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전 세계인은 코로나19라는 전대미문의 바이러스에 의해 목숨이 위협받고 있다. 이와 동시에 집에 갇혀 있음으로 어쩔 수 없이 갖게 된 자유시간을 어떻게 사용할 것인지 심각하게 고민 중이다. 나 같은 사람의 숫자가 제법 많은지 수준 높은 문화공연을 무료로 관람할 수 있는 기회가 온라인 공간에 가득하다. 작년에 시립미술관에서 열린 전시로 큰 관심을 모았던 데이비드 호크니가 프랑스 노르망디에 머물면서 그렸다는 최근 신작이 그중 하나로 비록 실물을 보지 못했지만 예술가의 진정성을 느낄 수 있는 작품들이었다. 일반적으로 대가들의 작품이 주는 범접할 수 없는 화려한 기교와 노련함 대신 성실한 관찰자로서 자연이 인간에게 허락한 아름다움을 소박하고 잔잔하게 표현했다.

며칠을 시름시름 앓는 사이 꽃잎이 다 떨어지고 야속한 봄날이 가버린 것 같아 열이 내리자마자 옷을 주섬주섬 챙겨 입고 동네 산책에 나섰다. 벚꽃 명소로 유명한 워싱턴DC의 여러 장소를 다 섭렵한 후에 마치 동화 파랑새의 주제처럼 내 집 앞에서 가장 가슴 설레는 벚꽃 나무를 만났다고 하면 믿지 않으려나. 이곳으로 이사를 온 후 3년 동안 한 해도 거름 없이 봄의 도착을 알려주면서 나의 외로움을 달래주었고, 만개한 절정의 아름다움으로 자연에 대한 무한 경외심을 느끼게 했던 바로 그 나무였다. 이미 여러 사람이 감탄해 마지않았던 화려한 꽃잎이 다 떨어진 후에 나는 다시 그 앞에 섰다. 혹시나 초라하지 않을까 싶은 순간이었지만 나도 모르게 순전한 감탄이 저절로 흘러나왔다. 분홍빛이 고운, 가느다란 암술과 수술의 매끈한 움직임과 이제 막 여린 잎사귀를 피우려고 한껏 발돋움하는 싱싱한 생명력이 내게 온전히 전해져 왔다. 산에 오를 때 보지 못한 꽃을 하산하면서 보았다는 인간의 무심함을 이야기한 시구(詩句)가 떠오른다. 꽃이 피어 있을 때나 꽃잎이 다 진 후에도 나무는 여전히 바쁘다. 단지 우리가 몰랐을 뿐이다.

황훈정 재미작가
트위터페이스북구글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