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되면서 바이러스의 실체를 파고든 책들이 주목받고 있다. 사진은 바이러스 관련 책들이 전시된 서울 한 대형서점의 매대. 뉴시스

중국 우한에서 괴질 폐렴이 돈다는 이야기가 전해진 건 지난해 12월 초였다. 중국 정부는 그달 31일이 돼서야 세계보건기구(WHO)에 이 소식을 보고했다. 1월 9일, 우한 위생건강위원회는 우한에서 폐렴 환자 41명이 발생했다고 밝혔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의 확산을 알리는 신호탄이었다. 한데 당시 우한 위생건강위원회는 코로나19의 심각성을 낮잡아봤다. 이 기관은 “사람 간 전파가 확인되지 않았고 의료진 감염도 없으며 사망자도 없다”고 발표했다.

그 다음에 펼쳐진 상황은 모두 알고 있다. 코로나19는 국경을 넘어 지구촌 곳곳으로 퍼졌다. 의학 기술이 발전했지만 인류는 코로나19와의 싸움에서 고전하고 있다. 이유는 무엇일까. 김우주 고려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전염병과의 싸움은 정보 전쟁”이라고 말한다. “미생물의 움직임을 예의주시하며 데이터를 축적시키는 것 말고는 방법이 없다. 전염병이 돌 때 대책회의를 하면 이미 늦다. …공중보건은 치밀한 데이터가 있느냐 없느냐에 따라 결정된다. 정치 논리가 배제된 철저히 과학적인 영역이라고 할 수 있다.”


김 교수의 이 같은 주장은 그가 최근 내놓은 신간 ‘신종 바이러스의 습격’(반니)에 담겨 있다. 코로나19 탓에 서점가에는 바이러스의 특징이나 팬데믹의 역사를 정리한 책이 쏟아져 나오고 있는데, ‘신종 바이러스의 습격’ 역시 그런 책들 중 하나다. 이 책에는 코로나19의 파워를 실감케 만드는 내용과 개인이 할 수 있는 바이러스 방어 전략, ‘코로나 Q&A’ 등이 실려 있다.

책에서 눈여겨봄 직한 부분은 마스크 착용의 중요성을 강조한 대목이다. WHO는 호흡기 증상이 없을 때는 마스크를 쓰지 말 것을 권장한다. 하지만 김 교수의 생각은 다르다. 그는 “코로나19의 무증상 감염이 가능하다는 점에 비출 때 자신의 병을 인지하지 못한 감염자가 마스크를 쓰지 않고 돌아다닌다면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썼다. 이어 “코로나19의 감염은 비말(기침이나 재채기를 할 때 입에서 나오는 작은 물방울) 전파가 주요 경로이므로, 일반인들에게는 평상시에 마스크 쓰기를 실천하는 게 가장 좋은 대처법”이라고 적어두었다. 에어로졸 감염(공기 전파)은 크게 걱정할 필요가 없다. 공기 전파를 염려하는 이들은 버스 극장 비행기 등 밀폐된 공간에 환자와 잠깐 있는 것만으로도 감염될 수 있을 거로 생각하는데 이는 사실과 다르다고 한다.

1950년대 미국 공중보건국은 머지않은 미래에 지구상에서 전염병이 사라질 것으로 낙관했다. 그러나 예상은 빗나갔다. 70년대 말부터 에이즈, 에볼라, 사스, 신종플루, 메르스 등 신종 전염병은 끊이지 않고 발생하고 있다. 김 교수는 “신종 감염병이 언제 어디서 나타나도 이상하지 않을 만큼 빈번해진 오늘날, 코로나19가 진정된 이후에도 반드시 감염병 예방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고 당부한다.


코로나19 관련해 주목할 만한 또 다른 신간으로는 미국 논픽션 작가 타일러 J 모리슨이 쓴 ‘코로나19: 우리가 알아야 할 사실들’(열린책들)을 꼽을 수 있다. 일종의 ‘코로나 가이드북’이라고 할 수 있는 이 책은 지난 1월 미국에서 출간되자마자 아마존 킨들 베스트셀러에 등극했다. 저자는 WHO와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 등이 발표한 내용, 언론 보도 등를 엮어서 코로나19와 관련된 각종 정보를 집대성했다. 손 씻기 등 상식처럼 자리 잡은 코로나19 예방책이 많이 등장하는데, 특이하게 여겨지는 조언도 적지 않다.

화장실 물을 내린 뒤 꼭 변기 뚜껑을 닫으라는 당부가 대표적이다. 작은 소변 방울을 통해 바이러스에 감염될 수 있어서다(실제로 지난 2월 11일 중국 보건 당국은 이 같은 감염 경로가 실재한다는 사실을 발표했다). 대다수 국가에서는 자가 격리 기간을 14일로 정해두고 있는데, 이런 지침에 대해서도 의문을 제기한다. 코로나19 병원체가 감염자 호흡기에서 37일이나 생존한 적이 있기 때문이다. 독감 예방 접종을 독려한 대목도 귀담아들을 만하다. 저자는 “(독감 주사가 코로나19를) 예방하지는 못하지만 면역 체계가 저하되는 것을 피할 수 있다”며 “이는 코로나19 환자들과 함께 병원에 있는 상황을 피하도록 도울 것”이라고 말한다.

이 밖에도 책에는 코로나19를 둘러싼 온갖 가짜뉴스를 각개격파한 내용도 담겨 있다. 가령 따뜻해지면 바이러스가 생존할 수 없다는 주장이 많은데, 이것은 사실이 아니다. 바이러스로 인한 피해가 봄이나 여름에 덜 나타나는 이유는 날씨가 좋을수록 사람들이 밀폐된 공간에서 시간을 덜 보내기 때문이다.

‘코로나19…’이 미국에서 출간될 당시 미국의 코로나19 피해는 미미했었다. 저자는 “미국 내의 감염 위험이 낮은 것으로 보이지만 상황은 언제든 변할 수 있다”고 적어뒀는데, 이 같은 경고는 현실이 됐다. 책에는 코로나19 피해가 심각한 나라들의 상황을 하나씩 살핀 부분도 등장한다. 저자는 한국을 다룬 챕터에 “3월 13일 기준, 한국은 약 20만명의 사람들을 테스트했다”며 “증가는 계속되지만 증가 추세는 둔화되고 있다. (한국은) 치사율 약 0.8%로 아주 낮은 비율을 유지하는 거의 유일한 국가”라고 치켜세웠다.

박지훈 기자 lucidfall@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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