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꺼운 방호복을 입은 의료진이 31일 서울 송파구 잠실종합운동장에 설치된 코로나19 드라이브스루 선별진료소에서 차량에 소독제를 뿌리고 있다. 연합뉴스

국내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완치 후 재확진 사례가 잇따르자 이들이 지역사회 감염의 또 다른 불씨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코로나19 완치자가 5000명을 넘어서면서 재확진 사례는 계속 나올 수 있다. 재확진자들의 전염성은 얼마나 되는지 면밀한 모니터링과 연구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선 완치자들의 방어 항체 형성 여부와 면역 지속기간 등에 대한 전수 분석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코로나19에 걸렸다 회복된 사람들에게 만들어진 항체는 ‘혈장 치료제’ 개발의 기반이 될 수 있다. 혈장은 혈액에서 적혈구 백혈구 혈소판 등 혈구를 제외한 액체 성분이다. 정부도 코로나19 완치자의 회복기 혈장을 중증 환자 치료에 활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31일 밝혔다.

중앙방역대책본부와 의료계에 따르면 코로나19 확진자 중 치료 후 회복됐다가 다시 양성 판정을 받은 사례는 10건이 넘는 것으로 파악된다. 제주도는 지난 30일 도내 첫 번째 확진자인 현역 해군 장병 A씨가 코로나19에 재확진돼 다시 입원했다고 밝혔다. A씨는 지난달 21일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후 지난 23일 완치돼 퇴원했으나 7일 만에 다시 증상이 나타나 양성 판정을 받았다.

앞서 지난 28일 김포시는 30대 부부와 이들의 자녀(17개월)가 각각 분당서울대병원과 명지병원 등에서 퇴원했고 이후 재확진 판정을 받았다고 밝힌 바 있다. 국내 첫 일가족 재확진 사례다.

재확진 사례에 대해 전문가들은 치료와 회복 과정에서 바이러스 수가 PCR(유전자증폭)검사의 검출 한계치 밑으로 줄었다가 다시 활성화돼 재발병한 쪽에 무게를 두고 있다. 물론 회복 후 생활하면서 다른 바이러스 감염원에 노출돼 재감염됐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문제는 재확진자들이 전염성을 가지는지 여부다. 전염성이 있으면 지역사회에서 또 다른 감염 확산의 불씨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김우주 고려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중국 등의 보고에 의하면 코로나19 재확진자의 전염성은 매우 낮아 보이지만 명확히 밝혀지지 않은 만큼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면서 “우리 보건 당국도 재발이나 재감염 사례에 대한 면밀한 모니터링을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모든 완치자의 방어 항체 형성 여부와 면역 유지 기간에 대한 임상데이터 분석이 이뤄져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대부분 감염병은 한 번 걸리면 항체가 생기고 재감염을 막는 방어 항체로 작용한다. 홍역은 한 번 앓고 나면 평생 다시 안 걸린다.

코로나19의 경우 여러 연구를 통해 감염 후 1주 정도에 면역글로불린M(IgM)과 면역글로불린G(IgG)라는 두 가지 항체가 생기는 거로 알려졌다. IgM이 먼저 생기고 IgG가 늦게 생겨 오래 지속된다. 2주 정도 후엔 거의 90%에서 항체가 생긴다. 김 교수는 “하지만 면역 저하자나 고령층은 항체가 잘 안 생길 수 있으며 재감염 우려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코로나19는 신생 병원체다. 감염됐다 회복된 사람들에게 항체가 만들어졌는지, 생겼다면 항체가 얼마나 지속될지 살펴야 한다”면서 “코로나19가 여름에 수그러들었다가 겨울에 재유행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어 향후 예상되는 시나리오에 대비한다는 측면에서도 꼭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완치자의 항체는 혈장 치료제 개발에도 주효하다. 일반 치료제보다 빠르게 임상현장에 적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치료 효과와 안전성이 검증된다면 중증 환자의 생존율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권준욱 중앙방역대책본부 부본부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개발에 최소 1년 이상 소요될 치료제, 백신을 대신할 차선책으로 회복기 혈장 치료법 적용을 논의하고 있으며 관련 지침을 마련 중”이라고 설명했다. 혈장은 전체 혈액의 55% 정도를 차지하며 면역글로불린 등 항체 성분들이 들어있다. 완치자의 혈액을 뽑아 원심 분리기로 혈장 성분을 분리한 뒤 투여하면 되기 때문에 적용도 어렵지 않다. 국내에선 2015년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당시에 중증 환자 치료를 위해서 회복기 환자의 혈장을 직접 수혈한 사례가 9건 있었다.

코로나19에 회복 환자의 혈장을 치료제 대신 이용하려는 시도 역시 여러 곳에서 이뤄지고 있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지난 24일 환자에 대한 회복기 혈장 긴급사용을 승인했다. 영국 의료진도 코로나19 환자였다 회복한 사람들의 혈장을 주사해 치료 효과를 확인하려는 실험에 착수했다고 현지 언론이 보도했다.

중국 난팡과기대 선전제3인민병원 연구진은 코로나19 환자 가운데 급성 호흡곤란증후군을 앓고 있던 환자에게 회복기 환자로부터 추출한 혈장을 투여한 뒤 5명 모두에게서 발열 감소와 바이러스 수 감소 등 효과가 있다는 사실을 확인해 미국의사협회지(JAMA) 28일자에 발표했다. 다만 치료 환자 수가 적은 데다 제대로 된 무작위 대조 임상시험을 거치지 않은 일회성 보고에 그쳐 혈장 치료 효과를 확실히 입증하려면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 의견이다.

권 부본부장도 “어떤 상태의 환자에게서 어떤 주기로, 얼마만큼의 혈장을 확보해야 하고 어떤 검사를 해야 하는지에 대한 지침을 만들어서 혈액관리위원회 산하 전문분과위원회 검토를 거칠 예정”이라고 했다. 이어 “혈장 치료 효과가 거의 없다고 주장하는 의견도 상당수 있으나 당장 유효한 치료제나 백신이 없는 상황에서 중증 환자가 발생했을 때 최후 수단의 하나로 준비하고 있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민태원 의학전문기자, 최예슬 기자 twm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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