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헌 빼고 무소불위 여당… 유권자 3분의 1 목소리도 경청해야

총리·대법관·헌재소장 등 인사 민주·시민당만으로 통과 가능… 법안·예산·인사 다 틀어쥐어

더불어민주당 지도부가 16일 국회에서 회의를 열기 전 국민들을 향해 총선 승리에 대한 감사인사를 하고 있다. 왼쪽부터 송영길 의원, 이낙연 상임선거대책위원장, 이해찬 대표, 이인영 원내대표. 최종학 선임기자

더불어민주당과 비례정당 더불어시민당이 21대 총선 결과 합산 180석을 차지하면서 여당이 단독으로 헌법을 개정하는 것 외에는 의회에서 모든 것을 다 할 수 있는 ‘슈퍼 여당’이 됐다. 재적의원 과반만 있으면 되는 법안 및 예산 처리는 물론이고 국회선진화법도 무력화시킬 수 있다. 21대 국회 원 구성에서도 야당을 압도할 수밖에 없게 됐다. 입법·예산·인사 등 의회에서 할 수 있는 모든 처리를 여당이 야당의 협조 없이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민주당은 우선 의석 절반(150석)을 넘긴 것만으로도 본회의에 상정된 법안과 예산안을 단독으로 처리할 수 있다. 또 국회 인준이 필요한 국무총리, 대법관, 헌법재판소장, 감사원장 등의 임명동의안도 민주당과 시민당만으로 통과가 가능하다. 야당이 아무리 임명동의를 해주지 않는다고 해도 여당이 단독으로 밀어붙일 수 있는 구조가 된 것이다.

국회선진화법도 민주당과 시민당 앞에서는 소용이 없다. 다수당의 일방적인 법안처리를 막기 위해 도입된 필리버스터(합법적 의사진행방해)는 재적의원 5분의 3 이상의 찬성이 있으면 중단할 수 있다. 또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 의결도 단독으로 진행할 수 있다. 공직선거법 개정안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법 추진을 위해 4+1 공조체제를 만드는 등 진통을 겪었지만 이제는 그런 수고를 하지 않아도 된다.


국회의원 재적의원 3분의 2 동의가 필요한 개헌 자체는 어렵지만, 헌법 개정안 제안은 단독으로 가능하다. 개헌안 제안은 재적의원 과반만 되면 된다.

21대 국회 원 구성에서도 막강한 힘을 과시할 것으로 보인다. 관례상 원내 1당에 국회의장 자리가 주어지고 부의장 두 자리는 나머지 교섭단체가 의석수에 따라 가지게 된다. 바른미래당이 있었던 20대 국회와 달리 21대는 제3의 교섭단체가 없기 때문에 미래통합당과 민주당이 부의장 두 자리를 나눠 갖는다. 또 교섭단체 소속 의원 비율에 따라 배분되는 상임위원장 자리도 대부분 꿰찰 것으로 보인다.

범여권의 공수처장 추천 시나리오도 나온다. 공수처장 추천위원 7명 중 2명은 야당 몫이다. 이번 선거에서 시민당(17석), 열린민주당(3석)이 합칠 경우 별도 교섭단체를 구성할 수 있다. 이들이 야당 몫 1명을 추천하면 공수처장 추천에 필요한 6명을 범여권이 가져가게 된다는 구상이다. 이종걸 시민당 공동상임선대위원장은 “여러 가지를 생각해볼 수 있다”며 가능성을 열어뒀다.

이처럼 여당이 21대 국회에서 막강한 권한을 쥐게 됐지만 견제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미래통합당과 미래한국당은 103석에 불과하다. 그나마 완충작용을 해줄 수 있는 군소야당의 존재감도 없다. 민생당은 영패를 당하며 원내에서 퇴장했고, 국민의당은 3석, 정의당은 6석을 얻는 데 그쳤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16일 “자칫 유권자 3분의 1은 완전히 배제된 상태로 정국이 흘러갈 수 있다. 대통령제는 권력분립이 이뤄져야 하는데 지금은 권력융합 형국”이라며 “민주당은 3분의 1의 목소리도 경청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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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가현 기자 hyu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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