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회사에 다니는 전모(41)씨는 요즘 주변에서 ‘주식으로 돈 벌었다’는 말을 들을 때마다 마음이 쓰리다. 전씨의 예비 투자금 2000만원은 아직 증권사 계좌에 잠자고 있다. 코로나19 충격으로 증시가 더 떨어질 것이라고 판단해서다. 그런데 최근 여기저기서 “삼성전자로 15% 넘게 벌었다” “원유(原油) 상품에 투자해 대박이 났다”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저점’을 놓친 것 같아 속이 타고 있다. “코로나19로 경제가 어렵다고 하는데 이상하게 주식은 계속 오르네요. 너무 싸게 사려다가 저가 매수 기회만 놓쳤나 봐요….”

전 세계 증시가 반등 그래프를 그리면서 ‘현금’을 쥔 예비 투자자들이 속앓이를 하는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코로나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여파로 금융시장이 더 흔들릴 것이라고 예상했는데, 증시가 갑자기 회복세를 보이자 투자 기회가 사라질 거 같다는 생각에 전전긍긍하는 것이다. 국내 증권사에 보관된 고객예탁금은 이달 초 47조원으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그동안 거래를 안 했던 고객 가운데 ‘지금이라도 투자하는 게 낫겠느냐’는 문의가 늘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 세계 각국 증시는 3주 전과 비교해 20% 넘게 반등한 상태다. 9일 코스피지수는 1.61% 오른 1836.21에 마감했다. 지난달 19일(1457.64) 대비 26% 오른 수치다. 코스닥지수도 1.41% 상승한 615.95에 거래를 마쳤는데, 3주 전과 비교하면 45% 반등했다. 미국 뉴욕 3대 증시도 지난달 23일 대비 22~29% 올랐다.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 가격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레버리지상장지수증권(ETN)의 경우 열흘 만에 130% 오른 상품까지 등장했다.

‘코로나 불황’ 우려가 높아지는데 금융시장이 꿈틀거리는 이유는 뭘까. 노동길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과 유럽의 ‘코로나 정점’ 통과 기대감이 증시에 선반영된 상태에서 산유국의 감산 합의 가능성이 투자 심리에 긍정적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반등세를 무작정 쫓는 ‘뒷북 투자’는 위험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금융감독원은 이날 “레버리지 WTI원유 선물 ETN의 지표 가치와 시장 가격의 괴리율이 이례적으로 폭등했다”며 금융소비자 ‘위험’ 경보를 발령했다. 원유 가격 대비 ETN 가격이 두 배 가까이 오른 상황에서 뒤늦게 투자할 경우 원유 가격이 올라도 투자자가 수익을 거두기 어려울 수 있다는 것이다. 금감원이 위험 경보를 발령한 건 2012년 6월 소비자경보 제도 시행 이후 처음이다.

양민철 조민아 기자 liste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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