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총선이 끝났다. 이제 다음 총선을 준비해야 할 시간이다. 청년이 대한민국의 미래이기 때문이다. 이번에도 청년의 국회 입성이 기대 이하에 머물렀다. 각 당이 서로 앞다투어 청년 등용과 세대교체를 외쳤지만 이벤트 후보의 낙마와 청년의 낙선으로 이어졌다. 이런 식으로는 대한민국의 미래가 어두워진다.

2020년 총선에서 30세 미만의 지역구 후보는 15명이었고 30대는 56명이었다. 2016년 총선에는 20대 후보 20명과 30대 50명이 출마했고 2012년에는 각각 13명과 20명이 출마했다. 2012년 이전에는 청년의 지역구 출마가 적지 않았다. 1988년부터 2008년 총선에서 30대 후보만 해도 최소 124명(2000년)부터 199명(1996년)까지 공천을 받을 정도로 많았다. 후보가 적으니 당선자도 더 적은 것이 당연하다. 2016년 총선에서 30대의 지역구 의원은 1명에 그쳤고 2012년에는 3명, 2008년에는 4명이었다. 그동안 20대 의원은 1명도 없었다.

그렇다고 비례대표에서 청년의 성적이 좋은 것도 아니다. 비례대표 투표용지에 이름을 올린 정당이 35개로 역대 최다인 2020년에도 30세 미만 비례대표 후보가 12명, 30대 후보가 34명이었다. 2016년 총선에서 20대와 30대 후보는 각 1명에 불과했고 2012년엔 30세 미만 후보는 아예 없었으며 30대는 19명이었다. 2016년의 청년 비례대표 후보 2명은 모두 당선됐지만 2012년에는 3명이 당선되는데 그쳤다.

2020년 총선의 유권자가 약 4400만명인데 그 가운데 18세부터 40세 미만이 1495만명으로 3분의 1을 차지하건만 그 대표는 국회의원 수의 3분의 1보다 훨씬 더 적다. 나이로 국회의원을 뽑는 것은 아니지만 대의민주주의의 전당인 국회의 대표성이나 비례성이 현저히 낮은 것은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또한 미래를 이끌 청년에게는 기회를 주고 키워야 한다. 이러한 투자의 혜택은 반드시 국민에게 향하기 때문이다.

과거 이른바 386세대의 일부에게는 공천만 줘도 됐던 시절이 있었다. 그들은 학생운동이나 노동운동을 거치면서 민주화에 기여했고 그 이후에는 사회운동과 정당에서 앞길을 스스로 개척해왔다. 한국의 민주주의가 발전하면서 오히려 청년이 정치적 훈련을 받을 공간이 줄었다는 것은 역설적이다. 청년이 국회에 진출할 경로가 영입 이벤트 말고는 딱히 없어진 것이다.

선거를 앞두고 정당은 선거 승리용 구색 맞추기로 청년을 물색한다. 유권자의 주목을 끌기 위해 정당은 청년의 정치적 업적과 전문성보다 감성 풍부한 인생 스토리에 기댄다. 이번 총선에서도 정당은 보안에 힘쓰다가 검증을 제대로 안 해서 앞길 창창한 청년의 인생을 망치는 일을 반복했다.

물론 청년의 출마를 촉진하기 위해 제도를 갖추기도 했다. 정당마다 경선 과정에서 청년에게 가산점을 준다. 이번에 한 정당은 20대 후보에게 경선비용 전액을 지원하고 30대에게는 절반을 지원하기도 했다. 이제 이벤트는 줄이고 제도를 정비해서 장기적으로 선순환하는 생태계까지 구축해야 한다. 그것도 총선이 다 돼서나 시간에 쫓겨 청년공천 제도를 제시하기보다는 준비할 시간을 충분히 주도록 청년 등용의 기준을 미리 공표해야 할 것이다.

첫째, 청년이 정체성도 갖고 정치적 경험을 장기간 일구도록 당원 기간에 따라 누진적으로 가산점을 주는 방안이 있다. 이번에 어느 청년은 화려한 상품성으로 이당 저당에서 러브콜을 받았다가 결국 어느 당의 공천도 못 받는 일이 생겼다. 이런 코미디에 수 년간 묵묵하게 정당활동을 하는 청년은 당에 걸었던 희망을 회수했을 것이다. 당에서 오랫동안 당비를 내며 경험을 쌓도록 하고 그 기간이 길수록 후보로 우대한다면 많은 청년이 당에 들어와 열심히 역량을 키우고 그 덕에 정당은 젊어질 것이다.

둘째, 청년 기초의회 의원을 국회의원 후보로 우대하는 방안도 있다. 먼저 지방의회에서 의정활동 경력을 기르고 지역 유권자의 검증도 받은 청년을 국회로 이끌자는 말이다. 이에 따라 꿈있는 청년이라면 지방의회부터 차근히 배우고 나중에 국회에 진입해 일회성 소모품이 아닌 지속 가능한 청년정치를 하는 충원의 경로가 형성될 것이다. 한마디로 정당정치의 기초로 돌아가서 지방의회 활성화는 물론 정당과 국회의 세대교체라는 일거삼득의 효과를 보자는 의미이다.

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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