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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춘추] 거대 양당의 인질에서 벗어나자

라동철 논설위원


민주당과 통합당, 20대 국회 낙제점 만든 책임 큰 데도 총선서 더 많은 의석 얻을 듯
위성정당 꼼수에 진영 대결로 유권자 줄 세우기 때문
맹목적 짝사랑에서 벗어나 무능하고 오만한 정당 심판해야

4·15 총선을 앞두고 거대 양당 쏠림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얼마 전 지역구 253개 의석 가운데 ‘130석+α’, 미래통합당은 ‘110~130석’을 확보할 것이란 자체 전망을 내놓았다. 총선 후 합칠 것으로 보이는 위성정당의 비례대표 의석까지 감안하면 두 정당의 21대 국회 의석수는 270석을 웃돌 가능성이 있다. 민주당이 지역구와 비례를 합쳐 123석, 통합당의 전신인 새누리당이 122석을 얻었던 20대 총선에 비해 엄청난 약진을 할 거라는 얘기다. 지난 4년을 돌아보면 두 거대 정당이 기대한 역할을 제대로 했다고 보기 어려운데도 오히려 의석수가 더 늘 것으로 예상되니 씁쓸하다.

20대 국회의 의정활동은 부정적 평가가 지배적이다. 지난해 12월 초 한 여론조사기관이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100점 만점에 18.6점을 받았을 정도다. 당연히 제1, 2당인 민주당과 통합당의 책임이 무거울 수밖에 없다. 두 정당은 국민의 대의기관으로서 정부의 국정운영을 감시·견제하고 민생·개혁 입법을 위해 노력하는 대신 당리당략에 빠져 사사건건 대립했다. 패스트트랙 법안 처리 과정에서 볼썽사나운 몸싸움을 벌였고 고소·고발을 남발했다. 두 정당이 주도한 대결·분열 정치에 국회는 걸핏하면 멈춰섰고 시급한 민생 법안은 뒷전으로 밀려나기 일쑤였다. 총선을 앞두고는 정치 막장을 보여주고 있다. 소수정당의 비례 의석을 가로채겠다며 염치도 없이 위성정당을 만들었고 민주적 절차와 국민 눈높이를 무시한 공천, ‘아니면 말고’ 식의 무책임한 공약 남발로 선거판을 오염시켰다. 현실의 문제를 해결하고 미래의 과제에 대비할 정책 대결은 뒷전이고 진영 논리를 앞세우며 유권자 줄세우기에 바쁘다.

두 정당이 후진적인 행태를 거리낌없이 펼쳐 보이는 것은 믿는 구석이 있어서다. 민심을 거슬러도, 구태를 되풀이해도 최소한 제2당은 유지할 수 있는 정치 지형이 바로 그것이다. 잘못해도 ‘우리가 남이가’ ‘미워도 다시 한 번’이라며 성원을 보여주는 열성 지지층, 거대 양당을 떠받치고 있는 강고한 지역주의, 실력(정당 지지율)보다 훨씬 더 많은 의석을 차지할 수 있게 하는 불공정한 선거제도가 밑바탕에 깔려 있다. 두 정당은 이를 기반으로 적대적 공생관계를 유지해 왔다. 자신들을 견제할 제3의 정치세력이 원내 진입하는 걸 방해하는 데는 공동전선을 펴왔다. 사상 초유의 비례대표용 위성정당을 만든 것은 그 결정판이다. 정당 지지율과 의석수의 괴리를 좁히고 소수정당의 원내 진입을 확대해 국회의 다양성을 높이자는 취지로 개정한 공직선거법을 무력화했다.

총선 결과가 예상한 대로 나온다면 21대 국회의 앞날은 불 보듯 뻔하다. 민생은 제쳐두고 자당 이익 챙기기에 골몰하는 구태 정치에서 헤어나오지 못할 것이다. 상대를 무너뜨려야 할 적으로 여기는 정치 풍토에서는 협력과 협치가 발을 붙일 수 없다. 상대에 대한 무조건적 반대와 날선 공격이 득세하고, 대화와 타협의 정치는 힘을 잃게 될 것이다. 그러다가도 의원들의 특권을 확대하는 일에는 언제 그랬냐는듯 찰떡궁합을 보여줄 것이다.

정치는 우리의 삶을 바꾼다. 삶이 더 나아지려면 정치를 바꿔야 한다. 거대 양당에 대한 맹목적인 짝사랑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다. 민의를 배반하고, 당략을 앞세우고, 제 잇속 챙기기에 급급한 정당, 정치인과는 단호하게 결별해야 한다. 지지하는 정당을 절대선으로 여겨서는 안 된다. 보수정당에도, 진보정당에도 좋은 정치인과 나쁜 정치인, 좋은 정책과 나쁜 정책이 섞여 있기 마련이다. 이를 가려내지 않는 맹목적 지지는 그 정당이나 후보의 정치적 인질을 자초하는 꼴이다. 인질에서 벗어나는 건 어렵지 않다. 지지하던 정당이라도 잘못을 하면 비판하고 선거에서 심판하면 된다. 이념 과잉에서 벗어나 민생과 국익을 챙기는 실용주의 노선을 걷는 정당에 힘을 실어줘야 생산적인 국회를 만들 수 있다. 그래야 유권자가 정치인의 인질이 아니라 주인이 될 수 있다. 프랑스 유권자들은 2017년 6월 총선에서 의석이 한 석도 없던 신생정당(레퓌블리크 앙마르슈)을 압도적인 제1당으로 만들어줬다. 프랑스 정치를 양분해 온 공화당과 사회당은 기득권과 부패에 찌든 정치를 바꾸겠다며 정치 신인과 여성을 전진 배치한 이 정당에 밀려 추락했다. 정치인들이 스스로 바꾸지 않겠다면 유권자가 투표를 통해 바꿔야 한다.

라동철 논설위원 rdchul@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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