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비용항공사(LCC) 진에어가 약 1년7개월 만에 국토교통부의 행정제재에서 벗어났다. 조현민 전 대한항공 전무의 물컵 갑질로 촉발된 제재가 코로나19 여파로 정상화 수순을 밟게 된 셈이다.

국토부는 31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면허자문회의 논의 결과 진에어 제재 해제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진에어 제재는 2018년 4월 조 전 전무가 광고회사 직원에게 물을 뿌린 이른바 ‘물컵 갑질’로 여론의 공분을 사면서 시작됐다. 논란이 커지자 국토부는 그해 8월 진에어가 미국 국적인 에밀리 조(조현민) 한진칼 전무를 등기이사(2010~2016년)로 선임한 점을 들어 신규 노선 허가와 신규 항공기 등록 제한 등의 행정제재를 내렸다. 항공법은 국가기간산업의 특성을 고려해 외국인을 이사로 두지 못하도록 규정한다.

진에어는 제재 이후 지난해 9월 경영문화를 개선하겠다며 자구계획을 국토부에 제출했다. 그러나 지난해 12월 열린 면허자문회의에서 “경영문화 개선에 일부 진전은 있었지만 사외이사 확대 등 이사회의 객관적·독립적 운영 등은 미흡하다”는 이유로 반려됐다.

이에 진에어는 이사회 독립성과 경영진에 대한 견제 역할을 강화한 경영문화 개선계획을 다시 마련하며 진정성을 강조했다. 이사회 내 사외이사 비율을 ‘4분의 1 이상’에서 ‘2분의 1 이상’으로 바꿔 명문화했다. 주주권익, 안전 등과 관련한 사항을 의결하는 거버넌스위원회, 안전위원회도 설치했다.

하지만 정부 제재가 풀린 것은 코로나19 여파가 결정적이었다는 게 업계 시각이다. 코로나19로 항공업계가 존폐 위기에 처한 상황을 외면하기 어려웠다는 것이다. 진에어 행정제재가 길어질 경우 재기 자체가 불가능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 것이다. 김상도 항공정책실장은 “진에어가 국토부와 약속했던 경영문화 개선계획을 마련한 만큼 제재와 코로나19라는 이중고를 감안해 제재 해제를 결정했다”고 말했다. 이로써 진에어는 정상적인 운영을 할 수 있게 됐다.

진에어는 한시름 놓았다는 분위기다. 진에어는 “항공업계가 초유의 어려움을 겪고 있는 현 상황에서 해제 조치가 이뤄져 다행이라 생각한다”며 “이번 일을 계기로 독립경영체제 확립, 준법경영, 수평적 조직문화 구축 등 자구안을 잘 지켜 신뢰받는 항공사가 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코로나19 확산으로 국내 항공사 운항이 거의 멈춰진 상황에서 진에어가 다시 정상 궤도에 오르기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전망이다.

세종=전성필 기자, 안규영 기자 feel@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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