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의 수도 뉴델리는 ‘가스실’로 불릴 정도로 대기오염이 심각한 도시다. 글로벌 대기오염 조사기관 에어비주얼(Air Visual)이 2018년 공개한 자료를 보면 뉴델리의 연평균 초미세먼지(PM2.5) 농도는 ㎥당 113.5㎍으로 조사 대상 62개 수도 가운데 가장 높다. 지난해 11월 초엔 1000㎍/㎥를 넘기도 했다. 세계보건기구(WHO)가 제시한 안전기준인 일평균 25㎍/㎥의 무려 40배다.

그런 뉴델리의 대기 질이 최근 크게 개선됐다. 대기오염 물질로 뒤덮여 뿌옇게 보이던 도시의 풍경이 또렷해졌고 잿빛 하늘은 원래의 파란색을 되찾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확산을 차단하기 위해 정부가 지난달 25일 국가 봉쇄령을 발동한 후 공장 가동과 차량 운행 등이 대부분 중단된 덕분이다. 중국도 비슷한 경험을 했다. 미국 예일 공중보건대학 연구팀의 연구에 따르면 코로나19로 인해 우한 봉쇄, 공장 가동 중단 등의 조치가 취해진 후 중국 전체 367개 도시에서 이산화질소 농도는 평균 12.9㎍/㎥, 초미세먼지는 18.9㎍/㎥ 줄었다. 이런 현상은 미국 항공우주국(NASA)과 유럽우주국(ESA)의 위성 촬영 영상에서도 확인된다. 코로나19가 각국의 고민거리인 대기오염의 원인이 무엇인지, 대기 질을 개선하려면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명확하게 알려 준 셈이다.

감염병의 무서움을 세계가 절감하고 있지만 대기오염도 인류에는 심각한 위협이다. 1952년 12월 런던을 덮친 스모그는 1년 만에 1만2000명의 목숨을 앗아갔다. 그 정도의 충격적인 사건은 없지만 대기오염은 장기간에 걸쳐 건강을 해치고 다양한 질병을 촉발하고 있다. WHO는 대기오염으로 인해 한 해 700만명이 기대수명보다 일찍 사망한다고 했다. 대기오염이 코로나19보다 훨씬 더 치명적이라는 뜻이다. 지구촌 차원의 특단의 대응이 필요하다. 그런데도 이번 사태가 진정되면 세계는 당장의 편리함을 좇아 과거의 일상으로 돌아갈 가능성이 크다. 대기오염 물질이 인간의 생명을 서서히 갉아먹는 존재라는 사실을 애써 무시하면서.

라동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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