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의 경제 충격이 현실화됐다. 사지 않고 먹지 않고 이동하지 않으면서 서비스업 생산 감소율은 통계 작성 이래 최대가 됐다. 국내 산업의 기반인 제조업도 부품 공급 중단 등의 타격으로 2009년 금융위기 수준으로 생산이 추락했다. 기업들의 체감 경기도 10여년 전으로 후퇴했다.

통계청은 31일 ‘2월 산업활동동향’에서 경제의 3대 축(생산·소비·투자)이 모두 동반 감소했다고 밝혔다. 2월 중순 이후 빠르게 확산한 코로나19가 실물경제에 직접적인 충격을 안긴 게 고스란히 경제지표에 드러났다.

서비스업 충격이 가장 컸다. 사람들의 이동이 끊기면서 서비스업 생산은 전월 대비 3.5% 감소했다. 2000년 통계가 나온 이래 최대 감소폭이다. 음식점업(-16.5%), 숙박업(-32.6%), 섬유·의복 등 소매업(-23.3%), 스포츠오락서비스업(-30.5%), 여행사 및 기타 여행 보조 서비스업(-45.6%) 등의 생산이 전월 대비 기록적인 급감세를 보였다. 항공운송업과 철도운송업 생산도 각각 -33.1%, -34.8%나 됐다.

코로나19는 서비스업을 넘어 제조업도 강타했다. 중국 등 주요국의 생산 중단으로 부품 공급이 끊기자 광공업 생산은 전월 대비 3.8% 감소했다. 특히 자동차 생산은 27.8% 급감했다. 제조업 평균가동률은 70.7%를 기록했다. 광공업 생산 감소폭과 제조업 평균가동률은 각각 2008년 12월(-10.5%), 2009년 3월(69.9%) 이후 가장 낮았다.

사람들은 지갑도 닫았다. 소매판매는 의복, 승용차, 화장품 등의 판매가 모두 줄면서 전월 대비 6.0% 감소했다. 구제역 사태가 있었던 2011년 이후 가장 큰 감소폭이다.

다만 오프라인과 온라인 매장의 희비는 엇갈렸다. 온라인 쇼핑 증가로 무점포소매 판매는 전년 대비 27.6% 급증한 반면 면세점 판매는 36.4% 급감했다. 두 곳의 증가폭과 감소폭은 모두 2015년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 이후 최대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현재 경기 상황을 보여주는 ‘동행지수 순환변동치’는 0.7포인트(전월 대비) 하락했다. 이 또한 2009년 금융위기 이후 가장 큰 감소다.

기업들의 심리도 꽁꽁 얼어붙고 있다. 한국은행이 이날 발표한 ‘3월 전 산업 업황 기업경기실사지수(BSI)’는 54로 2009년 2월(52) 이후 가장 낮은 수치다. 23개 제조업 분야 가운데 유일하게 펄프·종이 등 화장지 원료 업종만 체감 경기가 개선됐다. 미국 등에서 나타나고 있는 휴지 사재기 때문이다.

문제는 향후 상황이 더 나빠질 거라는 점이다. 안형준 통계청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은 “가까운 미래 경기 상황을 보여주는 선행지수 순환변동치가 2월 보합을 나타냈는데, 아직 경기 외적 충격을 반영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며 “3월 이후 산업활동지표에는 해외 확산, 이동 제한 등의 충격이 더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

기업들의 전망도 어둡다. 기업들의 ‘4월 전 산업 업황전망지수’ 또한 16포인트 급락한 53으로 2009년 2월(53) 이후 가장 낮았다. 기업심리지수에 소비자동향지수를 합쳐 산출한 경제심리지수(ESI)는 63.7이었다. 23.5포인트 급락하면서 2009년 1월(62.7) 이후 가장 낮았다.

세종=전슬기 기자, 박재찬 기자 sgju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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