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여개 시민사회단체 회원들이 31일 서울 종로구 주한 미국대사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주한미군 한국인 근로자 무급휴직을 강행하는 미국 정부를 규탄하고 있다. 뉴시스

방위비 분담금 규모를 둘러싼 한·미 양국 간 협상이 길어지면서 주한미군 내 한국인 근로자의 무급휴직 사태가 현실화됐다. 주한미군이 방위비분담특별협정(SMA) 미체결을 이유로 한국인 근로자에게 무급휴직을 강제로 부여한 것은 한·미동맹 67년 역사에서 처음 있는 일이다.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 한·미 군 당국의 방위태세 약화는 물론 양국 간 신뢰 관계도 훼손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다만 정부는 방위비를 둘러싼 한·미 간 이견이 최근 좁혀짐에 따라 무급휴직 사태가 조기에 마무리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특히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24일 통화한 이후 미국 측에서 상당한 기류 변화가 감지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조기 타결만 이뤄진다면 20대 국회 잔여 임기 안에 비준 동의를 받을 계획이어서 한 달 안에 사태가 해소될 가능성도 있다.

정은보 한·미 방위비분담금협상대사는 31일 정부 e-브리핑 홈페이지에 공개된 영상 메시지에서 “주한미군사령부는 주한미군 한국인 근로자 일부에 대해 무급휴직을 예정대로 4월 1일부터 시행할 것임을 알려왔다”고 밝혔다. 정 대사는 “이는 양국 간 협상 상황을 적절히 반영하지 못한 것으로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며 “무급휴직 대상 한국인 근로자들이 조속히 일터로 복귀할 수 있도록 조치해줄 것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정 대사는 7차 SMA 회의 참석차 미국을 다녀온 뒤 자가격리 중이어서 이날 자택에서 영상 메시지를 촬영해 외교부로 전송했다. 정 대사는 “주한미군 근로자와 가족들에게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 협상 대표로서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면서도 “한·미 양국은 마지막 단계에 와 있는 방위비 분담 협상이 상호 호혜적으로 마무리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있으며 상당한 의견 접근이 이뤄지고 있다는 점에서 조만간 최종 타결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정부는 전체 근로자 9000여명 중 절반에 해당하는 4500명가량이 무급휴직 대상자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정부는 무급휴직자를 위해 긴급 생활자금 대출 등 지원 방안을 검토 중이다. 주한미군은 기지 기능 유지를 위해 3000여명을 필수인력으로 분류해 한시적으로 출근토록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필수인력의 인건비는 미국 정부 예산으로 지급한다.

정부는 무급휴직 사태가 오래 가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은 협상 초기 40억 달러에 달하는 거액을 한국이 지불하라는 무리한 요구를 굽히지 않았으나 문재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주 통화한 이후 의견 접근이 꽤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협상 관계자는 “마무리는 되지 않았지만 마지막 단계다. (조기 타결도) 조심스럽게 기대하고 있다”며 “우리 측이 원칙을 지켜냈다고 보면 된다. 따라서 무급휴직 사태도 오래 가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조성은 기자 jse130801@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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