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신방호복을 착용한 의료진이 30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브루클린병원 앞에서 코로나19 사망자를 이송하기 위해 트레일러에 태우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휴업, 휴교, 이동제한 등 각국이 시행 중인 ‘사회적 거리두기’ 정책이 코로나19 확산을 막는 최선의 방법이라는 연구 결과가 잇따라 발표됐다.

30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 등은 영국 임피리얼칼리지 연구진이 자체 개발한 모델링을 이용해 사회적 거리두기 효과를 추산한 결과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을 때 전 세계 약 4000만명이 코로나19에 감염돼 사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사회적 모임을 40% 줄이고 고령층 교류를 60% 축소하면 사망자 수는 2000만명으로 줄었다. 더 나아가 개인 간 접촉을 4분의 1로 엄격히 제한할 경우 3870만명의 생명을 살릴 수 있는 것으로 예측했다.

이집트 카이로의 기자 지역에 있는 쿠푸왕의 거대 피라미드에 30일(현지시간) ‘집에서 나오지 말라’는 글자가 비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보고서는 “사회적 거리두기는 공중보건의 실패를 피할 수 있는 유일한 접근법”이라며 “모든 정부는 이 정책을 얼마나 더 오래 더 강력하게 시행할지 결정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알렉스 쿡 싱가포르국립대 교수팀이 최근 의학분야 국제학술지 ‘랜싯 감염병’에 발표한 보고서도 환자와 가족 격리, 휴교, 재택근무를 혼합한 물리적 거리두기가 코로나19 대응에 가장 효과적이라고 분석했다. 실제 코로나19가 급속히 확산하고 있는 미국을 비롯한 각국 정부는 이미 시행 중인 봉쇄 조치를 연장하며 장기전에 대비하고 있다.

코로나19 환자가 폭발적으로 늘었던 이탈리아와 스페인, 영국 등에서 최근 확진자 증가세가 정점을 지나 감소세로 돌아섰다는 진단이 나오는데 이 역시 사회적 거리두기 효과라는 분석이다. 패트릭 밸런스 영국 과학자문위원은 “사회적 거리두기가 변화를 만들고 있다”며 “일일 확진자 수가 안정적인 상태를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마리아 호세 시에라 스페인 질병통제국 대변인도 “이동제한령이 시행된 뒤 평균 20% 수준이던 확진자 증가율이 지난 25일 이후 12%로 줄었다”고 말했다.

사회적 거리두기의 경제적 효과를 추정한 보고서도 나왔다. 미국 시카고대 베커 프리드먼 연구소는 거리두기로 인한 경제적 편익을 7조9000억 달러(약 9600조원)로 추산했다. 미국 국내총생산(2018년 기준 20조5000억 달러)의 34%에 달하는 금액이다. 이는 성인 1명의 생명가치를 1150만 달러(약 140억3000만원)로 잡고, 여기에 6개월간 미국에서 사회적 거리두기로 살릴 수 있는 기대인원(176만명)을 적용해 산출한 수치다. 연구진은 “사회적 거리두기의 후퇴는 상당한 경제적 비용까지 물어야 하는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이러한 분석 결과는 사회적 거리두기 기간이 길어질수록 경제가 침체될 것이라는 미국 내 주장과 상반된다. 앞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주 초 경제를 살려야 한다며 ‘셧다운(봉쇄)’ 조치를 조만간 해제하겠다고 밝혔다가 시기상조라는 반대 여론에 밀려 철회했다.

한국에서도 사회적 거리두기를 하지 않았다면 감염자 수가 이탈리아나 스페인 수준으로 치솟았을 것이란 분석이 나왔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김찬수 연구팀은 대구에서 코로나19 환자가 급격히 늘던 지난 2월 말 사회적 거리두기를 하지 않았다면 환자 증가세는 3월 초까지 이어졌고, 일일 신규 환자 수도 최대 4000명까지 늘었을 것으로 추정했다. 한국은 2월 29일 신규 확진자 800여명을 찍고 감소 추세를 보이고 있다.

권지혜 기자 jhk@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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