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습 프로그램을) 켜 놓기만 해라.”(고3 수업 진행한 한 교사)

“예상대로 시간 낭비였습니다. 내일부터 다른 공부할 겁니다.”(대입 정시를 준비하는 고3 학생)

고등학교와 중학교 3학년을 대상으로 ‘온라인 개학’이란 거대한 교육 실험이 9일 시작됐다. 교육부 추산 86만명(중3 41만5000여명, 고3 44만5000명)이 참여했다. 오는 20일이면 545만명에 달하는 초·중·고 학생이 전부 실험 대상이 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사실상 ‘강요된’ 실험이다. 하지만 실험을 경험한 학생·학부모와 교사들에게선 “의미 있는 수업이 이뤄지지 않는다”는 불만이 나왔다.

많은 학교에서 제대로 된 수업이 이뤄지지 못했다. 일부 고3 학생은 학급 단톡방에 “수업 켜놓고 (다른 과목) 공부하고 있다” “고3이라 바빠 죽겠고, 도움도 안되고, 배터리도 아깝다”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 고교 3학년 상민(가명)이는 이미 알고 있는 내용을 자신이 왜 듣고 있어야 하는지 더 짜증이 났다고 했다. 친구들도 원격 수업만 틀어놓고 다른 공부하고 있다고 했다. 상민이는 “어떻게든 학교 원격 수업으로 빼앗기는 시간을 줄이고 내 개인 공부 시간을 확보하는 게 중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학생과 교사들은 완전히 낯선 환경에 제대로 적응하지 못한 모습이었다. 일부 교사는 “출석체크 안 할테니 조회와 종례만 참여하라”거나 “이어폰만 켜놓고 딴 거 해도 된다”고 말하기도 했다. 경기도의 한 고교 교사는 “출석 체크하는데도 상당한 시간이 소요됐다”고 말했다.

학습관리시스템(LMS)인 EBS 온라인클래스 중학교용 사이트는 이날 오전 9시부터 10시15분 사이에 접속 시스템에 일부 병목 현상이 일어났다. 이 때문에 1시간15분 동안 중학교 교사와 학생들이 접속을 못 하거나 접속이 몇 분 동안 지연되는 문제를 겪었다.

학생들이 학원에 가서 학교 온라인 수업을 듣는 경우도 있었다. 수도권의 한 영어·수학 전문 보습학원은 학부모들에게 문자메시지를 보내 “학교 수업 시간과 동일한 시간대에 학원을 오픈해 아이들이 학교 원격수업을 학원에서 듣도록 관리·감독해주겠다”고 알렸다.

학교 현장에서 크고 작은 혼란이 발생했지만 교육부는 “대체로 무난했다”고 자평하는 분위기다. 학생 출석률도 90% 후반대를 기록해 오프라인 개학 때보다 많은 학생이 나왔다고 평가했다. 교육부는 일부 시행착오를 거쳐 본격적인 원격 수업이 진행되는 다음 주에는 안정적인 공교육 서비스가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하지만 교육부의 기대와 달리 현장에선 스마트 기기나 안정적인 인터넷 환경 같은 환경이 갖춰지더라도 당장 학습 공백을 메울 수는 없을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EBS 한때 먹통 수업 ‘아슬아슬’… 추가 개학 땐 접속대란 우려
‘○○님이 나갔습니다’ 수업중 채팅창에선 5초마다 알림
수시 노리는 고3 수험생은 온라인 수업 더 집중해야

이도경 강보현 기자 yid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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