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장년층에겐 추억을, 젊은층에겐 재미를 선사하는 ‘뉴트로’ 트렌드가 여전히 강세다. 달고나로 맛을 낸 커피, 옛날 간식들, 옛날 포장을 재현한 한정판 제품, 촌스러운 듯 멋스러운 청청패션의 인기가 뜨겁다. 롯데칠성음료·커피빈·투썸플레이스·CU·앤아더스토리즈 제공

초등학생 두 아이를 키우는 현모(43)씨는 요즘 ‘달고나 라떼’에 빠졌다. 아이들과 두 달 가까이 ‘집콕’ 생활을 이어가면서 스트레스가 쌓이면 달고나 라떼를 만들어 마시며 위로의 시간을 갖고 있다. 어린 시절 먹었던 추억의 과자를 사다 먹고, 예전에 즐겨 보던 방송들을 유튜브로 다시 보면서 잠깐씩 시름을 던다. 현씨는 “다시 예전과 같은 일상으로 완전히 돌아갈 수는 없다고 생각하니 옛 감성이 더 애틋하게 다가오는 것 같다”고 말했다.

뉴트로 트렌드가 코로나19 팬데믹으로 더욱 견고해지고 있다. 유통·식품업계는 현씨처럼 걱정 없던 시절의 추억에 잠기는 사람들을 공략하기 위해 다양한 뉴트로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중·장년층에게는 추억을 소환하고 젊은층에게는 색다른 재미를 주는 뉴트로 아이템들은 2~3년 전부터 유행하기 시작해 지금까지도 여전히 인기를 끌고 있다.

이마트는 지난 16일부터 오는 29일까지 추억의 먹거리와 문구용품, 장수 브랜드의 한정판 레트로 기획상품 등을 모아 최대 40% 할인하는 뉴트로 기획전을 진행하고 있다. 은박지를 깔고 구워먹던 냉동삼겹살, 노란 종이봉투에 담긴 옛날 통닭을 20~40%가량 저렴하게 판매한다. ‘맥심’ ‘델몬트’ ‘칠성사이다’ 등 장수 브랜드들의 한정판 레트로 제품들도 인기다. 소셜 미디어에 구매 인증샷이 속속 등장하면서 재미를 추구하는 젊은 소비자들의 심리를 자극하고 있다. 편의점 CU에서는 쫀드기, 단짝 캔디, 삼거리 캔디, 밭두렁 등으로 구성된 추억의 간식들을 모아서 팔고 있다.

1970~80년대 문방구에서 팔던 문구용품이나 놀이도구도 인기다. 공기놀이, 무지개스프링, 탱탱볼 등은 어린아이부터 중장년층까지 관심을 두는 뉴트로 아이템들이다.

현대백화점 압구정 본점에는 서울에서 가장 오래된 빵집 ‘태극당’ 팝업스토어가 열렸다. 태극당은 현대적 감각을 더한 독특한 서체와 레트로 감성이 물씬 풍기는 매장 분위기로 ‘사진 맛집’으로도 불리는 곳이다.

패션업계도 뉴트로가 강세다. 상의와 하의 모두 데님 소재 옷을 입는 ‘청청패션’, 셔츠 타입의 원피스, 통이 넓은 바지인 와이드 팬츠, 조끼 등 복고풍 패션이 인기를 끌고 있다.

19일 옥션에 따르면 지난달 1~26일 패션 부문 매출을 분석한 결과 여성 패션의 경우 전년 동기 대비 데님셔츠는 64%, 와이드팬츠는 103% 판매량이 늘었다. 올해 뉴트로 패션 아이템으로 주목받는 조끼 판매량도 22% 증가했다. 남성 패션도 청바지 판매량이 141% 증가했고, 코듀로이 바지는 37% 늘었다. 뉴트로 패션의 대표 아이템인 어글리 슈즈 열풍도 식지 않았다. 패션 업계에서는 어글리 슈즈가 이제 필수 아이템으로 자리잡은 것으로 보고 있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벌써 몇 년 동안 뉴트로를 빼고 트렌드를 이야기할 수 없게 됐다”며 “위기 상황이 계속되면서 더욱 뉴트로 감성이 힘을 얻는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문수정 기자 thursda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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