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용자동차가 대주주 인도 마힌드라그룹으로부터 신규 자금 지원을 받지 못하는 상황에 놓이면서 생사의 기로에 섰다. 만성적인 적자 구조 개편을 위해 뼈를 깎는 혁신을 하더라도 경영 정상화를 이루기 쉽지 않다고 보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쌍용차는 2015년 출시한 소형 SUV 티볼리가 선풍적인 인기를 끌면서 다시 일어서는 듯했다. 티볼리는 지난해 6월 누적판매 30만대를 돌파하며 쌍용차 단일 차종 최단기 기록(4년5개월)을 갈아치웠다.

하지만 거기까지였다. 지난해 나온 신형 코란도는 수천억원의 막대한 개발비 투입에도 불구하고 기대 이하의 판매를 보였다. 2016년 반짝 흑자를 냈던 쌍용차는 이후 3년간 다시 적자의 연속이었다. 결국 마힌드라는 이달 초 코로나19 위기와 맞물려 쌍용차에 2300억원을 지원하겠다던 계획을 철회했다.

8일 자동차업계에선 연구·개발(R&D) 미흡에 따른 신차 부재, 미래 시장에 대한 대비 부족 등이 오늘날 쌍용차의 위기를 불렀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국내 경쟁사들이 잇단 신차 출시와 전기·수소차 개발에 열을 올리는 사이 쌍용차는 이를 따라가지 못했다는 것이다.

업계 핵심 관계자는 “자동차업계는 결국 신차 싸움인데, 쌍용차는 경쟁사들이 새 SUV를 만드는 동안 별다른 유인책을 꺼내지 못했다”며 “여전히 쌍용차는 내연차 중심으로 친환경차 모델을 뒤늦게 내놔도 경쟁사를 따라잡기는 버거울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쌍용차의 규모를 보면 생산 능력과 효율성이 상대적으로 떨어져 글로벌 경쟁을 하긴 힘든 구조”라며 “르노삼성차나 한국지엠과 달리 마힌드라가 농기계 등 중장비를 만드는 기업이라 자동차 기술을 접목하거나 위탁생산을 하기에도 불리하다”고 지적했다.

물론 외환위기 이후 법정관리, 워크아웃, 두 차례 외국자본 매각 등 반복된 위기를 겪으면서도 이만큼 버틴 쌍용차의 저력을 무시할 수 없다는 시각도 있다.

예병태 쌍용차 사장은 최근 마힌드라의 투자 철회가 결정되자 “정부와 금융권에 지원을 요청해 유동성 위기를 극복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쌍용차가 내건 비핵심자산 매각 등 방법으로는 턱없이 부족하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전문가들은 쌍용차가 자금을 확보해도 혁신적인 자구 노력이 더해지지 않으면 연명 수준에 그치는 조치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마힌드라의 투자 철회는 쌍용차 자체의 미래 생존력에 의구심을 갖는 조치다. 신규 투자를 해도 경쟁력을 담보할 수 없기 때문”이라며 “경영쇄신책이나 신차 개발도 근본적인 해결책으로 보기 어려워 일단 연명을 위한 자금 확보만이 당장 살 길”이라고 말했다.

박구인 기자 capta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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