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원은 누구나 선망하는 최고의 공직이다. 국민을 대표하는 대의기관의 구성원이라는 명예도 뿌듯할 테지만 막강한 권한이 매력이다. 의원들은 법률을 제·개정하고 국가 예산을 심의·확정하고, 행정·사법부 등을 감시·감독할 수 있는 ‘슈퍼 갑’이다. 연봉이 1억5000만원이 넘는 데다 회기 중 불체포, 보좌진 임면, 후원금 모금 등 특권도 다 세기 어려울 정도로 많다. 오죽하면 하나님도 부러워하는 직업이라는 말이 나왔을까.

그런 의원을 무려 아홉 번이나 지낸 이가 있다. 고인이 된 김영삼 전 대통령, 김종필 전 국무총리, 박준규 전 국회의장 3명이다. 이들은 20, 30대 젊은 나이에 국회에 입성해 수십년 동안 한국 정치를 쥐락펴락했다. 그 정도는 아니더라도 현역 중에도 ‘직업이 국회의원’이라 불릴 정도인 정치인이 꽤 있다. 서청원 우리공화당 의원이 8선으로 선수가 가장 높다.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7선이고 그 뒤로 문희상 국회의장, 정세균 국무총리, 이석현 민주당 의원, 김무성 미래통합당 의원, 천정배 민생당 의원 등 5명이 원로급으로 분류되는 6선 의원이다. 5선 의원도 원혜영 이종걸 민주당 의원, 심재철 이주영 통합당 의원 등 9명이다. 이들 가운데 대다수가 다음 달 29일이면 의원 직에서 물러난다. 박병석 민주당 의원만 이번 총선에서 당선돼 21대 국회 유일의 6선 의원을 예약했을 뿐 나머지는 용퇴·불출마하거나 당내 경선에서 탈락 혹은 본선에서 낙선했다. 정동영 박지원 의원, 손학규 전 바른미래당 대표(이상 4선) 등 오랫동안 한국 정치를 호령해 온 ‘올드보이’들도 여럿 고배를 마셨다. 혹시 재기를 꿈꾸는 이들이 있을지 모르겠지만 유권자들의 피로감과 신진 정치인들의 거센 도전 등으로 인해 기회를 잡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보여줄 새로운 것이 없다면 금배지에 대한 미련을 이쯤에서 거두고 정치 무대를 후배들에게 물려주는 게 어떨지. 이병기 시인이 ‘낙화’란 시에서 “가야 할 때가 언제인가를/ 분명히 알고 가는 이의/ 뒷모습은 얼마나 아름다운가”라고 읊지 않았나.

라동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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