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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경의 열매] 장요나 (24) 불길 속 서러움에 “하나님 저를 통닭 만드시렵니까”

화재 현장서 빠져나오며 회개… 베트남 종교성, 체류허가서 내주며 병원·학교 하나씩 더 세워달라 요청

장요나 선교사(가운데 오른쪽)가 2015년 5월 베트남 정부 사무실에서 썬판안 빠콤(PACCOM) 장관(왼쪽)과 NGO 사역에 대한 회의를 하고 있다.

불길은 지하에서 시작돼 6층까지 번졌다. 옥상으로 가려고 문을 여는 순간 처음보다 더 짙어진 연기에 눈을 뜰 수가 없었다. 옥상으로 가는 것도 포기했다. 기도하려고 하는데 갑자기 서러움이 북받쳤다.

“하나님 저를 통닭처럼 만드시렵니까. 저를 식물인간에서 살려주실 땐 베트남 땅에서 순교하라고 하시지 않으셨습니까.”

그때 천장이 무너지는 것 같은 큰 소리가 들렸다. 드디어 건물이 무너지나 싶었는데 갑자기 ‘내 은혜가 네게 족하도다’라는 음성이 방안을 뒤흔들며 들려왔다. 찬란한 빛이 방안에 쏟아져 들어와 빛으로 가득 찼다. 방안의 모든 사물도 자취를 감추고 오직 내 앞에 있는 책꽂이만 앞 공간을 꽉 채우고 있었다.

그런데 책꽂이에 꽂힌 책에서 수많은 가격표가 도드라지며 움직이더니 숫자들이 겹치면서 5와 0이 하나로 돼 50000이란 숫자가 확대돼 눈앞으로 다가왔다. 갑자기 미얀마 양곤 건너에 있는 빈민가가 떠올랐다. 한국에 오기 3일 전 방문했던 곳이다.

아이들이 울고 있어 물어보니 일하러 나간 엄마를 기다린다고 했다. 아이들의 아빠는 어릴 때 병으로 죽었다. 5만원만 있으면 세 아이와 가족이 한 달을 살 수 있다고 해서 주머니에 있는 돈을 몽땅 털어주고는 이 지역에 보육원을 세우기로 하고 왔다.

“하나님, 제가 책 산 돈을 보니 그간 많은 사람을 굶어 죽게 만든 자로서 영혼 구원할 자격이 없습니다. 하지만 주님, 그땐 무지해서 그랬습니다. 용서해 주십시오.”

회개했더니 하늘에서 또 큰 우레 같은 소리로 “요나야! 내 은혜가 네게 족하도다”라는 음성이 들렸다. 나는 그 말씀에 힘이 솟아나 창문으로 뛰어가 얼굴을 내밀었다. 사람들은 내 얼굴을 보고 기뻐서 손을 흔들고 소리를 질렀다. 하나님은 구조대원을 통해 내가 건물에서 빠져나올 수 있게 하셨다.

화재 현장에서 빠져나오느라 뼈가 부러지고 온몸이 만신창이가 됐지만, 베트남의 빠콤 신임 장관과의 약속을 어길 순 없었다. 내 모습을 보고 놀란 빠콤 장관은 사과하면서 비자 문제를 종교성과 협의해 조속히 해결해 주겠다고 약속했다.

6개월 뒤 베트남 빠콤에서 보내온 NGO 입국 비자를 받으러 들어가니 보건성과 교육성, 종교성, NGO 담당 장관 등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체류허가서를 주면서 병원과 학교를 하나씩 더 세워달라고 했다.

“우리나라 사람보다 베트남을 더 사랑하는 미스터 장, 26년간 우리나라를 위해 정말 수고 많이 하셨습니다. 당신이 외국인인 이상 종교법은 여전히 당신을 제한할 것입니다. 앞으로 조심하시기 바랍니다. 당신의 헌신과 노력에 감사드립니다.”

나는 공산당 앞에서 떳떳하게 하나님께 감사를 드렸고 계속 말을 이어갔다. “내가 추방당했을 때 가장 힘들었던 건 여러분께 복음을 전하지 못하게 됐다는 점이었습니다. 오직 베트남에 다시 올 방법을 기도하며 여러분을 그리워했더니 하나님께서 다시 이곳에 오게 해 주셨습니다.”

정리=김아영 기자 singforyou@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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