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교 3학년과 중학교 3학년 온라인 개학이 시작된 9일 서울 마포구 서울여고 교실에서 교사가 온라인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김지훈 기자

전국의 중3과 고3이 일제히 ‘온라인 개학’을 맞은 9일 각각 고3과 중3인 서울의 한 남매도 잔뜩 긴장한 채 하루를 시작했다.

강북의 한 고등학교에 다니는 3학년 김민준(가명·18)군은 오전 8시에 시작되는 학급 조회에 참석하기 위해 오전 7시50분부터 노트북 앞에 앉았다. 출석을 인정받기 위해 학교에서 지정한 화상회의 사이트에 접속하려 했지만 사이트가 열리지 않았다. 집 안에 있는 모든 스마트기기를 동원한 끝에 시간이 임박해서야 태블릿PC로 간신히 접속에 성공했다. 화면은 절반쯤 잘려 나왔다.

김군은 실시간 쌍방향 수업과 녹화 영상으로 진행된 수업을 번갈아들었다. 같은 반 친구들끼리만 듣는 수업은 별문제가 없었다. 하지만 3학년 전체가 동시에 듣는 수업에선 50분 내내 학생들이 접속 불량을 겪었다. 수업 도중 채팅창에는 ‘○○님이 나가셨습니다’라는 알림이 5초에 한 번씩 반복됐다.

일부 학생은 수업이 끝난 뒤 사라진 ‘유령방’에 갇히기도 했다. 한 수업이 끝나면 다른 수업이 진행되는 강의방으로 넘어가야 하는데, 이전 수업이 종료된 방에서 접속이 끊겨버렸기 때문이다.

중학교 3학년 학생이 강북구 집에서 온라인 수업을 듣기 위해 인터넷에 접속했지만 실패한 모습. 최현규 기자

중학교 3학년인 여동생 민서(가명·15)양의 개학 첫날도 혼란스럽긴 마찬가지였다. 김양이 다니는 학교는 이날 녹화 수업으로만 진행됐는데 일부 수업에서 교사가 올려놓은 강의 자료가 아예 열리지 않았다. 결국 교사는 구두로 자료 내용을 설명해야 했다.

교사들이 미리 만들어 서버에 올려둔 온라인 강의 시간도 제각각이었다. 원래 한 교시당 수업시간은 45분인데 30분짜리 자료를 만들어 올린 교사도 있었고, 15분짜리 자료를 올린 교사도 있었다.

김양의 1교시 음악수업 강의 자료는 8분짜리 동영상 한 편이어서 1교시 수업이 10분도 되지 않아 끝났다. 김양은 “학교에서 받는 수업이 아니라 그냥 자기주도학습 같다”고 말했다.

수업이 끝난 후 진행되는 테스트에도 문제가 많았다. 테스트를 통과해야 출결을 인정받을 수 있는데, 정답을 올려도 계속 틀렸다고 표시됐다. 학생들의 원성이 쏟아지자 교사는 한 명 한 명 직접 정답처리를 했다. 간신히 첫날 수업을 마친 김양은 “정신이 없었다”며 “다음 주에 다른 학년까지 개학하면 어떻게 될지 막막하다”고 했다.

학교 현장의 교사들도 하루 종일 긴장 상태로 보냈다. 이날 오전 취재진이 찾은 서울 마포구 서울여고의 송원석 연구부장은 “고교생들은 스튜디오에서 조명과 음향을 전문적으로 갖춰 찍은 인터넷 강의를 많이 접한 세대”라며 “일반 교실에서 열악한 장비로 촬영하다 보니 영상의 품질을 확보하는 데 어려움이 많았다”고 토로했다.

서울여고에서는 크고 작은 해프닝도 일어났다. 조회가 끝날 때까지 일부 학생이 접속하지 않아 담임교사가 유선으로 연락을 했고 영상 소리가 학생들에게 들리지 않아 교사가 구두로 내용을 설명해야 했다. 마이크 작동 오류, 오디오가 맞물려 나는 소음 때문에 출석 확인을 멈추거나, 다음 주 수업에 사용할 영상 업로드가 중단되기도 했다.

그럼에도 교사들의 의견은 대체로 “걱정만큼 나쁘진 않았다”는 쪽으로 모였다. 서울의 한 고교 국어교사인 A씨(30)는 “생각 이상으로 평화로웠다”고 평했다. 성남외고 중국어 교사 나현선(52)씨는 “아이들이 디지털 네이티브 세대라 금방 적응하더라”고 말했다.

교사 “켜놓기만 해라” 고3 “내일부턴 딴공부”
EBS 한때 먹통 수업 ‘아슬아슬’… 추가 개학 땐 접속대란 우려
수시 노리는 고3 수험생은 온라인 수업 더 집중해야

강보현 송경모 기자 bob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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