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대문구 이화여대 근처 골목 내 상가 내부가 30일 텅 비어 있다. 쇼윈도에 ‘임대 문의’ 문구를 붙인 채 내부 집기들은 모두 치워져 있다. 대부분 상점이 임대를 내놓거나 3월 한 달간 영업을 중단한다는 안내와 함께 문을 걸어 닫았다. 인근 큰 길가 상점들은 문은 열었지만 손님이 없어 한산했다.

“여기도 문 닫았어. 아니, 전부 닫았어.”

서울 서대문구 이화여대 캠퍼스에서 신촌동 주민센터까지 이어진 골목상권에는 30일 문을 연 상점을 찾아보기 어려웠다. 식당을 찾아 골목에 들어선 행인들이 상점 문에 붙은 ‘임대 문의’ 문구를 보고 발길을 돌리는 모습도 보였다. 이 행인들은 다른 상점을 찾으려다가 곧 거의 모든 가게가 문을 닫았다는 사실을 알아채고 골목을 빠져나갔다. 작고 개성 있는 상점들이 대부분 문을 닫거나 기자재까지 들어낸 채 영업을 중단하자 골목은 폐장시간이 지난 복합상가를 방불케 할 만큼 썰렁해 보였다.

통행량이 많은 신촌기차역 앞 도로도 마찬가지였다. 길을 따라 놓인 상가 건물 절반 이상이 비워진 채 그대로 남아 있었다. 가게를 내놓지 않아도 3월 한 달간 영업을 쉬는 곳이 많아 제대로 영업하는 곳을 찾기가 더 어려운 상황이었다. 가끔 빈 상점 쇼윈도 앞에 서서 옷매무시를 가다듬는 행인들 외에는 상점에 다가서는 사람조차 드물었다.

이대·신촌 상권이 어려운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이 지역 상인들은 그동안 쇼핑몰 ‘예스apm’의 실패와 ‘젠트리피케이션’, 사드 사태로 인한 중국인 관광객 축소 등 큰 파고를 여러 차례 넘어야 했다. 기존 상인들이 견디지 못하고 가게를 내놓으면 곧 새로운 상인이 들어와 겨우 상권의 명맥을 이었다.

하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로는 이마저도 뚝 끊겼다. 이 지역 한 공인중개사는 “상가가 비어도 다시 영업할 자영업자가 나서지 않고 있다. 수년간 불황이 계속되며 자영업자 씨가 말랐는데 코로나가 결정타를 날렸다”며 “그나마 상가를 보러 온 손님에게도 이 지역 상가는 도저히 추천할 수가 없어서 다른 지역으로 알아봐 줬다”고 말했다.

이화여대 인근에서 만난 또 다른 공인중개사는 “돌아다녀 보면 문자 그대로 한 집 걸러 한 집이 상가를 내놨는데 이달 들어서는 새로 입주하겠다는 세입자가 아예 없었다”며 “공실이 길어지면 아무래도 발길 자체가 뜸해지고 상권이 전부 죽는다”고 우려했다. 상인과 상가, 상권이 함께 죽어가고 있다는 뜻이다.

구도심 상권의 위기는 공실률에서도 단적으로 드러난다. 국토교통부가 분기마다 조사하는 상업용 부동산 공실률 조사에서 신촌 지역은 지난해 4분기 중대형 상가 공실률 11.7%를 기록해 서울 평균을 웃돌았다. 하지만 조사 표본이 적은 소규모 상가들을 하나하나 살펴보면 상태가 더 심각할 것이라는 지적도 있었다. 실제로 이날 신촌 지역을 직접 둘러본 결과 드러난 수치보다 상태가 더 심각해 보였다.

하지만 현재 사태가 얼마나 심각한지는 눈대중으로밖에 파악할 수 없다. 공실률 조사는 국토부 의뢰를 받은 한국감정원 조사원들이 현장에 나가서 직접 묻고 확인하는 방식이다. 그런데 코로나19 때문에 조사가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감정원 관계자는 “공실률 조사는 분기 마지막 달(3월)에 현장조사를 하고 다음 달(4월)에 발표해 왔다”며 “하지만 올해는 조사가 미뤄지고 있어서 4월에 조사하고 5월에나 발표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현장에서는 상인과 건물주 모두 한계상황에서 버티고 있다고 지적한다. 상인들은 별 방법이 없어 보증금으로 월세를 대신하며 버티고, 건물주들은 그나마도 나가면 새 세입자를 구할 수 없어 임대료를 조금씩 낮추는 형편이라는 것이다. 한 공인중개사는 “착한 건물주 같은 거 이곳에선 사치다. 살기 위해 임대료 낮추는 형편”이라고 말했다.

글·사진=이택현 기자 alle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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