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은 “할 일 한다”지만… 정권 겨냥한 수사 경로 수정?

울산선거 수사 방식 등 조정 관측… 신라젠 수사도 동력 잃을 가능성

4·15 총선에서 국회 입성에 성공했지만 곧 재판정에 서게 될 더불어민주당 한병도·황운하·최강욱(왼쪽부터) 당선인의 모습. 이들은 재판 결과에 따라 의원직 유지 여부가 결정된다. 한 당선인과 황 당선인은 오는 23일, 최 당선인은 오는 21일 재판에 출석할 전망이다. 뉴시스·연합뉴스

4·15 총선을 지켜본 검찰 구성원들은 “검찰이 진영의 가운데에 놓인 유례 없는 선거였다”고 말했다. 개별 사건의 당사자들이 정치권에서 검찰의 편파 수사나 상대 후보의 도덕적 흠결을 주장했던 전례야 있었지만 이번에는 검찰이 아예 숨은 주인공 격이었다는 얘기다. 여권은 선거운동 기간 ‘검찰 개혁 완수’를, 야권은 ‘윤석열 검찰총장 지키기’를 슬로건으로 내걸었다.

법조계는 여당의 압승으로 끝난 이번 선거가 검찰에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인지 주목하기 시작했다. 정치와 사법이 분리돼 있다는 원칙 하에 검찰은 “그저 검찰의 일을 하면 된다”고 말하고 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는 정권을 겨냥해온 수사들이 조금씩 경로를 수정하게 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윤 총장은 총선 당일 “정치적 중립을 지키기란 어마어마하게 어렵다”고 말했다. 수사마다 정치적 배경을 의심받고 결국 정치권력의 영향을 받게 되는 검찰의 괴로움을 토로한 것이라는 해석도 나왔다.

16일 국민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검찰 안팎에서는 총선 결과가 현재 수사 사안들에 어느 정도 불가피하게 영향을 줄 것으로 보는 시각이 우세했다. 이 같은 분석은 그간 주목받아온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2부(부장검사 김태은)의 청와대 울산시장 선거개입 의혹 사건을 두고 주로 제기됐다. 법조계의 한 관계자는 “기소한 이들 중에 복수가 국회의원이 되는 사건이 얼마나 있겠느냐”고 했다. 지난 1월 재판에 넘겨졌지만 이제 ‘배지’를 단 한병도 전 청와대 정무수석, 황운하 전 울산지방경찰청장을 두고 하는 말이다.

검찰은 청와대가 2018년 지방선거 과정에서 경찰을 동원해 특정 후보의 낙선을 목적으로 한 ‘하명 수사’를 했다는 내용을 밝혔고, 범행의 전모를 계속 파헤치겠다는 자세를 보여 왔다. 조사 여하에 따라 청와대 최고위 관계자들의 공모까지도 수사 대상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 있었다. 하지만 총선 이후 수사 범위나 방식은 조정될 수 있다는 시각이 대두된다. 검찰의 한 관계자는 “수사는 조사하는 이와 조사받는 이의 상호작용”이라며 “난관을 돌파하기 어려운 환경이 된 건 분명하다”고 관측했다.

서울남부지검이 주력하고 있는 신라젠, 라임자산운용 사건 등의 수사에 대해서도 “동력을 더 얻기는 힘들지 않겠느냐”는 분석이 나온다. 범행들의 본체 격인 불완전판매, 무자본 인수·합병(M&A), 주가조작 등을 파헤치는 것은 가능하겠지만 이 같은 자본시장 범죄의 태동 배경까지 조사하긴 어렵지 않겠느냐는 얘기다. 라임 사태의 경우 금융권에서는 “어떻게 업계 1위의 사모펀드가 됐는지 규명해야 한다”는 시각이 있었다. 하지만 이제 ‘윗선’이나 ‘배경’ 수사는 어려워질 것이란 비관적 관측으로 돌아섰다.

여당의 압승이 검찰에 부담인 것은 아니며 조용히 할 일을 할 수 있는 환경으로 변했다는 해석도 있다. 오히려 진영논리에 빠지지 않고 일할 수 있는 분위기가 됐다는 것이다. 검찰의 한 관계자는 “정치권이 기계적 균형을 이룰 때에는 검찰을 놓고 편 가르기를 했는데, 이젠 오히려 검찰을 내세우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투표 결과 때문에 해야 할 수사를 하지 않는다는 등의 선택은 있을 수 없다”고 말했다. 윤 총장은 “총선 이후에도 흔들림 없이 수사하라”고 주위에 당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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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승은 허경구 기자 gugiza@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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