 항공업계 관행이 근본적인 문제라는 지적도 나온다. 대한항공은 최근 인턴들에게도 무급휴직 신청을 받은 것으로 파악됐다.

30일 대한항공에 따르면 대한항공은 이달 중순부터 지난 29일까지 객실 승무원 인턴을 대상으로 무급휴직 신청을 받았다. 이달 초에 근무기간 2년 이상인 객실 승무원에 한해서만 무급휴직을 신청받았는데, 대상 범위를 인턴직까지 확대한 것이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연차일수가 적은 2년차 이하 직원들이 휴직 문의를 해 추가 신청을 받았다”고 설명했지만, 업계에선 코로나19에 따른 경영악화로 휴직 대상 범위를 확대했다고 보고 있다.

국내 항공업계 1위인 대한항공의 인턴에게까지 휴직 카드가 오면서 다른 항공사 인턴들은 그야말로 ‘바람 앞 촛불’ 신세와 다름없다는 분위기다. 진에어와 이스타항공은 다음 달 인턴 승무원의 정규직 전환 여부를 발표한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5월에 발표할 예정이다.

허희영 한국항공대 경영학과 교수는 “특별한 결격사유가 없으면 대부분 정직원으로 전환시키는 게 일반적이지만 지금은 항공사들이 기존 직원도 내보낼 정도로 어려운 상황이어서 인턴까지 챙기기 힘든 상황”이라고 봤다.


실제 제주항공은 지난달 말 정직원 전환 대상 인턴 20여명 중 약 70%만 정직원으로 채용해 역대 최저 전환율을 보였다. 일각에선 코로나19 사태 영향이라고 분석했지만, 제주항공은 “해당 기수가 특별한 경우였고, 최근 정규직 여부가 발표 난 다음 기수는 전환율이 90%”라며 부인했다.

티웨이항공은 고심 끝에 지난 24일 인턴 20여명 전원을 정직원으로 전환 결정했다. 티웨이항공 관계자는 “이번 위기를 전 직원이 분담한다는 차원에서 결정 내렸다”고 설명했다. 다만 올 하반기에 정규직 여부가 결정되는 다음 기수 인턴의 전환 결과는 코로나19 피해 정도에 따라 불분명하다.

인턴들은 장기간 기간제 계약이 당연시되는 관행이 문제라고 토로한다. 지난해 상반기 한 저비용항공사(LCC)에 입사해 오는 6~7월 정규직 여부가 결정되는 김모(32)씨는 “상사에게 ‘예정과 달리 인턴 다수를 잘라야 할지도 모른다’는 얘기를 들었다”며 “인턴기간을 길게 두는 것 자체가 회사의 갑질인데 힘든 시기에 인턴부터 피해를 받는다니 허탈하다”고 말했다. 대형항공사 인턴 B씨(23)도 “지금처럼 회사가 위기에 처했을 때 쉽게 대응하기 위해 인턴기간을 길게 둔 게 아닌지 의심될 정도”라고 말했다.

노광표 한국노동사회연구소장은 “비행 안전을 위해 승무원에 대한 면밀한 적성·인성 평가가 필요하다고 해도 인턴기간은 채용과정에서 미처 발견하지 못한 결격사유를 파악하기 위한 수단으로 둬야 하는데 1~2년은 과하다”며 “비정규직을 합법화하는 수단으로 악용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과 같은 위기에 취업수당 지원을 받는 등 방식으로 최대한 인턴직을 보호해야 한다”며 “항공사의 위기를 젊은층에 전가하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안규영 기자 kyu@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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