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 소독하고 비닐장갑 끼고 힘겨웠지만… 열기는 뜨거웠다

고3 여학생 “부모님과 공약 토론하고 고민하면서 투표했다”

한 유권자가 15일 서울 종로구 이화동 제1투표소에서 비닐장갑을 낀 채 비례대표 투표용지를 투표함에 넣고 있다. 이번 선거에선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유권자들이 손소독제를 사용했고, 열이 나는 사람들은 별도 투표소를 이용했다. 김지훈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에도 15일 전국은 유권자들의 투표 열기로 뜨거웠다. 제21대 국회의원 선거 투표일인 이날 전국 1만4000여개 투표소에는 아침 일찍부터 유권자들의 발걸음이 이어졌다.

코로나19 사태 한복판에서 치러지는 선거인 만큼 유권자도 당국도 방역에 만전을 기하는 모습이었다. 이날 둘러본 투표소에선 입구에서부터 유권자들이 손소독제를 사용했고, 열이 나는 사람들은 별도 투표소를 이용했다. 또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은 유권자들은 입장하지 못하게 했다. 대기 장소에는 1m 간격으로 청테이프를 붙여 놓았고, 유권자가 순간적으로 몰려들면 선거사무원들이 나타나 ‘사회적 거리’ 유지를 당부했다.

코로나19가 여전히 기승을 부렸지만 유권자들의 발걸음을 막지는 못했다. 이날 오전 7시30분쯤 서울 관악구의 한 투표소에서 투표를 마친 안세옥(80)씨는 “2주 만에 투표 때문에 외출을 결심했다”며 “코로나19가 두려웠지만 투표를 건너뛸 수는 없었다”고 말했다.

서울 마포구에서 투표한 직장인 이모(27)씨는 “사전투표 때 두 번이나 투표소를 찾아왔는데 대기 줄이 너무 길어 투표를 못 했다”며 “오늘이 세 번째인데, 투표를 할 수 있어서 뿌듯하다”고 미소를 지었다.

지난해 공직선거법이 개정되면서 처음으로 투표권을 얻은 고3 김윤서(18)양도 “공부하느라 공약을 제대로 비교해볼 시간이 많지는 않았지만, 부모님과 토론하고 고민하면서 투표했다”고 전했다.

일부 고령 유권자는 비닐장갑을 낀 채 진행한 투표에 불편함을 호소하기도 했다. 서울 관악구의 한 투표소에서 만난 김모(63)씨는 “비닐장갑을 끼고 투표용지에 도장을 찍으려니 미끄럽고 힘이 잘 들어가지 않아 도장이 반만 찍혔다”며 “다시 찍자니 무효표가 될까 두려워 그냥 제출했다”고 말했다.

서울 강북구 한 투표소에선 80대 할머니가 도장 대신 지장을 찍는 해프닝이 있었고, 사전투표 때와 달리 본 투표일인 이날은 지정된 투표소에서 투표해야 한다는 사실을 모르고 투표장을 찾았다가 발길을 돌린 유권자도 있었다.

준연동형 비례대표제가 도입되면서 48㎝가 넘어버린 비례대표 투표용지에 놀라는 유권자도 많았다. 강북구의 한 투표소에서 만난 안병팔(76)씨는 “선거용지가 너무 길어서 깜짝 놀랐다”며 “평소 정치에 관심 없는 사람들은 뭐가 뭔지 몰라서 그냥 아무 데나 찍었을 것 같다”고 했다. 이어 “당명도 너무 길고 복잡해서 다 읽지도 못했다”며 “이게 국민의 의견을 제대로 반영하는 선거인지 모르겠다”고 볼멘소리를 했다.

마포구에서 만난 직장인 이모(25)씨도 “비례대표 투표용지가 3번부터 시작해 ‘인쇄가 잘못 됐나’ 싶었다”며 “기표소에서 ‘비례대표 3번’을 검색해 급하게 공부했는데, 잘못 인쇄된 거 아니냐고 따졌으면 민망할 뻔했다”며 웃었다.

정우진 강보현 기자 uzi@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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