봇기자 ‘스톡봇(Stock-bot)’은 코스닥 시황 기사를 빠르게 송고했다. 장 마감 후 자동 생성된 기사엔 이런 문장들도 들어갔다. ‘투자자별 동향을 살펴보면 기관은 747억원 순매도했으며, 외국인도 327억원 순매도했다. 개인은 1025억원 순매수했다.’ 400자 분량의 기사를 작성해 온라인에 내보내는 데 0.01초도 걸리지 않았다.

최근 증시에선 ‘동학개미운동’이란 신조어가 등장할 정도로 개인투자자의 매수세가 뚜렷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외국인이 ‘셀 코리아’(한국 주식 매도)에 집중할 때 개인들이 나서 공포에 질린 증시를 떠받치고 있는 모습이다. 이날 스톡봇도 개인의 매수 흐름이 계속되고 있다는 중요 정보를 짧은 기사 안에 제공했다. 지난달에 스톡봇이 송고한 시황 기사 제목에는 유독 ‘개인 매수가 늘었다’는 표현이 자주 등장하기도 했다.

스톡봇은 2018년 7월부터 국민일보에서 내보내는 온라인 기사들 사이에 모습을 드러냈다. 지난달까지 쓴 기사는 1만7000건에 달한다. 스톡봇은 알고리즘으로 분류된 정보를 스스로 해석해 기사를 만든다. 하루 네 차례 코스피·코스닥 시황뿐 아니라 상장사 실적 공시, 특수관계인 지분 변동, 중요 이벤트 공시 등을 빠짐없이 기사로 작성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기아자동차 노동조합 파업이 뜨거운 뉴스로 떠올랐을 때엔 ‘기아자동차가 임단협 관련 부분파업 이슈로 국내 사업장에서 생산 중단에 돌입했다’는 기사를 쓰기도 했다.


인공지능(AI)을 장착한 로봇 기자는 어떻게 기사를 쓰는 걸까. 로봇 기자는 기사를 내놓기까지 5단계를 거친다. 우선 금융감독원 전자공시나 한국거래소의 데이터를 수집한다. 텍스트 분석기법을 활용해 각 데이터에 의미를 부여한다. 이후 추출된 데이터마다 가중치를 부여해 중요도를 선별한다. 데이터 정제과정이 마무리되면, 기사 형태로 가공하는 게 다음 단계다. 기사가 전달하려는 주제와 관점을 정한 뒤, 데이터를 실제 문장으로 전환하면 어엿한 기사 1건이 완성된다.

로봇 저널리즘의 가장 큰 장점은 속도다. 금융과 스포츠 등 다양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통계분석이 가능한 분야에서 빠르게 기사를 생산할 수 있다. 로봇 기사의 정확성이 높아질수록 속보 처리 부담을 던 ‘사람 기자’들이 해설·분석·심층 기사에 집중할 수 있다. 전문가들은 통계 기반의 정보를 빠르게 전달할 수 있는 로봇 기자가 사람 기자의 업무를 보완하는 데 크게 활약할 것으로 내다본다. 다만 알고리즘에 기반한 기사의 특성상 기술적 한계로 발생하는 오류를 어떻게 줄일지는 여전히 과제다.

2016년을 기점으로 국내에서도 증권과 스포츠, 기상 분야에서 로봇 기자를 도입하는 매체가 늘어났다. 데이터 값이 상대적으로 단순명료하기 때문에 AI의 알고리즘만으로도 독자들에게 정보성 기사를 생산할 수 있다. 미국 언론의 경우 선거 기사, 지진예보시스템에 로봇 기자를 투입하기도 한다.


독자들에게 로봇 기사는 여전히 생소하다. 대신 기대치는 높다. 여론조사기관 한국리서치가 지난해 6월 전국 성인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 포인트)를 보면 ‘인공지능 작성 기사가 늘어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은 24%에 불과했다. ‘바람직하지 않다’(42%)는 의견이 더 많았다. 반면 객관성과 신뢰도, 정확성 측면에서 로봇 기사가 낫다는 결과가 나왔다. 로봇 기자가 한 단계 더 성장하려면 뭐가 필요할까. 관련 업계에서는 ‘개인 맞춤형 기사’를 다음 관문으로 본다. 기초 데이터를 보기좋게 가공하는 수준을 뛰어넘어 이슈와 소셜미디어 반응을 분석해 독자에게 최적화된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는 것이다. 로봇 기자는 계속 변화하는 중이다.

백상진 기자 shark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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