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당, 막말 논란·중도층 염증에 ‘정권 심판론’ 안 먹혀

돌아선 판세 뒤집기엔 역부족… 총선 내내 지리멸렬 모습도 한몫

제21대 총선에서 패배한 미래통합당 황교안 대표가 15일 국회도서관 강당에 마련된 미래통합당-미래한국당 개표상황실에서 사퇴를 밝힌 뒤 상황실을 떠나고 있다.

4·15 총선에서 더불어민주당이 압승한 배경은 보수야당에 대한 중도층의 염증에다 막말 논란 등으로 정권 심판론이 힘을 잃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미래통합당은 강세 지역인 서울 강남벨트와 대구·경북(TK) 지역을 사실상 휩쓸었지만 판세를 뒤집기에는 역부족이었다. 특히 투표율이 28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음에도 패배하면서 통합당은 충격에 휩싸였다. 중도층이 대거 투표장을 찾았지만 통합당을 선택하지 않았다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통합당은 강남 지역을 제외한 서울 주요 격전지에서도 고전을 면치 못했다. 여야 간판급 대결로 관심을 모았던 종로에선 민주당 이낙연 후보가 일찌감치 확실한 당선권에 들어갔다. 잠룡급 오세훈 후보와 나경원 후보가 각각 출전한 광진을과 동작을에선 막판까지 혼전을 거듭하며 승기를 잡지 못했다. 김용태 후보가 나섰던 구로을의 경우에도 막판 보수 후보 단일화에 실패하며 정권 심판론 바람을 일으키는 데 실패한 것으로 분석됐다. 통합당은 텃밭인 서울 강남과 송파 지역에서 선전하는 데 그쳤다.

통합당은 대구·경북 25곳 대부분을 휩쓸면서 체면치레를 했다. 전통적 보수층이 완전히 등을 돌리는 최악의 위기는 모면했다는 것이다. 통합당 주호영 후보가 대구 수성갑에서 대권 잠룡으로 불리는 민주당 김부겸 후보를 제쳤다. 다만 경남 양산을을 비롯한 ‘낙동강 벨트’와 부산진갑, 부산 남을, 부산 북·강서갑 등 영남 일부 지역에선 여야 후보 간 박빙의 승부가 벌어졌다.

통합당은 이날 “투표율이 65% 이상을 기록하면 130석 이상을 가져갈 수 있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투표율이 높으면 문재인정부에 대한 ‘분노 투표’가 이뤄질 것으로 봤다는 얘기다. 그러나 투표율이 60%를 훌쩍 넘었음에도 통합당 예측은 속절없이 빗나갔다. 중도층 다수가 투표에 참여했으나 통합당을 찍지는 않았다는 것이다.

통합당이 총선 기간 내내 지리멸렬한 모습만 보여준 탓이 크다는 지적이 뒤따랐다. 특히 긴급재난지원금 이슈를 놓고 통합당은 정부·여당의 퍼주기 경쟁만 부채질했다. 황교안 대표는 모든 국민에게 50만원을 지급하자고까지 제안했다. 김종인 총괄선대위원장은 대학생에게 100만원씩 특별재난장학금을 지급하는 방안도 제안했다. 정부·여당의 지원급 지급 대책을 매표 행위라고 비판하면서 스스로 매표 경쟁을 부추긴 셈이었다.

아울러 코로나19 확산 국면에서 비교적 조용히 치러진 이번 선거에서 통합당 후보의 ‘세월호 텐트’ 발언이 싸늘한 민심을 불러왔다. 통합당은 세월호 막말 논란을 일으킨 차명진 후보를 즉각 제명 처리하지도 못했다. 통합당은 탈당 권유 처분을 내렸다가 지난 13일 뒤늦게 최고위에서 직권으로 차 후보에 대한 제명 결정을 내렸다.

통합당의 총선 전략은 내부적으로도 혼선을 빚으며 무너졌다. 통합당은 선거 막판 “이대로 가면 개헌 저지선(100석)도 위태롭다”고 읍소했지만 지지층을 결집시키지 못했다. 황 대표의 ‘큰절 읍소’ 전략을 놓고 “엄살 전략은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반론도 제기됐다. 통합당은 ‘n번방’ 사건에 여권 인사가 연루됐다는 의혹에 군불을 땠지만 여당의 정치공작 비판만 초래했다.

공천 역시 적지 않은 잡음을 일으켰다. 김형오 공천관리위원장의 사천 논란에다 인천 연수을 민경욱 후보 공천 등을 둘러싸고 오락가락 결정을 내린 점도 부정적인 여론을 키운 것으로 보인다.

김경택 기자 ptyx@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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