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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춘추] 일하는 국회

오종석 논설위원


코로나19에도 많은 유권자가 참여해 28년 만에 최고 투표율
전 세계에 민주시민 역량 보여
총선 민의는 일 잘할 것 같은 후보와 당에 지지를 보낸 것
21대는 일하는 국회와 현장… 국회, 대승적 국회 되길 기대

대한민국은 위대하고 유권자는 냉철했다. 4·15 총선에선 첫 투표권자인 18세 청년부터 116세 할머니까지 많은 유권자가 귀중한 한 표를 행사했다. 국란에 비유되는 코로나19 사태에도 전혀 굴하지 않았다. 코로나 방역 때문에 더 길어진 줄은 장애가 되지 않았다. 발열 검사를 받고, 손소독제를 쓴 후 일회용 비닐장갑을 착용하고 투표하기까지 민주시민으로서의 역량을 잘 보여줬다. 28년 만에 최고 총선표율이 나올 것이라고는 아무도 상상하지 못했다. 너무도 민주적이고 차분하게 치러진 ‘코로나 선거’에 전 세계가 놀라움을 금치 못하며 극찬했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은 15일(현지시간) 코로나19의 세계적 대유행 상황에서 한국이 총선을 치른 데 대해 “진정으로 자유롭고 개방되고 투명한 사회의 특징”이라고 평가했다. 한국의 총선이 전 세계에 본보기라고도 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전 세계에서는 예정된 선거가 대부분 연기됐다. 미국에서는 15개 이상 주에서 대선 경선이 연기됐고, 영국에서는 지방선거가 1년 연기됐다. 프랑스 스리랑카 뉴질랜드 등 최소 47개국이 코로나19로 선거를 연기했다고 미국 CNN방송이 전했다.

선거 결과는 집권여당의 압승으로 끝났다. 총선 결과에 대해 많은 분석이 뒤따른다. 분석기관에 따라, 진보와 보수 등 진영에 따라 조금씩 다른 해석이 나온다. 양극단의 진영논리가 확산됐다. 지역주의가 견고해졌다. 코로나 덕을 봤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코로나 SOS’가 결정적이었다. 모두 어느 정도 일리는 있지만 전체적인 총선 민의는 의외로 간단하다. 일 잘할 것 같은 후보를 선택했다는 것이다. 좀 더 일 잘할 것 같은 당에 더 많은 지지를 보냈다는 것이다. 그동안 정부여당은 조국 사태에 따른 국론분열과 경제침체에 대한 책임 등으로 집중 공격을 받았다. 코로나 사태 초기에는 방역 혼선 등으로 비난을 자초하기도 했다. 문재인 대통령을 지지했던 중도층이 대거 이탈하면서 민심이반이 심해졌다. 총선 참패가 불을 보듯 뻔하다는 얘기가 나왔다. 야당은 그러나 기회를 살리지 못했다. 특히 제1야당인 미래통합당은 대안을 제시하지도 않았고, 국회 내에서 정치력을 발휘하지도 못했다. 삭발, 거리투쟁, 국회 보이콧 등을 일삼았다. 국정엔 사사건건 발목을 잡았다. 유권자들은 고민에 빠졌다. 여당도 밉지만 통합당은 더 싫다는 사람들이 늘어났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의 코로나 대응에 조금씩 신뢰가 쌓이면서 민심이 다시 정부여당 쪽으로 돌아섰다. 야당이 그토록 무능하고 엉터리라고 몰아붙이며 공격했지만 대통령은 묵묵히 코로나 현장을 직접 찾아다녔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사태 초기 가장 심각한 대구까지 내려가 장기간 머무르며 코로나를 현장 지휘했다. 정은경 질병관리본부장을 비롯한 방역 당국 관계자들이 최선을 다하는 모습은 박수를 받기에 충분했다.

해외에선 극찬이 쏟아졌지만 야당과 일부 보수진영은 정부의 역할을 무조건 깎아내리며 성숙한 시민의식과 의료진의 헌신만 강조했다. 하지만 똑똑한 국민의 눈과 귀는 상황인식을 정확히 하고 있었다. 여당은 ‘싸우는 사람 대신 일할 사람을 뽑아 달라’는 슬로건을 내걸었다. 결국 이 이슈가 제대로 먹혔다.

여야는 16일 총선 결과에 대해 ‘국민 명령’을 철저히 수행하겠다고 다짐했다.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 겸 공동상임선거대책위원장은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며 “국회다운 국회, 국민을 통합하는 국회를 만들 책임이 온전히 민주당에 있음을 마음에 새긴다”고 말했다. 김종인 통합당 총괄 선거대책위원장은 “국민 마음을 잘 새겨서 야당도 변화하지 않을 수 없어졌다”고 했다. 양당 모두 일하는 국회에 대한 유권자의 명령을 새겨듣겠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진다. 민심은 항상 한쪽으로 기울어 있지 않다. 언제든 못하는 쪽에 회초리를 들고 잘하는 쪽에 박수를 보낼 준비를 하고 있다.

압승한 여당이 자만에 빠져 제대로 못 하면 언제든 민심은 돌아서고 심판을 할 것이다. 이번에 참패를 한 야당이 제대로 일하는 모습을 보여주면 지금의 여당 못지않게 압도적인 지지를 받을 수도 있다. 여야가 일하는 국회 경쟁에 적극 나서주길 기대한다. 그런 의미에서 대한상공회의소가 내놓은 논평이 눈에 띈다. 국민이 기대하는 21대 국회는 민생법안을 잘 처리하는 ‘일하는 국회’, 현장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현장 국회’, 국민을 보고 큰 정치를 하는 ‘대승적 국회’다.

오종석 논설위원 jsoh@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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