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MC 유재석이 진행을 맡은 ‘해피투게더’는 20년 가까이 방송된 KBS의 대표적인 장수 예능이었다. 사진은 2일 전파를 탄 마지막 방송의 한 장면. KBS 제공

KBS 2TV 예능 프로그램 ‘해피투게더 4’가 2일 방송을 끝으로 막을 내렸다. 진행자인 유재석은 “이것은 새로운 시작을 위한 이별”이라고 했고, 제작진은 “잠시 시즌을 멈추고 휴지기를 갖는 것”이라고 전했다. 그러나 이 프로그램이 다시 전파를 탈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2001년 11월 8년 첫 방송돼 20년 가까이 전파를 탄 해피투게더는 KBS의 대표적인 장수 예능이었다. 하지만 최근 몇 년간 이 프로그램은 시청률 부진에 허덕이며 폐지설에 휘말리곤 했다. 제작진은 절치부심 끝에 지난 2월부터 ‘아무튼, 한 달’이라는 타이틀을 내걸고 출연진이 다이어트 등에 도전하는 프로젝트를 선보였으나 반응은 시원찮았다. 시청률 조사업체인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올들어 3~4%대에서 머물다가 지난달 5일 방송에선 1.8%까지 떨어졌다.

방송가에서는 해피투게더의 종영이 전통적인 토크쇼의 몰락을 알리는 상징적 사건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어쩌다 토크쇼는 방송가의 천덕꾸러기 같은 존재가 돼버렸을까.

2010년대 초반까지만 하더라도 토크쇼는 방송가의 인기 포맷 중 하나였다. 해피투게더를 비롯해 ‘무릎팍 도사’(MBC) ‘힐링캠프’(SBS) 같은 프로그램은 당대 최고 스타의 인생 스토리를 들을 수 있는 창구였다. ‘놀러와’(MBC)는 2010년대 초반 ‘세시봉 열풍’을 일으키며 대중문화계를 뒤흔들었다. 하지만 이들 프로그램은 어느 순간부터 저조한 시청률을 기록하다가 초라하게 막을 내리곤 했다.

최근 들어서도 토크쇼는 잇달아 제작됐지만 성적은 기대치를 밑돌았다.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2월까지 방송된 ‘이동욱은 토크가 하고 싶어서’(SBS)는 방송 기간 내내 2~4% 수준의 낮은 시청률을 기록했다. 지난달 30일 막을 내린 8부작 토크쇼 ‘배철수 잼’도 마찬가지였다. 배철수의 진행 실력을 호평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았지만 시청률은 거의 매주 4% 수준을 맴돌았다. 지상파 프로그램 가운데 토크쇼의 명맥을 잇고 있는 프로그램으로는 ‘라디오스타’(MBC)를 꼽을 수 있으나, 이 프로그램 역시 화제성은 크게 떨어진 상태다.

전문가들은 토크쇼의 추락 이유로 달라진 방송가 환경을 꼽는다. 35%를 웃도는 시청률을 기록하며 폭발적인 인기를 끈 ‘내일은 미스터트롯’(TV조선)처럼 화려한 볼거리가 더해지지 않고서는 눈길을 끌기 힘들다는 것이다. 김헌식 대중문화평론가는 “출연자의 입담에만 의존하는 토크쇼는 한계에 다다른 것 같다”며 “‘보는 맛’이 없는 프로그램은 생존하기 힘든 상황이 됐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방송가 안팎에서는 전통적인 토크쇼의 수명이 끝났다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하재근 대중문화평론가는 “과거에는 스타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창구가 토크쇼밖에 없었지만 지금은 다르다”며 “관찰 예능에 출연하거나 유튜브를 통해 자신의 사생활을 공개하는 스타들이 늘고 있다. 게스트 한두 명을 초대해 이들의 진솔한 이야기를 끄집어내는 토크쇼는 이제 인기를 끌기 힘들다”고 말했다.

박지훈 기자 lucidfall@kmib.co.kr
트위터페이스북구글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