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 4·15 선거를 통해 등장할 제21대 국회는 태생적 한계로 인해 큰 시련을 겪을 것 같다. 여야 어느 쪽이 승리를 거두든 그럴 것 같다. 현 제20대 국회보다 더 파란만장한 우여곡절을 겪으며 역대 최악이라는 기록을 경신할 가능성이 보인다. 이 불길한 예상은 우리를 심각한 걱정으로 몰아넣는다. 하지만 국회 무력화를 원하는 일부 정치권 인사에겐 속으로 흐뭇한 일일지 모른다. 불길한 예상이 현실이 되지 않도록 하려면 새 국회에 어떠한 태생적 한계와 방해 요소가 있는지 짚어보고 각성해야 한다.

우선 태생적 한계를 보자. 정책 이슈보다는 오직 권력의 향방에만 모든 것을 건 양극적 전면전을 통해 태어난다는 점이 국회 운영에 심대한 타격을 줄 것이다. 코로나19라는 돌발변수 때문인지, 정권의 책략 때문인지, 언론의 문제 때문인지 선거 과정에서 유권자의 높은 관심을 끈 정책 이슈가 없었다.

선거마다 통상적으로 논쟁거리를 낳는 경제 심판론도 실종되고, 경제정책 기조에 대한 논란도 묻혔다. 바이러스 시대의 경기 부양책에 대한 진지한 논의도 들리지 않았다. 경제라곤 세금으로 거둔 돈을 얼마씩 나눠줄지 단발성 대중 영합주의 선심공세가 다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미국 중국 일본과의 외교가 이상 징후를 보이고 북한의 불장난이 계속돼도 선거 쟁점으로 뜨지 않았다. 복지, 교육, 환경, 보건 등의 산적한 민생 현안도 주목을 끌지 못했다. 또한 놀랍게도 평상시 논란의 한복판에 있던 청와대와 행정부의 일방적 국정운영 방식이 정작 국회의원 선거에서는 집중 거론되지 않았다.

정책 이슈 실종 속에 권력 그 자체만을 위한 전면전을 통해 등장한 국회가 과연 국정 주체로서 제 역할을 할 수 있을까? 입법 활동에 방향을 제시할 나침반도 없고, 특정 방향으로 가기 위해 필요한 연료도 제공되지 않은 가운데 방향감각을 잃고 표류할 가능성이 농후하다. 국회가 이런 모습을 보이며 국정 주체로서의 역할을 하지 못한다면 국정운영의 추는 더욱 청와대와 행정부로 쏠리게 될 것이 자명하다. 국회가 국정 주도권을 놓친 채 야당은 수동적 자세로 반대를 위한 반대에 몰두하고, 여당은 권력의 보조수단으로 전락하게 될 수 있다.

태생적 한계는 또 있다. 선거 과정상 인물보다 정당만 부각됐다. 애당초 여야 양쪽의 공천 과정이 정당 지도부의 과도한 하향식 통제에 지배된 탓에 의원들은 힘들게 당선돼도 각자의 독립성과 자율성을 지키기 힘들고, 정당 간 전면전의 행동대원으로 전락할 위험성이 크다. 전략공천이란 이름 아래 지역구에 내리꽂히듯 공천을 받거나, 별 연고도 없던 지역구로 타의에 의해 갑자기 이동하거나, 정당이 실시한 조악한 여론조사로 후보자가 되어 입성한 의원으로선 신세 진 정당의 집단주의적 틀을 벗어나기 힘들다. 불투명한 선정 절차와 당내 정파적 조정으로 최종 명단에 올라 당선된 비례대표 의원들은 더욱 당 수뇌부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 의원들의 정당집단주의가 과해지면 국회는 양측 간 대립과 교착의 인질이 될 것이고, 그 틈에 국정 주도권은 청와대와 행정부의 독점물이 될 것이다.

시기상 새 국회는 태생적 한계가 없더라도 센 방해요소를 맞닥뜨려야 한다. 집권 후반기를 맞아 권력 누수를 막기 위해 청와대가 강공을 펼칠 가능성이 있다. 개헌이나 대외 관계 등에서 비예측적이고 합의의 진통이 큰 여러 카드를 던질지도 모른다. 그동안 일방적 국정운영에 대한 비판을 들었던 청와대가 더 경직된 모습을 보일지 모른다. 이럴 경우 여야의 이분법적 대결은 극으로 치닫고, 국회가 격랑에 빠진 사이 국정의 축은 더욱 기울어질 수 있다. 특히 코로나 사태로 사회에 대한 정부의 통제력이 강화돼 있는 상황이라 국회에 대한 행정부의 상대적 영향력을 극대화할 수 있는 호조건이 조성돼 있다.

제21대 국회에 대한 불길한 예상을 내심 반기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의회민주주의를 존중하기보다 청와대 권력을 국정의 유일한 축으로 생각하며 거기에 ‘올인’하는 사람들은 국회의 난맥상을 속으로 바랄지 모른다. 이들과 달리 우리는 의회민주주의 이상을 현실과의 괴리에도 불구하고 그냥 버릴 수 없으므로 선거 이후를 걱정하고 대비해야 한다. 제21대 국회가 태생적 한계와 방해요소로 국정 주도권을 일방적으로 놓치지 않도록 하는 관건은 결국 우리 국민의 준엄한 감시와 이성적 판단에 달렸다.

임성호 (경희대 교수·정치외교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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